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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던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씨가 이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한 청소년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이 김예은(부산일과학고1)학생이다.
▲ 북콘서트 <검은아이>에서 노래하는 조동희씨 웰던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씨가 이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한 청소년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이 김예은(부산일과학고1)학생이다.
ⓒ 류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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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공학자가 꿈인 예은이(부산일과학고 1년)는 지난 1월 기아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 대원으로 네팔에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예은이가 원정대 수료식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가 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려 저녁 찬바람을 가르며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던 그 시각, 예은이의 동생 하은이(유락여중1)와 과 사촌언니 지홍(사직여고2), 중학교 동창들과 고등학교 친구들,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웃사촌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린이 서점에서는 북콘서트 <검은 아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2009년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디자이너들이 모여 디자인한 텀블러, 티셔츠 등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 1000만 원으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식수 펌프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특화된 산수책을 만들어 2014년에는 탄자니아에, 2015년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판매 및 보급을 계획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임인 웰던 프로젝트.

2014년에는 모금을 위해 가수 조동희씨의 노래에 맞춰 <검은 아이> 동화책을 펴냈는데, 2014년 연세대에서 열렸던 '적정기술 미래포럼'에서의 강연을 통해 '책과 아이들'의 서포터인 예은이를 만나 <검은 아이>가 <책과 아이들>에 입점하게 됐다.

예은이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 사업에 힘을 보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번 북콘서트 '검은 아이'를 기획하게 된다. 장소 섭외에서부터 게스트 초대까지 맨몸으로 좌충우돌하며 돈 한 푼 없이 진행했다. 아이들이 직접 엽서를 제작했고, 예은이의 단짝 친구 효지는 손수 쿠키를 구워 오겠다고 했다.  

"콘서트를 하겠다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투성이였죠. 어린이 서점 <책과 아이들>의 강정아 선생님께서 제가 하려는 일을 들으시고는 흔쾌히 장소를 쓰도록 허락해주셨고, 콘서트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고 준비해주셨어요. 

친구들과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선생님의 <검은 아이>를 실내악으로 연주하려고 하는데 악보를 만드는 건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중1 때 담임선생님(음악과)께 도와달라고 했어요. 학교 일로 바쁘실텐데도 좋은 일에 힘을 보태는 일이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돕겠다며 코드 악보를 실내악곡으로 편곡을 해주시고 연습까지 도와주셨어요. 조동희 선생님께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무턱대고 메일을 보내서 섭외했고요."

예은이의 친구들과 사촌들, 거제도에서 올라온 꼬마까지 함께한 실내악 연주는 매끄럽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전문 연주자의 연주보다 가슴에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제대로 된 음향 장비도 없고 노래 부르는 도중에 마이크가 꺼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연주하는 가수도 웃고 관객도 웃으며 따뜻하게 진행됐다.

조동희(디자이너) 대표의 웰던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기획자인 예은이의 설명이 이어지고 관객과 함께 <검은 아이>를 부르며 콘서트는 소박하게 마무리됐다. 웰던 프로젝트에서 판매하는 티셔트와 책, 아이들이 만든 엽서, 쿠키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 콘서트를 통해 얻은 웰던 프로젝트 측 물품 판매액 45만 원, 아이들이 제작한 엽서와 쿠키 판매액 40만 원, 총계 85만원의 수익금은 모두 웰던 프로젝트의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산수책을 제작하는 사업에 기부했다. 웰던 프로젝트에서 <책과 아이들>의 강정아 대표에게 20만 원 정도의 시설 사용료를 전하려 했지만 강 대표가 극구 사양해 전하지 못했다는 따뜻한 후일담도 전해 들었다.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어요.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계기가 없거나 잘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의외로 너무 많아요. 오늘 저희가 만든 작은 콘서트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참 행복합니다."(김예은)

입시 준비에 찌든 과학고 학생의 얼굴이 아닌, 세상에 대한 책임감과 이웃의 삶에 대한 연대 의식을 머리로만 생각하고 말로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으로 실천하는 당차고 아름다운 여고생의 활짝 웃는 얼굴에서 다시 희망을 봤다. 참 따뜻한 겨울 밤이었다.


태그:#웰던프로젝트, #검은아이, #조동희, #아프리카어린이돕기, #적정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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