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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코레일유통 직원들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설 명절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빠지지 않는 '고정' 뉴스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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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찾아왔다. 온 가족과 친척이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TV에선 뉴스가 나온다. 모인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설 연휴 제사상에 차릴 음식 재료들 물가가 올랐다느니, 귀성길 교통 체증이 심하다느니, 뭐가 어쩌고 어쨌다느니….

그런데 이상하다. 뉴스에 나오는 기사들이 굉장히 익숙하다. 음식 재료 물가 상승 이야기도, 교통 체증 이야기도 매번 명절 뉴스 때마다 안 빠지고 나오는 것들이다. 명절 기간이라고 해서 이런 일들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째서 명절 뉴스는 항상 이런 것들만 나오는 것일까. 이쯤 되면 오는 설 연휴 기간 뉴스에서 어떤 소식들이 나오는지 예언도 가능할 정도이다. 2015년 설 연휴, 어떤 뉴스가 나올지 예지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점'쳐보겠다.

[예언①] 귀성길 교통체증... "하지만 들뜬 고향길"

그야말로 명절 뉴스에 빠질 수 없는 단골 중의 단골이다. 경부-호남 가릴 것 없이 주차장처럼 변한 고속도로들을 헬기가 날아다니며 비춰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또는 광주까지 7~8시간 걸린다는 소식도 빠지지 않는다. 가끔씩 도로에 '갇힌' 귀성객, 귀경객 인터뷰를 해주는 건 덤이다. 열이면 아홉은 "답답해 죽겠지만 그래도 가야죠"가 답변이다. "도로는 꽉 막혔지만 마음만은 벌써 고향집 문 앞에 가 있습니다"라는 취재기자의 리포팅은 덤. 

정부에서 도로 건설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왜 이리 교통체증이 항상 생기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보도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왜 이런 교통체증이 항상 생기는지, 정부에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라는 명목하에 돈도 많이 썼는데 정작 교통체증 해결은 왜 안 되는지 짚어주는 보도는 없었지 않았나?

덧붙여 고속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설날 이후 귀경길이라면, "양손에는 고향집 어머니가 정성껏 싸준 음식이 가득 들려 있습니다"라는 취재기자의 리포팅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설날 떡국
 설날에 빠질 수 없는 떡국. 외국인들의 떡국 만들기는 빠질 수 없는 설 뉴스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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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②] "맛있어요!" 한복 입은 외국인들의 떡국 만들기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체험 행사도 항상 봐온 내용이다. 지역주민센터 같은 공공시설에서 외국인들이 전을 부치거나 제사를 지내고, 때로는 경복궁 등 야외로 나가서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하는 장면도 종종 봤다. 한복을 입고 사물놀이 등 전통 공연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외국인들의 어색하지만 흥미로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올해는 외국인 며느리들 대신 JTBC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이들처럼 잘생긴 남성 외국인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출신 지역에 따라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전통문화 체험행사 뉴스에 나와서 떡국을 맛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외국인들은 거의 미주나 유럽 출신의 백인들이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경우는 고생하는 이주노동자들로, 또는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들로 주로 나온다.

올해는 서아시아 쪽에서 온 무슬림들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요즘 온갖 횡포는 다 부리는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는 그들. "우린 테러범 아니에요"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언③] 임진각 실향민 차례 풍경 "하루 빨리 통일돼서..."

요 몇 년 관계가 좋았던 적이야 없지만,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도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남북관계는 실로 흉흉하다. 북녘 땅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은 올해도 가슴이 쓰리다. 하루라도 빨리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고향에도 가고, 고향의 가족들도 만나고 싶건만 지금 정세에선 그게 먼 일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뉴스는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차례를 지내는 실향민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그들의 눈물 또한 보여준다. 그 장면을 TV로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아프다.

비슷한 성격으로 전방 군부대의 합동차례 장면도 뉴스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중대장이 잔을 올리고 부대원들이 절을 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나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아들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랑합니다!" 하는 국군 장병의 씩씩한 인터뷰가 따라 나올 것이다.

 5일 오후 명절을 앞두고 찾은 서문시장에서는 명절의 기분이 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없이 한가하기만 하다.
 명절 단골 뉴스인 전통시장 풍경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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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④] 명절 잊은 고시촌 풍경 "친척 만나봤자 눈칫밥만"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길에 동참하는 청년들도 있지만, 그 길을 마다하고 노량진이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공부에 매진하는 청년들도 있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라 서글프지만 말이다. 이번 설 명절 뉴스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설 연휴이지만 이곳에서 명절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라고 시작하는 기자의 리포팅 이후로, 고시촌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인터뷰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야 해요. 취직도 못 한 채 친척들 만나봤자 눈칫밥밖에 더 먹겠어요? 그러느니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는 게 낫죠."

뉴스 화면은 노량진과 신림동의 학원들, 그리고 그곳에서 설 연휴임에도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들을 비출 것이다. 취업준비생인데 고향에 내려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앉은 자리가 순간 가시방석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친척들은 알아줄 것인가. 지금 취업 때문에 힘든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란 걸.

쌀로 밥 짓는 것처럼 뻔한 뉴스들... 새로운 것 좀 없나

이 외에도 당신이 목격하게 될 뉴스들은 많다. 명절 전 차례상 장보기에 나선 사람들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이미 봤을 것이고, 한복 입은 꼬마들이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풍경은 설날 뉴스에 빠질 수 없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윷가락을 던지고 박수를 치는 모습도. 설날이 지나면, 냉장고에 남아 있는 명절음식 활용 요리법 뉴스가 나올 것이다. 명절증후군 극복법이나 명절 과식 이후 다이어트법 등도 단골 뉴스다.

매년 똑같이 나오는 뉴스들. 뭔가 좀 더 새로운 걸 바랄 순 없을까? 욕심일지 몰라도, 이처럼 똑같이 반복되는 풍경들이 왜 생기는 것인지 분석해주는 뉴스, 우리가 즐겁게 설 연휴를 보내는 동안에도 설 연휴를 즐기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찬바람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해주는 뉴스들을 좀 볼 수는 없을까?

세월호 유가족들, 쌍용차 고공농성자들이나 명절의 즐거움에서 한 발 비껴나 있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을 다뤄준다면, 조금은 불편할지언정 최소한 '뻔한 뉴스'라는 평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화면에 비친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힘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태그:#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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