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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내정한 이병호 전 국정원 2차장은 2012년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의 개혁 요구 등에 대해 철저히 부정적 의사를 발표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병호 내정자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고법이 최근 원세훈 전 원장을 국정원 대선 불법 선거 개입과 관련해 법정 구속하면서 박 대통령의 당선과 관련한 적법성 등에 심각한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댓글 논란으로 국정원 개혁 요구가 나오던 지난 2013년 10월17일 동아일보에 보도된 '국정원이 일류정보기관 되면 정치개입은 없어진다'는 기고문을 통해 '민주당 안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으로 국정원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흔드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다. 민주당도 이젠 댓글 사건의 미련을 접고 진정한 국가정보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폈다. 국정원의 실정법 위반 등에 대한 성찰이나 재발방지 등에 대해 등을 돌린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12일에 문화일보 기고문에서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자해 행위로 국정원의 무력화를 줄기차게 노려 온 북한을 결과적으로 돕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움직임을 이적 행위로 몰아가는 것으로, 과거 독재 정권이 휘둘렀던 전형적인 공안 논리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이 내정자가 얼굴에 철판을 까는 식의 논리로 최악의 국면에 처한 국정원 사수대의 모습을 공개적으로 과시한 것은 법원의 국정원 대선불법 개입 사건에 대한 판결 내용과 너무 거리가 멀다.

서울고법은 지난 9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는 물론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해 '자신은 선거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자신과 무관한 듯한 태도를 취했지만 법원의 판결에 의해 대통령의 주장은 설 자리가 심각하게 훼손된 꼴이다.

원세훈 전 원장의 2012년 대선과 관련한 국정원법 위반 및 선거불법 개입 행각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가려져야 한다는 법리적 절차가 남아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태도 표명까지 유보되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원 전 국정원장이 법정 구속된 데 대해 '정치하면서 이런 건 처음 봤다. 이 하나로 박근혜정권의 정통성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고법의 원세훈 전 원장 판결이후 박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유인물이 서울과 일부 지역에서 등장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통령이 법치를 철칙으로 여기고 국민의 법 감정을 십분 고려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해 법원 판결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차기 국정원장으로 내정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불법 선거 개입 의혹과 자신의 대통령 당선 적법성 논란 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지닌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즉 대통령 자신과 국정원을 적극 비호하면서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논리에 대항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박 대통령이 취임이래 먹통인사,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 국정원장 인사가 가져올 후폭풍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태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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