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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그룹 총수가 세종시 참여에 사인을 했는데 그 계획대로 했으면 지금 세종시는 최첨단으로 조성됐을 것이다. 수정안이 통과 안 돼 안타깝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인터뷰, <동아일보> 2015년 2월 23일자"

세종시와 대북외교로 현 대통령 공격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언급하며 한 차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세종시 수정안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2월 23일자
▲ 또 세종시 언급한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언급하며 한 차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세종시 수정안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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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세종시·대북외교·자원외교 등 민감한 주제를 언급하는 이 전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거침이 없었다. 앞서 출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일부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23일 게재된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두 가지 대목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세종시와 대북외교 관련 내용이었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확신을 재확인했다. 이 주제로 두 사람이 맞붙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초, '세종시 수정안'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의회 권력을 쥐고 있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승리했다. 끝난 싸움인 줄 알았던 세종시 문제를 다시 링 위로 불러 올린 것은 이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2월 초 발간한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측의 수정안 거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고리로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를 여당의 대선후보로 민다는 '오해'에서 기인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겨레> 2010년 1월 8일자
▲ 세종시 수정안 반대 상징인물은 박 대통령 <한겨레> 2010년 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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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미 한 번 공방을 주고받은 사안인데도 아직 성에 차지 않았던지, 이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등장해 재차 공격에 나섰다. 그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수정안이 통과 안 돼 안타깝다"고 또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회 표결 당시 직접 반대토론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정안이 통과됐으면) 세종시는 최첨단으로 조성됐을 것"이라며 힐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북외교' 관련해서도 현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확산하는 차원에서 대박이란 용어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통일은 게임해서 대박 터지듯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박'이란 표현을 사용한 주체는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신년 기자회견 당시 "통일은 대박이다"고 주장했다. 이를 MB는 '게임해서 대박 터지듯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MB 회고록인 <대통령의 시간>에 대북외교 비사가 많이 게재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비사가)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언론에서 많이 있고, 저도 우려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북외교' 관련된 자신의 회고록 내용이 비판받았기 때문일까. 이 전 대통령이 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소환해서 꼬집은 대목은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다. 

'두려운 마음' 토로하고 항복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이 현직일 당시 전임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기록물' 사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은 물러섰다. <중앙일보> 2008년 7월 17일자
▲ '두려운 마음' 언급하며 항복한 노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이 현직일 당시 전임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기록물' 사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은 물러섰다. <중앙일보> 2008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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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글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2008년 7월 16일' 중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정권과 현 정권 사이에는 늘 긴장이 맴돌았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든, 정권재창출 때문이든 현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전 정권의 비리가 언론에 공개되고는 했다. 사정권과 정보를 쥐고 있는, '살아 있는 권력'인 현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에 대해 거침이 없는 이 전 대통령의 행보는 여러 궁금증을 낳게 한다.

2008년 2월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퇴임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현 정부와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대통령 기록물'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국가기록물 불법 유출"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비판하고 공개적으로 반환을 요구했다. 당시 국가기록원은 'e-지원 시스템'을 복사해 봉하마을로 가져간 실무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인 2008년 6월 14일,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당시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불편이 없는 방법을 찾도록 챙겨 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뒤로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운명이다>에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익명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온갖 말을 퍼트렸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어 7월 16일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 유명한 '항복 선언'을 한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서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고 말하며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고 거듭해서 자신의 처지가 믿겨지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고 말한 뒤 편지를 마무리했다.

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기록물 유출과 관련해 영장을 청구해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관련자 소환조사를 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한 '거침없는' 이명박

이 전 대통령의 <동아일보> 인터뷰 내용이 소개되자 새누리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 박수 받을 만한 일인가"라며 "소모적 논란을 부추기기보다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의 품격에 맞다"고 비판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현직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다. '대통령 기록물' 사건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인사를 검찰 고발 등의 수단으로 압박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결국 물러섰다. 살아 있는 권력의 커다란 칼 앞에 전직 대통령은 무력했던 것이다.

그런데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서 연일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전직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 대해서, 박근혜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23일에도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청와대에서는 그런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 정부의 태도가 강경하지 않아서 이 전 대통령 측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인지, 아니면 현 정부가 세게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것이 얼마 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몰랐을까?'하는 시중의 의혹이 제기되는 민감한 시점에 의혹의 당사자는 의외로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현 대통령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찾아볼 수 없다.


태그:#이명박, #박근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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