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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른바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세상에 유명세를 타서 안 볼 사람들까지 다 보게 만든 미국 영화 <인터뷰>를 본 필자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만일 북한이 늘 필자가 강조하는 대로 그렇게 정면 대응만 안 했다면 이 영화는 개봉관에 올려져도 거의 3~4일 만에 내려올 그런 수준의 영화였다.

아무리 미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무지하고 이른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인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를 본다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 분명했다. 코믹도 아니라 저질보다 못한 수준으로 완전히 팩트라고는 하나도 없이 북한 최고 지도자를 묘사했으니, 오히려 비난은 제작자에게 돌아갈 것이 뻔했다. 오죽하면 탈북자 출신 보수 언론인이 북한 주민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오히려 최고존엄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비아냥했겠는가.

영화에서는 입북한 미국인들을 속이기 위해 평양 시내 상점이 과일로 위장한 물건들을 전시했고 이를 주인공이 알고 나서 격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진짜 과일을 전시하는 데 10만 원이 든다면 그러한 과일과 똑같은 모양새의 물건을 만들어 전시하는 데는 천만 원도 더 들어갈 것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얼마나 기본적인 생각도 없이 만든 영화라는 것이 탄로난다. 코믹을 만들더라도 어느 정도 팩트를 반영했으면 그나마 모독이라도 될 것인데, 그냥 최고 지도자가 술을 먹고 즐기는 장면이나 나중에 사망하는 장면을 담았다. 그야말로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영화였다. 거기에는 미국의 강경 세력들도 한몫을 했다.

북한이 핵개발도 하고 미사일 실험도 자주 하고 계속 이른바 도발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미국 네오콘(매파, 강경파) 세력들은 제발 북한이 모든 외교정책에서 강경하게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그런데 이들은 기다리고 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적을 항상 만들어야 하니 부추기는 작업을 더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매파들은 이미 북한을 부추기는 핵심 아킬레스건을 잘 알고 있다. 이른바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것이다. 북에 대해서도 나름 연구한 이들 매파들은 '최고존엄'이 북한의 집권 세력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잘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그것을 건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건드리면 북한의 모든 세력들은 본능(?)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들 매파들은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이 영화 <인터뷰>를 둘러싼 해프닝이었다. 영화 같지도 않은 영화는 북한의 최고존엄을 건드렸다는 것으로 보도되기 시작하더니 최고 지도자가 미사일에 의해 사망하는 장면이 강조되면서 북한에 대한 모독적인 영화라고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북한 지도부는 즉각 강력한 반발을 하기 시작했고 미 본토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는 사이 이 영화를 만든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영화의 유명세는 하늘 모르게 치솟았다. 누가 뒤에서 이러한 상황에 기쁨을 금하지 못하였을까? 바로 미국 네오콘 세력들이다.

소니 영화사가 상영 보류를 결정하자, 미국 행정부 세력들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영화를 개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렇게 상황이 돌변하자 이 영화는 개봉되어 볼 사람 안 볼 사람들 모두 다 보게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었다. 소니 영화사도 주류 극장에서는 개봉을 안 했지만, 온라인 등으로 알려지고 판매되는 바람에 손해는 보지 않았다.

결론은 무엇이었는가? 북한이 대응만 안 하고 넘어갔으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영화가 일부 보수 서구 언론들이 바람을 넣고 뒤에서 네오콘이 조정해 북한의 강력 반발을 이끌어 낸 결론은 무엇이었는가?

영화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까지 보게 되면서 북한이 걱정하는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은 더 펴져만 갔고 소니 영화사 해킹 의혹까지 씌워지고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조선 로동당 고위급 간부들이 아직도 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최고존엄을 걸고 넘어지더라도 제발 2015년에는 그냥 넘어가길 바란다.

'당신은 북한 사람이 아니니 그런 말을 할지 몰라도 우리 체제에서는 그러한 것을 있을 수 없다'는 반박을 하지 말기 바란다. 바로 그것을 미국 매파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면 더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잉 반응이 어떤 결과들을 불려 오는지를 뻔히 보면서도 같은 대응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최고존엄에 대한 충성일까?

미국 강경파 핵심 전략 '최고존엄을 건드려라'... 북한 대응 전략은?

미국 매파들이 지난해 이러한 북한의 최고존엄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최고의 작품은 이른바 '북한 인권문제'였다.

사실 망명을 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 대해 좋은 말을 할 리는 만무하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이러한 탈북자들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을 모아서 북한 인권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보고서를 만들면서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제1비서에게는 각하(Excellency)라는 존칭을 써가면서까지 이러한 인권 유린 실태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슬슬 미국 강경파들이 다시 등장한다.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슬슬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바뀌며 국제사법재판소(ICC)에 회부할 수도 있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탈북자들을 불러 놓고 회의를 열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여기에 북한은 또 말려 들었다.

