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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도넛가게 할머니
 맛있는 도넛가게 할머니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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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유럽화폐단위) 노, 쿠나(크로아티아 화폐단위) 예스."

도넛을 맛보고 10유로짜리 지폐를 내놓자 할머니는 손사래와 고개를 흔든다. 안 받는다는 뜻이었다. 쿠나가 없어 유로를 내놓자 옆에 할머니에게 무어라 물어본다. 그러자 옆에 할머니도 고개를 흔든다. 아마도 그 할머니도 모른다는 뜻인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해 하자 할머니는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한다.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제야 가이드가 했던 말이 생각난 것이다. 이곳 재래시장에서는 유로는 안 받고 크로아티아 돈인 쿠나만 받는다고 말이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도넛은 정말 맛있었다. 도넛이 얼마 남지 않아 우리가 다 사려고 했는데….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

성벽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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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손실된 건물
 화재로 손실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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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스플리트로 출발을 했다. 스플리트는 달마시안의 황홀한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3시간을 달려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안 궁전이란 곳에 도착했다. 아주 오래된 건물이란 느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화재로 타다 남은 흔적도 있었고 허물어진 곳도 그대로 있었다.

손실된 채 그대로 놔둔 건물들을 많은 사람들은 보러 온다. 그리면서 한마디씩 한다.

"어머나 저런 건물도 그냥 놔두었네."

그리고는 사진을 찍기에 바쁜 모습들이었다. 건물 지하에 들어가니 천정은 곰팡이가 핀 것처럼 더욱 낡아 있었다. 액세서리 등 영업도 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디오클레시아 궁전
 디오클레시아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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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들
 거리의 악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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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나와 오래된 성당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어디에선가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사색에 잠긴 사람들의 모습이 참 편안해보였다. 나도 잠시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보았다. 고풍스러운 성당이라 그런지 빛바랜 주변의 모습은 정겹기까지 했다. 연인끼리, 친구들과 함께 혹은 혼자 그곳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네 재래시장을 닮은 시장 골목

그 옆으로 수제화 골목이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아이쇼핑을 하다가 '예쁘고 싸면 한 켤레 사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격은 그다지 싸지는 않았다. 그 골목은 옷,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 다양한 품목이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고 재래시장을 찾아 나섰다.

수제화 골목
 수제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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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모습
 재래시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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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과일
 풍성한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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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골목길을 헤메다 재래시장으로 들어섰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곳이었다.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 무엇이든지 다 있었다. 새벽에 문을 연다는 재래시장은 풍성한 과일, 고추, 마늘 푸르른 채소, 꿀, 등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것저것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가서 밥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대부분은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을 가지고 나온 거라 한다.

정말 맛있는 도넛이었는데... 사지 못한 안타까움

노란국화, 빨간장미, 선인장 등의 식물도 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뒤편으로 가니깐 옷을 파는 가게들도 있었다. 우린 다시 식품 파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한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도넛을 파는 곳이었다. 점심을 먹기 전이라 출출해져 있었다.

옷, 가방 등을 팔고있는 시장풍경이다.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한 모습
 옷, 가방 등을 팔고있는 시장풍경이다.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한 모습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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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이 있는 구시가
 시계탑이 있는 구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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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먹어보라면서 도넛을 하나 집어 주었다. 난 출출한 김에 얼른 받아먹었다. 옆에 있는 올케와 언니도 하나씩 맛을 보았다. "도넛 맛있다, 사먹자"하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도넛은 얼마 안남아 할머니는 다 팔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 역시 몇 개 안남은 도넛을 다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도넛의 소에서는 은은한 과일향이 났고 적당히 달아 입맛을 당기게 했던 것이다.

하나씩 맛을 보고 10유로를 내니 할머니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손사래를 지었던 것이다. 우린 그 전날 커피를 마시고 거슬러 받은 쿠나가 있다는 착각을 하곤 지갑을 샅샅이 뒤졌지만 쿠나는 남아있지 않았다. 쿠나는 남아 가지고 올 경우 환전이 되질 않아 와인 한 병을 산 기억이 그때야 났던 것이다. 지갑을 뒤져도 쿠나가 나오질 않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었는지 우릴 그냥 가라고 했던 것이다.

카메라를 내밀면서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조금은 멋쩍은 모습으로 활짝 웃으면서 멋진 포즈를 취해주었다. 할머니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 사람들도 우리나라 할머니들처럼 소박하고 정감을 느끼게 했다.

사진을 한 장 찍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내내 무거웠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맛있는 도넛을 사서 할머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곳 장터에 나온 사람들 모두 소박하고 친절했다. 우리나라 5일장에 나오신 인심 좋은 할머니들을 그곳에서도 만난 것이다.


태그:#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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