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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열린 가운데 작업자들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보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열린 가운데 작업자들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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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따뜻해진 날씨에 지난 1일부터 금강의 수위가 50cm 이상 낮아졌다. 처음 기자는 수위가 낮아진 이유가 수자원공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의 사체가 떠오르면서, 이를 하류로 흘려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강물이 80cm 이상 더 낮아지면서 금강 둔치의 퇴적토가 드러나고 갑자기 빠진 물 때문에 폐사하는 말조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위가 이렇게 낮아졌다는 것은 보에 문제가 생겼거나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3일 오후, 서둘러 세종보에 찾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활짝 열리고 중장비와 작업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흐르던 물이 갇히면서 썩어가는 세종보 악취 진동

"어제 오실 줄 알았는데…."

날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나? 도착한 지 3분쯤 지났을까.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낯익은 수자원공사 직원이 다가오며 한마디 내뱉는다. 그는 '세종보 수문 정기점검 실시안내' 표지판을 가리키며 "봄맞이 정기점검으로 내일쯤이면 수문을 닫고 다음 주 금요일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한다.

중장비와 차량에 작업자들이 수문이 열린 세종보에서 보수와 점검을 하고 있다.
 중장비와 차량에 작업자들이 수문이 열린 세종보에서 보수와 점검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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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에는 점검 내용에 대해 상당히 복잡하게 적혀 있었다.

"하상에 설치된 전도식 수문을, 세종보 수문 '유지관리메뉴얼'에 의거하여 영농철 및 어류 산란기 도래 이전에 정기점검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인력중심의 정기점검임을 고려"하여 "기온이 상승하는 3월 2일부터 13일까지 점검대상 수문구동을 위한 실린더실 협착토사 제거 및 실린더 누수 여부, 유압 배관라인 점검, 1, 2, 3 가동보 수밀고무 보수, 수문병합부 볼트소손부 보수, 스톱로그 수밀고무 교체, 일부 이탈된 바닥보호공 사석 보완, 3고정보 수류확산장치 점검" 등을 실시한단다.

세종보에 대형 굴삭기가 동원된 가운데 이탈하거나 유실된 사석보호공을 채우고 있다.
 세종보에 대형 굴삭기가 동원된 가운데 이탈하거나 유실된 사석보호공을 채우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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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확인을 위해 수위가 낮은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기자가 왔다는 연락을 받았는지 관리소장이 맞아준다. 보수하는 수문으로 접근하면서 냄새가 진동한다. 등산화가 살짝 가라앉을 정도로 푹푹 빠지는 벌 때문에 사석 쪽으로 걸어서 이동해야했다.

쾅쾅쾅쾅쾅

거대한 집게를 가진 굴착기가 콘크리트 물받이공 아래쪽에 이탈된 사석과 유실된 사석을 채우고 있었다. 소음으로 귀가 얼얼하다. 중장비의 공사로 흙탕물이 발생하지만, 오탁 방지막은 보이지 않았다. 강바닥의 벌에서는 시궁창에서나 맡을 법한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작업자들은 모터를 이용하여 유압실린더 물을 빼내며 장비를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콘크리트 고정보 위에 올라가 보았다. 물이 싹 빠진 상류에는 듬성듬성 웅덩이가 생겼다. 작업자 2명이 바닥이 드러난 상류에 모터를 놓고 바쁘게 움직인다. 동행한 세종보 소장은 "어도에 물고기가 다 빠지지 않아서 물을 공급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급하게 물을 빼면서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가 폐사하여 보도 한 적이 있었다. '지난 보도 때문에 시정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가 막힌다. 굽이굽이 여울져 흐르던 강에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보가 생기면서 이런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황금 모래로 반짝이던 강은 시커먼 흙이 덮으면서 신발이 푹푹 빠진다. 시궁창 냄새와 같은 악취 때문에 서둘러 빠져나왔지만 두통이 밀려온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수, 철거만이 해결책이다"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수문이 열린 세종보, 물이 빠지면서 악취가 진동한다.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수문이 열린 세종보, 물이 빠지면서 악취가 진동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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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소장은 "큰 문제점은 없지만 우기 전에 작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점검을 한다"며 "상류에서 토사가 많이 밀려와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물을 뺀 김에 상류 8km까지 인력을 동원해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물을 채우면 보트를 이용하여 쓰레기를 치울 계획이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준공과 동시에 유압실린더나 핵심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수시로 잠수부가 동원되어 점검 정비를 했다"며 "완공된 이후 세종보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수리와 점검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종보는 운영할수록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부가 4대강 시설에 대해서 점검하고 평가해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했다"며 "보와 수질 환경에 대해 정밀하고 정확한 평가를 내려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질문제와 주변 환경 예산 낭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보의 철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으로 완공된 전국 16개 보 중에서 최고 공정을 자랑했던 세종보는 대우건설이 맡아서 시공했다. 2012년 준공과 동시에 유압실린더에 토사가 끼면서 한겨울 잠수부가 동원되어 수리와 보수를 끝마친 바 있다. 하지만 해마다 정기점검이라는 명목으로 보수와 보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종보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열리고 작업자들이 보를 점검하고 있다.
 세종보 전도식 가동보 수문이 열리고 작업자들이 보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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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종보,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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