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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던 날, 참 눈물을 많이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은 아직도,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으며 돈과 권력을 탐하는 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갑작스러운 두 분의 부재가, 너무도 황망하고 통탄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정치라는 단어는 차츰 제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부러 지워버렸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우리 곁을 그렇게 떠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정치를 통해서 과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생겼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이전의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졌던 것입니다. 믿음이 사라지자, 결국 내가 정치와 관련되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고, 심지어는 전화번호를 바꿔버리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언론기사 중 정치면은, 아예 외계인 세상의 일인 것처럼 저에겐 관심 밖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물론 때가 되면 투표를 하기는 했지만, 아무런 감흥도 의미도 없는 일….

그런데, 2014년 4월 16일. 갑자기 세월호 사건이 터졌습니다. 다들 그랬겠지만, 처음에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날마다 TV를 보며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내 젊은 날 20대 전부를 내 던져서, 독재에 맞서서 치열하게 싸웠던 세월도 있었건만, 정녕 이런 꼴을 보자고 그랬단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점점 커져가며, 내 삶은 정말 쥐뿔도 아니었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쥐뿔? 쥐뿔이라… 그 순간, 갑자기 고 장일순 선생 생각이 났습니다.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쥐 서(鼠)자, 뿔 각(角 )자를 써서… 생전의 장일순 선생은, 스스로를 '장서각'이라 칭하며 살았다는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정서각'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어린 영혼들을 대신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대신 싸우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그동안 내팽개쳤던 정치라는 단어는, 또 다시 그렇게 머릿속의 화두로 새삼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고백컨대, 그 이전 6~7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인터넷 게시판에 정치와 관련된 글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투지와 의욕은 있었지만 글은 엉망이기 일쑤였고, 상황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이미지 파일을 어떻게 올리는지도 몰라서 한동안 헤매야만 했던 씁쓸한 기억도 납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10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진실을 규명하는 길은 그저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게다가, '잊지 않을게'라고 했던 많은 사람들의 다짐은, 이제 점점 희미해져 가는 느낌입니다. 지겨우니 그만하라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희생된 아이들과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짐승의 무리들도 여전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거짓은 생존이고, 진실은 죽음과도 같다.'
- 지금,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자들에겐 그렇습니다.

'진실은 생존이고 거짓은 죽음과도 같다.'
- 참사로 인해 가족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하루하루를 백년처럼 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삶입니다.

이 싸움은,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날 수 없는 싸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어느 누구도, 이 싸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두의 삶에 이 싸움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지닌 양심의 무게추가 기우는 방향을 따라, 각자 알아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다시 한 번 신발 끈 조여 매며 양심과 정의의 편에 서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냅니다. 무관심과 희미해져가는 다짐들을 떨쳐버리고, 다시금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는 그 양심의 대열에 함께 할 것을 호소하자고….

그 수단으로서 소설 창작이라는 수단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딱딱한 글보다는 조금은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빈약한 문장력이나 이야기 실력에 대한 걱정은 잠시 좀 미루려고 합니다. 우선은 해야 할 얘기들에 최대한 집중하는 게,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유가족들은 온 몸을 던져가며 처절히 싸워왔습니다. 서명도 받고, 행진도 하고, 심지어는 단식농성을 해가면서까지. 그런데 정부여당과 보수 세력들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도 모자라서, 가장 큰 피해자인 그들을 조롱하고 핍박했습니다.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삶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정확히 알리는 지표입니다. 이 질곡과 고통을 걷어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싸워서 이기는 얘기를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눈물과 한숨도, 모이면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끝까지 싸우면 결국 이길 수 있다는 희망도, 우리에겐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유가족 분들에게 이 이야기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슬픔의 강물을 헤쳐 나가는 작은 뗏목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마침내 진실의 땅으로 다 함께 건너가는 날이 꼭 오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도 중복게재되었습니다



태그:#세월호, #제 19대 대통령 취임식,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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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도의회 의원 (전)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국토균형발전 특별보좌관 (전) 제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호남신성장동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현)호남신성장 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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