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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의 배경이 되었던 그라프톤 길(Grafton Street)이 더블린의 대표적인 쇼핑거리라면 그라프톤 길 사이사이로 뻗어 있는 골목들은 더블린의 숨어 있는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한국도 큰 대로의 상점들보다 골목골목에 숨은 알짜배기 상가가 많은 것처럼.

관광객보다는 더블리너(Dubliner-더블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더 알려진 골목 곳곳에는 레스토랑, 카페, 펍(Pub), 패션 매장 등 더블린의 다양한 스타일을 구경할 수 있는 매장들이 있다. 진정한 더블린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처음 보는 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쇼핑센터가 하나 있으니 바로 파워스코트 쇼핑센터(Powerscourt Shopping Centre)이다.

쇼핑 센터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평범한 외관
 쇼핑 센터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평범한 외관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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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집이에요? 쇼핑센터에요?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길 한가운데 조지안 스타일(Georgian Style)의 큰 저택이 우뚝 서 있다. 특별하게 커다란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주변이 북적거리지도 않는다. 그냥 정문 앞 계단 위에는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놓여 있고 몇몇의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전부이다.

이곳이 쇼핑센터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십상인 곳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쇼핑센터 배너를 붙여야 할 것 같은데 이곳의 검은색 배너는 소박하다 못해 불친절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10개도 채 안 되는 계단을 올라가 정문으로 들어서면 영화의 대저택에서나 봄직한 붉은색 융단이 깔린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인다. 그와 함께 저 너머 사람들의 시끌벅쩍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독특한 쇼핑센터의 모습에 그저 감탄하며 발걸음을 그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평범해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독특한 쇼핑 센터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독특한 쇼핑 센터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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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건물은18세기 초에 지어진 파워스코트경(Richard Wingfield III Viscount Powerscourt)의 대저택으로, 그 당시 유명한 건축가였던 로버트 마크(Robert Mack)에 의해 3년에 걸쳐 지어진 대저택이었다. 3층으로 이루어진 이 타운하우스는 그 당시 더블린에 세 번째로 설계된 조지안 양식의 건축물이었다. 18세기에는 파워스코트가의 저택이자 그들의 다양한 파티 장소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더블린의 새로운 쇼핑센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파워스코트 센터는 쇼핑센터의 역할뿐만 아니라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장소를 제공해준다고 한다. 타운하우스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조지안 건축 양식이지만 복도, 천장 및 창문 난간 등에서는 로코코(Rococo) 양식을 사용하였다. 또한 과거에는 무도회장이었지만 현재는 파워스코트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네오클래식(Neo-classic) 스타일로 디자인 되어 있다.

일반 저택을 개조해서 만든 쇼핑센터라 상업공간을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편리하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쇼핑센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과거의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새로운 성격의 공간으로 탄생시킨 점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다. 틀에 박힌 뻔한 쇼핑센터가 아닌, 더블린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쇼핑센터이자 과거의 건축물을 현재에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쇼핑 센터 중앙 홀에는 다양한 카페 및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쇼핑 센터 중앙 홀에는 다양한 카페 및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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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 곳곳에는 여전히 과거에 사용하던 용도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상점들이 있다. 과거에 주방공간이었던 곳은 현재는 바(Bar)가 들어서 있고, 과거의 파워스코트경이 사용하던 드레스룸은 현재는 패션매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쇼핑을 즐기는 것만큼 저택의 건축양식에 대해 살펴보고 과거의 공간이 현재는 어떻게 재탄생 되었는지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편집숍을 만나볼 수 있는 곳

파워스코트 쇼핑센터의 또 다른 매력은 쇼핑센터에 입점한 매장들이 대부분 독립매장이거나 편집숍의 성격을 띠는 곳이라는 것이다. 음식점을 제외한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개수는 약 40여 개. 쇼핑센터라고 하기엔 터무니 없이 작은 규모이지만, 각 매장은 주인의 소신이 담긴 물건들을 판매한다. 그래서 이곳이 더 특별하고,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인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브랜드의 상품이 아니라 작가 개개인이 소신을 가지고 판매하는 상품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기존의 쇼핑센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한층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아이리쉬 작가들의 편집샵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아이리쉬 작가들의 편집샵을 볼 수 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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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파워스코드 쇼핑센터(Powerscourt Shopping Centre) 정보

홈페이지: http://www.powerscourtcentre.ie/
주소: 59 South William Street, Dublin 2, Ireland
개장시간:
월 – 수, 금: 10:00am – 6:00pm
목: 10:00am – 8:00pm
토: 9:00am – 6:00pm
일: 12:00pm – 6:00pm



태그:#아일랜드, #더블린, #쇼핑센터, #파워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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