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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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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론'.

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신세계를 비롯한 기업들이 '인문 정신'을 논하지만 정작 인문계 졸업생은 홀대받는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풀어야 할 교육 당국이 해결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황우여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일 한 간담회에서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취업에서 필요한 소양으로서의 인문학, 취업을 하고 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기계발을 위한 인문학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취업 먼저 하고 나중에 인문학하자'는 어디선가 많이 본 수사법이다. '경제 성장 하고 나중에 분배하자' 등의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선 성장 후 복지'의 경제계획으로 대기업은 연일 수출 신기록을 세우지만 국민들은 스펙푸어, 실버푸어에 시달리고 있다.

'선 취업 후 인문학' 역시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취업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인문학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설령 인문학이 부흥한다 해도 필연적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논리에 맞게 재편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인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청년고용률이 24%대인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해 진심으로 대학생들을 걱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간 노동시간 2163 시간으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신입 사원들이 인문학을 공부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취업하고 인문학 소양을 쌓을 수 있다고 황 장관이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 소리다.

대학은 취업양성소가 아니라 학문의 장소다. 대학은 배우러 오는 곳이지, 취업하려고 오는 곳이 아니다. 취업률, 산업연계지수 등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일은 애초에 잘못 됐다. 기초 과학과 기초 인문학은 양과 폭이 아니라 질과 깊이로 승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생산성'은 국어국문학과가 아니라 경영학과에서 따져야 할 문제다.

사람 위에 돈 있는 현실... 인문학은 나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눈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간 한국 사회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일관했다. 사회를 이끌기보다 누군가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교육 정책의 책임자인 황 장관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인문계 졸업생을 홀대했다면, 사회의 수요와 졸업생 수 사이에 괴리가 있다면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해결하려 해야만 했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과에 투자를 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문계가 미래 사회를 이끌 수 있게 투자해야만 했다. 학문은 수요에 지배 받지 말고 수요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반이 되어야만 한다. 인문계 대학이 사회수요를 쫓게 만드는 이번 정책은 황 장관이 한 나라의 교육책임자로서 얼마나 부적격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을 보다 깊게 탐구해서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인문학의 본질이다. 일찌감치 인문학을 탐구한 애플은 미국을 넘어서 세계를 이끌었다.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 그리고 토론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교육복지를 실천했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 인문학을 그저 '돈 안 되는 학문'으로 취급하는 우리나라는 불통, 세대갈등, 황금만능주의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 위에 사람은 없어도 돈은 있는 현실에서 인문학은 나무다. 나무는 열매를 낳고 열매는 다른 나무를 낳아 사회의 정신이 된다. 지금 한 나라의 교육 수장이 그 버팀목을 베어버리려 한다. 나무는 쓰러진 뒤에야 그 크기를 안다. 100년 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 위해 부디 나무를 베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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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황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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