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술인 광장 조성을 위해 강제수용 예정인 건물과 그 주변.
 예술인 광장 조성을 위해 강제수용 예정인 건물과 그 주변.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평택미군기지 이전이 예정돼 있는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 거리 '안정쇼핑몰 예술인 광장 조성 사업'이 '제2의 용산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택 안정리 팽성읍 일대에는 2016년까지 전국 50여개 미군기지의 90%가 들어올 계획이다. 안정리 로데오 거리는 K6 캠프 험프리(Camp humpreys) 부대 앞에 위치하고 있어, 주한미군 이전을 앞두고 거리 활성화에 대한 주민 기대가 높은 곳이다.

평택시 도시재생과 이상철 팀장은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129억6000만 원 예산이 투입되는 안정쇼핑몰 예술인 광장은 시 자체 사업이 아닌 국비 사업"이라며 "미군 집객 공간 조성을 목표로 로데오 거리 주변 지역 토지와 건물 매입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 밝힌 대로, 해당 사업은 ▲ 미군기지 주변 안정리 상가 지역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 조성 ▲ 지역 문화교류 기반구축 사업과 연계하여 광장 부지 내 문화예술 창작교류 체험공간을 만든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노후 건축물을 강제 매입하여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안정쇼핑몰 예술인 광장 조성 토지는 113-1번지 등 26필지 2,217㎡ (671평), 건물은 113-1번지 등 7필지, 1,568㎡ (474평). 시는 이를 전액 국비 매입할 계획이다. 아래 사진에서 붉은 선 안에 있는 부분은 시가 매입을 끝낸 부지이고, 나머지는 추가 매입(예정)부지로 총 2,217㎡이다.

평택시가 '안정쇼핑몰 예술인 광장 조성 사업'을 위해 확보한 부지
 평택시가 '안정쇼핑몰 예술인 광장 조성 사업'을 위해 확보한 부지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강제수용 건물주들 "38년이나 지켜왔는데... 이렇게 내쫓다니"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용 예정 건물주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광장 조성 사업으로 건물을 강제 수용 당하게 된 건물주 송아무개씨는 건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서면통보도 없었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송씨는 "미군 이전에 앞서 건물 리모델링도 하고 체인점도 열면서, 이 지역에서 38년이나 지켜온 사람들을 이렇게 내쫓겠다면 제2의 용산 사태가 나지 말란 법 없다"며 "이게 법치국가이고, 민주국가인지 묻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평택시는 예술인 광장 조성 사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 계획안을 평택시의회에 올렸으나 부결 처리됐다. 오명근 자치행정위원장(새누리)은 시가 사업안을 시의회에 3일 전에야 보내면서 승인을 요청했다며, '행정을 위한 행정'을 한다고 질타했다.

오 위원장은 "평택시가 고덕신도시 528만 평을 개발할 때도 슬기롭게 잘 처리했다. 그런데 고작 몇 백 평을 개발하면서 148명이나 되는 민원인이 진정서를 쓰게 하면 안 된다"면서 "주민들이 '제2의 용산 사태 난다'고 말을 하는데,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 행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지적했다.

자치행정위원위 소속 김기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왜 이렇게 (시가)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지 이해 못하겠다. 예산 조기집행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사전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한미군 이전 완료에 맞춰 예술인 창작공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함을 강조했다. 그는 "그곳 건물들 중에 안정상 문제가 있으면 철거도 하고, 필요한 곳은 리모델링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은) 땅주인 개개인에게 승낙 받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건물주나 세입자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강제 수용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9조 ①항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면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사업시행자는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의 작성, 보상계획의 공고·통지 및 열람, 보상액의 산정과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제26조 ①항: 협의 등 절차의 준용). 단,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때는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26조 ②항).

그런데 평택시는 예외조항을 우선시하며 협의 절차 준용에 관한 ①항을 무시하고, '관계인과의 협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 수용을 할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용 대상 건물에서 핫도그와 커피 체인점을 운영하는 차아무개씨는 말했다.

"로데오 거리에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을 보면 예산이 얼마나 허투루 쓰이는지 잘 알 수 있다. 텅텅 비었다. 찾는 발길이 없다. 주한미군 이전 특별법에 따른 지원금을 쓰기 위해 주민들을 내쫓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강제 수용된다면 건물 옥상에라도 올라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것이다."

평성읍 안정리 로데오 거리 건물주, 세입자 등 주민들이 하룻만에 반대 서명을 받아 시의회와 시에 전달했다.
▲ 예술인 광장 설치 반대 서명 평성읍 안정리 로데오 거리 건물주, 세입자 등 주민들이 하룻만에 반대 서명을 받아 시의회와 시에 전달했다.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도시계획변경과 그에 따른 건물 수용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지난 23일 로데오 거리 주민 150여 명은 '예술인 광장 전면 설치 반대' 서명을 진행, 이를 평택시와 시의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현재 예술인 광장 전면 설치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제 수용 건물들에 대한 지장물 검사를 중단할 것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 수용하는 건물들을 철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개인 사유재산을 빼앗아 리모델링한다고 한다"며 "그걸 예술인 문화 관광 사무실 겸 휴게실로 사용한다고 한다는데, 사유재산을 빼앗아 사무실을 삼겠다는 게 말이 되는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묻고 싶다"며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태그:#용산사태, #안정리, #도시계획, #주한미군이전특별법, #평택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