자기들은 목숨처럼 생각하는 최고존엄이니 안 말려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유엔 등에서 강력한 항의 성명을 내고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자처해 정면 대응했다. 하지만 어쩌면 소니 영화사 <인터뷰> 영화와 동일한 꼴이 되고 말았다.

서구의 언론들은 연일 항의하는 북한의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마치 이것이 최고존엄을 사법기관에 회부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도했다. 인권 유린의 사실 여부도 주체도 밝혀지지 않은 마당에 이미 이것을 넘어 이슈는 다시 북한 최고존엄으로 맞춰졌다. 미국 강경파들의 의도가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 북한은 날뛸 것이고 그러는 사이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는 온데간데도 없고 마치 북한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는 인상을 서구 언론을 통해 부각시키면서 꾸준히 이상한 나라의 적으로 만들고 말았다. 차라리 조사관이든 기자이든 다 조건 없이 북한으로 불러서 다 보여주고 이들 강경파들의 명분을 없애라는 조언을 할 틈도 보이지 않았다.

필자가 이런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자신들의 사회주의 체제가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그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이 주체사상을 매개로 한 김일성주의이며 이는 최고존엄을 결사옹위하면서 지켜진다고 한결같이 믿고 있는 나라이다. 사상과 체제는 자유이니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세계를 넓게 본다면 다 상대가 있는 법이다. 북한은 유일 최고 사상이라고 하지만 다른 상대가 볼 때에는 극히 폐쇄된 사회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항상 적을 만들어야 살아갈 수 있는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 매파들의 좋은 밥그릇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대와의 싸움에서 북한이 이기려면 최고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북한은 체질적으로 그것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강경 매파들이 자기 밥그릇인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는가? 60년 이상을 평양 코앞에서 전략폭격기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전쟁 연습을 해왔으니, 북한의 두려움도 어지간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평양을 접수하는 일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굳이 북의 핵억지력이나 중국 등 주변 정세를 설명 안 해도 북한이 더 잘 알 것이다. 상대가 항상 농사철 시작 시즌에 훈련을 하니 이에 대응해야 하는 북한의 손실도 물론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로들 훈련을 하면서 항상 상대방의 침략과 도발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한다. 북한이 머리를 쓰려면 바로 이점을 노려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관하듯이 한미 연합훈련에 참관하겠다고 고단수의 머리를 쓰라는 것이다. 한미가 수용 안 해도 북한이 이기는 제안이 아닌가?

미국은 점점 국방 예산이 줄어들고 이제 남한에 떠넘기는 비용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침략과 도발한다는 상대방이 와서 참관하고 군사 물자만 엄청나게 소비해, 별 필요 없는 연례 군사훈련에 남한 국민들의 세금이 왕창 나간다면 북한이 아니라 남한 국민들이 이제 하지 말라는 여론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지 말고 무슨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유일 주체사상이 최고라면, 융통성을 갖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세계에서 생존하고 체제를 유지하려면 중국식 개혁과 개방이 아니고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자기들의 유일사상에 빠져 이 점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득을 보는 세력이 바로 미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 네오콘 세력들이다. 이들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최고존엄만 건드리면 무엇이든지 자기들 뜻대로 할 수 있고, 해왔다는 것이 증명된 지난 2014년이었다.

이들 세력들이 생존할 수 있는 분단체제가 깨지지 않고 더욱 공고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적으로 핵억지력 개발에 성공했다면 이제 대외적으로는 어떠한 노선과 정책을 펴야 북한도 생존하고 남북관계도 증진하며 통일을 향해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정답은 북한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즉, 자기 체제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그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즉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전략에 이제는 말려들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냅두라"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일에 그리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아직 김정은 제1비서 체제가 성숙되지 못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필자는 늘 북한 문제를 연구하면서 자기 체제가 그렇게 최고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고 굳어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사상 강화를 체질적으로 습득한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이는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자기들의 체제와 최고존엄을 결사옹위하겠다는 생각은 속으로만 가지고 있고 다른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오히려 북한 체제는 더욱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쿠바와도 국교 정상화를 했으며 원수지간인 이란과도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미국 강경파들이 북한과는 협상이나 평화조약을 맺지 못하는지는 이제 따지지 말자. 오히려 이들 강경 매파 세력들이 항상 적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므로 북미관계가 더욱 악화해 갈 것이 오늘날의 정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추가 핵실험이든 미사일 발사든 모든 다해서 극과 극으로 밀어붙여야 그때서야 미 강경파들이 협상하자고 나올까?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굳이 핵억지력이나 보복 공격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미국이 평양을 공격할 수 없듯이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북한은 미국 매파들을 고립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북미 수교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세상이 놀랄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해 매파들의 명분을 없애고 체제 보존과 평화 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장기적으로 통일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어떻게 외교정책을 바꾸어야 할까? 사상과 체제의 절대성과 최고성만 강조해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2015년에는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미국 매파들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조선 로동당 최고위급 간부들의 대오각성이 다시금 요구되고 있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실의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고존엄, #북미관계, #매파, #주체사상, #북한 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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