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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구속된 지 일주일 만인 21일, 경찰은 황선 대표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21일 언론에 보도된 황선 대표 혐의 중 하나는 '황선의 통일카페'라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북한의 주의주장을 선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보면 황선의 통일카페 프로그램 중 총 4회, 5개의 동영상(한 회 분이지만 1, 2부를 따로 범죄사실로 기재)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해 놓고 있다.

2009년 종영한 황선의 통일 카페, 6년 후에 기소

황선의 통일카페는 2008년 9월부터 매주 수요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다가 일 년 만인 2009년 10월에 종영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방송사가 법에 저촉된다는 관련 기관의 통지나 해당 동영상의 삭제 권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검찰은 왜 2009년에 종영한 프로그램을 두고 6년이 지난 후에 국가보안법 위반했다고 하는 것일까?

황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서를 보면 검찰은 황선대표가 통일카페 5회 '미국에게 쥐어준 백지수표_방위비 분담금 전용문제' 제하 동영상을 제작 반포했다며 아래와 같이 범죄사실을 기재하고 있다.

위 동영상은 '한미상호방위조약'(SOFA)을 '불평등한 조약'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불법적이고 부당한 대미 조공"으로 폄하하고 있는 바, 이는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한미동맹관계 약화를 도모하려는 북한의 대미 대남 선전선동 전술을 지지, 선전하는 것이다.

이로써 피의자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제작 반포하였다. - 구속영장청구서 146~147쪽 -

검찰 논리대로라면 황선 대표가 대담을 진행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SOFA)이 불평등한 조약", 방위비 분담금을 "불법적이고 부당한 대미조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한미동맹관계 약화를 도모하려는 북한의 전술을 선전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는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는 것이다.

방송에서 방위비 분담금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 황선의 통일카페 5회 방송 화면 갈무리 방송에서 방위비 분담금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 권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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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SOFA)의 문제점은 2002년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의 사망 이후 사회적 이슈가 사안이다. 많은 언론에서 SOFA 개정의 필요성을 보도했으며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에서조차 불평등한 SOFA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독일, 호주, 필리핀 등 미국이 40여개 국가와 맺고 있는 SOFA협정 중 한미 SOFA 내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불평등한 협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군 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재판권이 제약되어 있고,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 영공 전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호성도 결여된 협정이라는 분석이다.

2013년 주한미군이 서울 도심에서 공기총을 발사하고 난동을 부리는 등 주한미군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실질적인 처벌을 못하자,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이는 대한민국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또,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불평등한 SOFA 협정은 1960년대에 발효당시와 시대상황이 달라진 만큼 미군범죄 처벌강화를 위해 개정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SOFA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검찰이 '대미조공'으로 폄하하고 사실을 왜곡한다고 밝힌 방위비 분담금 또한 방송 당시인 2008년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다. 해마다 쓰다가 남은 방위비분담금(미군주둔지원금)이 평균 2천억~3천억 원에 달하는 데도 미국 측은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집행된 돈도 그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방송이 진행되었던 2008년 당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이슈리포트 – 방위비 분담금 실태와 '퍼주기'논란의 진실>을 발표하며 방위비분담금 책정의 문제를 지적하였으며 2013년 한겨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일본쪽과 너무 달라>라는 기사를 통해 주일 미군과 비교했을 때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불평등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은 "한국은 1991년 방위비협정 체결 이후 작년까지 23년간 총 11조8075억 원의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했으나 그간 감사원 감사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된 바 없다"면서 "국가의 세입·세출에 대한 결산 검사를 임무로 하는 감사원이 별도의 규정 없이 정부의 세입·세출의 일부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결산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 심각한 주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위비분담금이 국민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는데도 보고나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회의 예산심의권, 국가재정법 등 우리의 재정주권을 침해해 왔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범죄?

다음으로 검찰은 황선 대표가 통일카페 6회 '10·4선언 5항과 서해평화협력지대' 제하 동영상을 제작 반포했다며 아래와 같이 범죄사실을 기재하고 있다.

위 방송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당(한나라당)이 남북합의에 의해 성사된 10·4선언을 외면한 채, 공안탄압 등 대북적대정책을 앞세워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바, 이는 국론분열을 도모하기 위한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전술에 동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 구속영장청구서 147~148쪽 -

당시 방송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설정과 해주항 사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2단계사업 착수,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통행, 통신, 통관(3통문제) 등 제도개선 등 남북경협의 구체적인 과제를 합의한  10·4선언 5항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검찰은 구속영장신청서에서 황선 대표가 위 방송을 진행하며 "서해지대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뒤떨어진 냉전적 사고 때문에 끝까지 외면하는 한나라당"이라고 표현하고 "(정부가) 개성공단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공안탄압 등 대북적대정책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다"고 비판한 점 등을 들어 "정부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여 "국론분열을 도모하기 위한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전술에 동조"하였다고 기재했다.

10.4선언 1주년을 맞아 민주당 대변인이 발표한 브리핑.
▲ 2008년 10월 4일 민주당 대변인 현안브리핑 10.4선언 1주년을 맞아 민주당 대변인이 발표한 브리핑.
ⓒ 권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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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통일카페가 진행되던 당시인 2008년 10월 4일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이다. 방송 내용과 마찬가지로 남북당국간 대화 단절, 금강산 관광 중단, 민간차원의 통일탄압, 개성공단 등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에게 6·15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8년 10·4선언 1돌 기념 특별연설 '대북정책,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에서 "10·4선언은 이념적, 정치적 성격은 거의 없고 실용적, 실무적 내용으로 된 선언"임에도 "이명박 정부가 이 선언을 존중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다"고 정부와 여당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2008년 당시 언론보도도 통일카페 방송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레시안은 2008년 10월 2일 [기자의 눈 '버림받은 10·4선언, 버려선 안 될 역사']라는 기사를 통해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반 노무현 정서에 편승해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해 놓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시하고 뒤집는 게 능사인 양 행동하고 있다. 10·4선언도 그중 하나이고, 그로 인해 북한과의 대화는 단절됐다. 기존의 합의는 무시하면서 북한을 향해 왜 대화에 응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은 적반하장이다"며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다.

폴리뉴스는 2008년 5월 8일 [이명박, 10·4선언 존중해야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기사에서 "전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도 정권 교체된 정부의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책만 아니면 된다) 정책 때문"이라며 "명색이 실용정부라면 10·4 선언 존중을 통해 기본합의서 정신도 계승하고 동시에 꽉 막힌 남북관계도 푸는 실리를 택해야 한다"고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 관련 전문가들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2012년 12월 26일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선임연구원이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하여 말한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112명 중 87.5%가 6·15, 10·4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기존의 대북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평등한 SOFA, 10·4선언을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은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과 학계, 정치권에서조차 제기된 문제들이었다. 이런 문제제기조차도 '한미관계 약화'나 '국론 분열'을 노린 북한의 대남전술에 선전, 동조했다고 범죄시하는 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은 헌법재판소에서 밝힌 언론의 자유에 대한 내용이다.

언론·출판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입니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 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권방송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통일토크콘서트, #황선, #신은미, #SOFA, #10.4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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