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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혀 마을 수호신으로 믿는 우리 전통의 상징물입니다. 또한 한해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것이기도 하지요. 모티프원의 솟대로 그 마음을 전합니다.
 솟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혀 마을 수호신으로 믿는 우리 전통의 상징물입니다. 또한 한해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것이기도 하지요. 모티프원의 솟대로 그 마음을 전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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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독 뚜껑에 괸 물이 꽁꽁 얼었습니다.
회색빛 마른풀들이 흰 서리로 설빔을 차렸습니다.

19일은 설날이기도하지만 우수(雨水)이기도합니다.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이 지난지도 오래입니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땅은 여전히 쇠붙이 같이 얼어있군요. 하지만 또다시 경침이 지척이니 이미 돌 아래의 개구리들은 새벽잠을 깨어 눈을 비비고 있을지 모을 일입니다.
 19일은 설날이기도하지만 우수(雨水)이기도합니다.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이 지난지도 오래입니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땅은 여전히 쇠붙이 같이 얼어있군요. 하지만 또다시 경침이 지척이니 이미 돌 아래의 개구리들은 새벽잠을 깨어 눈을 비비고 있을지 모을 일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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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동쪽을 향해 섰습니다.
해가 돋기를 기다리며 가족들을 생각했습니다. 

아내, 부모, 자식, 동기간들...
일상의 번잡함에 묻혀 반의식 상태에 존재하는 나의 피붙이들을 다시 선명한 기억의 공간으로 불러냈습니다.   

한 두름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전의 윤성중 선생네 가족입니다.
기억도 할 수 없는 오래전에 모티프원의 손님으로 만났지만 온가족의 사귐은 계속됐습니다.

윤 선생님은 우리 가족보다 더 가족의 이런 저런 형편들을 꼼꼼히 살펴 때로는 용기를 주고, 때로는 위로가 되는 책을 골라 보내곤 합니다.

윤 선생은 항상 책으로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그 책의 내용들과 우리 가족의 어느 상황이 항상 부합합니다.
 윤 선생은 항상 책으로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그 책의 내용들과 우리 가족의 어느 상황이 항상 부합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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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귐이 길어지니 자연히 동기간의 정이 우러납니다.

#2

동쪽 까치집 아래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새해 첫날의 해가 돋습니다. 어제의 그 해이지만 나는 이해에 다시 소망을 싣습니다. 올해는 내 가슴속에서 더 나눔의 마음이 샘솟는 해가 되기를...
 새해 첫날의 해가 돋습니다. 어제의 그 해이지만 나는 이해에 다시 소망을 싣습니다. 올해는 내 가슴속에서 더 나눔의 마음이 샘솟는 해가 되기를...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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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작정하고 일출을 맞았지만 이 해는 매일 아침 동쪽으로 와서 서쪽으로 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오늘처럼 각별한 마음으로 해를 맞지 않는 무싯날에도... 

나는 우리 가족을 느슨한 연대로 정의하곤 합니다.
각자 자신이 스스로 정한 꿈을 향해 자신의 책임 하에 자신의 발로 묵묵히 걸어가다가 휴식이나 위로가 필요할 할 때 품 느런 느티나무 아래의 그림자에 앉아 도란도란 애기를 나누면 충분하다고... 그 느티나무가 가족이라고...

올해에도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파주에서, 서울에서, 아프리카에서, 영국에서... 아내가 길을 가다가 숨 가파하는 장모님과 길가에 주저앉아 아프리카 DR콩고에서 보내온 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3대가 길가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우합니다.
 올해에도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파주에서, 서울에서, 아프리카에서, 영국에서... 아내가 길을 가다가 숨 가파하는 장모님과 길가에 주저앉아 아프리카 DR콩고에서 보내온 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3대가 길가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우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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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모티프원의 난간에서 육추(育雛)를 마친 멧비둘기가 새끼를 매몰차게 떠나보내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나는 이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모티프원의 난간에서 육추(育雛)를 마친 멧비둘기가 새끼를 매몰차게 떠나보내는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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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 느티나무 그림자 아래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싶습니다.
동기간의 정으로...

막역한 지인으로 부터 새해 문자가 왔습니다.
그 덕담에 시비를 붙여 받았습니다.  

"새해새날, 복그릇 채워가는 한 해 만들어 갑시다."
"선생님! 고요히 생각해보니 저는 이미 복주머니가 그득한 것 같아요. 새해에는 선생님처럼 그 복을 더 열심히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지인의 새해 덕담
 지인의 새해 덕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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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족이라는 그 느티나무 그림자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싶다. 그 그림자 속에서 누구나 가족일 수 있게... 

새해, 더욱 고요하고 맑아지시길...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새해, #설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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