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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지난해 4월 언론을 통해 비위혐의가 보도된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법원은 헐레벌떡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 강해운)은 지난 18일 최아무개 판사를 긴급체포했다고 19일 밝혔다.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다. 최 판사는 지난 17일 소환조사 뒤 귀가했다가 18일 재소환 돼 조사를 받고 검사 사무실에서 체포됐다.

수도권 내 지방법원에서 근무 중인 최 판사는 지난 2009년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아무개씨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판사가 제 3자의 계좌를 거쳐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3억 원, 주식투자용으로 3억 원 등을 받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지난 2002년 검사로 임관했다가 2008년 12월 판사로 임용된 최 판사는 검사 시절 매우 가까운 친척의 소개로 사채왕 최씨를 알게된 걸로 전해졌다.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사채왕 최씨에게서 수억 원을 받은 최 판사가 사건과 관련해 어떤 도움을 줬는지 조사중인 검찰은 혐의 입증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금명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긴급체포로 최 판사의 신병을 확보한 데에 검찰 관계자는 "일부 사건 관련자가 최 판사의 친인척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 관련자 진술 번복을 권유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점 등을 감안해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사태 심각성 깊이 인식" 징계 위해 사표수리 보류

최 판사의 긴급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은 즉각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19일 오후 "사법부는 그동안 법원을 아껴주신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법부는 비위로 인해 현직 판사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해당 판사의 책임에 상응하는 강력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공보관은 이어 "금품수수 경위가 법관의 재판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판사의 지위에서 뇌물을 수수한 것 자체가 사안이 매우 중대함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지난 18일 검찰에 재소환되기 직전 사표를 제출한 걸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최 판사의 사표를 수리한 뒤엔 징계절차를 할 수 없어 일단 사표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비위혐의로 수사를 받던 판사가 사표 수리 뒤 체포·구속된 일은 있었지만, 현직 판사가 비위혐의로 체포된 일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4월 최 판사의 비위혐의가 보도된 뒤에도 '본인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최 판사 체포에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비위의혹 보도 뒤 세차례의 문답조사를 실시하고 계좌내역을 제출받았다. 법원은 최 판사가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전했지만, 검찰이 긴급체포 뒤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밝히자 헐레벌떡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것이다.

김 공보관은 "임의조사로는 더 이상 비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대법원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했지만, 그것만으로 비위사실을 파악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태그:#판사체포, #사채왕, #알선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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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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