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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임금 인상을 보도하는 미국 NBC 뉴스 갈무리.
 월마트의 임금 인상을 보도하는 미국 NBC 뉴스 갈무리.
ⓒ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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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노동과 저임금으로 악명이 높은 미국 월마트가 임금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NBC,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월마트는 19일(한국시각) 오는 4월부터 미국 내 정규직 및 비정규직 매장 근로자의 임금을 시간당 9달러(한화로 약 9900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의 법정 최저임금 7.25달러보다 1.75달러 많다. 이로써 월마트 노동자의 정규직 평균 임금은 12.85달러에서 13달러로, 비정규직은 9.48달러에서 10달러로 오르게 된다.

월마트는 이번 임금 인상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내년 2월부터는 모든 계열사의 최저임금도 10달러로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근무 외 시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근무 일정을 최소 2주 전에 공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월마트 '창고지기' 출신 CEO의 결단

이번 임금 인상은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이 내린 결단이다. 30년 전 창고 관리 직원으로 월마트에 입사한 맥밀런은 지난해 2월 회사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맥밀런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극적이면서 장기적인 변화를 결정했고, 그 시작은 임금 인상이 될 것"이라며 "월마트는 당신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경력을 예로 들어 "오늘의 계산원이 미래의 매장 관리자이며, 오늘의 매장 관리자는 미래의 내가 될 수 있다"며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월마트의 임금 인상은 미국 정부와 노동계의 요구에 발맞춘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득 불평등 해소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 법정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인상하는 이른바 '텐텐 법안' 통과를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앞서 가구업체 이케아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0.76달러로 인상했고, 의류업체 갭 역시 9달러에서 10달러로 인상하는 등 미국 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하듯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특히 월마트는 강도 높은 노동에 비해 적은 임금으로 노동계에서 '악의 제국'으로 불리며 비난을 받았다. 월마트 노조는 시간당 임금을 최소 15달러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140만 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월마트의 임금 인상이 노동계 전체의 '임금 인플레'를 촉발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임금 인상으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로 이날 월마트의 주가는 전날보다 3.21%포인트 하락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폴 트루셀은 "월마트의 이번 임금 인상은 솔직히 좋은 결정"이라며 "그동안 월마트의 저임금에 불만을 품고 있는 직원들이 많았고, 이는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월마트의 임금 인상이 단기적인 재정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사기와 충성도를 높여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직원들의 수입이 늘어나 월마트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태그:#월마트, #최저임금, #더그 맥밀런,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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