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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정보 유출 이후 1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1억 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되면서 전 국민의 개인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지금은 어떨까요. 수많은 금융사에 저장된 우리 정보들은 안전한 걸까요. <오마이뉴스>는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1년을 앞두고 개인 정보 유통 실태와 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반란을 취재합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9일 오후 2시 40분]

지난해 7월 이아무개씨는 연달아 울리는 문자메시지 소리에 늦은 저녁 잠에서 깼다. 카드 결제내역 알림 메시지였다. 이씨는 결제내역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3~4분 사이에 영국에서 누군가 자신의 A카드로 결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새벽에 전화해서 카드 정지 시키고 다음 날엔 점심도 거른 채 은행에 가서 부정사용 이의신청을 했다"며 "또 일일이 전화해서 거래처 은행과 자동이체를 옮기느라 진을 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도대체 왜 이 밤중에 놀라서 카드사에 전화하고 맘 졸이고 살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카드사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게 된 데 원인을 제공했다"며 "그들의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다, 소송을 통해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해당 카드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여전히 정보유출 소송접수중...카드사 가벼운 징벌에 "괘씸"

금융정의연대, 에듀머니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수동 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정부의 반복적인 무감독 무대책 규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촉구하는 서민금융 보호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 자르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에듀머니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수동 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정부의 반복적인 무감독 무대책 규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촉구하는 서민금융 보호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 자르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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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국민, 롯데, 농협카드에서 1억400만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1년이 지났다. 여전히 대출권유문자는 하루 종일 울리고 파밍 등 신종금융사기와 해외부정결제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피해에 시달리던 소비자들도 반격에 나섰다. 카드사를 상대로 한 공동소송을 통해서다.

청구금액은 유출범위에따라 10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다양하다. 피해자들은 단지 소송을 통해 수십 만 원을 받아내는 게 목적은 아니다. 아무런 반성없는 카드사에 대한 괘씸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유출된 정보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는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대응을 하고 있다. '비밀번호가 털리지 않았기 때문에 위변조 및 복제에 의한 부정사용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정보유출로 카드 3사에게 내려진 징벌은 가벼웠다. 3개월 영업정지에 롯데카드에는 과징금 5000만 원과 과태료 600만 원, 농협카드에는 과태료 600만 원이 전부다. KB국민카드에 대해선 아직까지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등을 통해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약 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공동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3사의 소송가액은 1500억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에 고객정보 우습게 알면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 줄 것"

공동소송을 맡고 있는 이흥엽 변호사는 유출 사고가 일어난 후, 새벽 2시까지 사무실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이메일로 보낸 소송 신청 때문이다. 저녁 한 끼 먹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직원 10명은 피해자들이 보낸 인적사항,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항목 캡처 등을 정리하는데 밤낮없이 매달렸다. 이렇게 모인 피해자는 7만 명. 소송 건수로는 10만 건에 이른다.  

이 변호사는 "그간 2011년 네이트·싸이월드 해킹 사건 등 정보유출사고로 인한 소송들이 있어 왔지만 대부분 패소했다"며 "그러나 카드사 정보유출은 해킹이 아니라 카드사들의 과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카드사들은 외주업체 직원들에게 보안 해제를 임의로 해주고 USB(이동식저장장치)관리도 하지 않았다"며 "승소 가능성을 85%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정보를 유출해도 별다른 제재조치를 받지 않아 유출사고가 계속 터지는 것"이라며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자로 추산되는 1000만명이 만약 모두 소송에 참여해 승소하면 카드사들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소송을 통해 카드사 등 금융사들에게 고객정보를 우습게 알고 관리하지 않으면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바른의 경우도 지난 9월 카드 3사를 상대로 피해자 2000명을 대리해 1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바른은 지난 해 12월부터 2차 소송을 접수하고 있다. 현재 300여명이 소송 참가 신청을 한 상태다.

바른의 장용석 변호사는 "법원은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2차로 시중에 유통되었는지 여부에 관심을 갖는다"며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의 경우 1억400만 건의 유출된 정보 중 8000만 건이 시중에 2차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승소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법원이 KT 정보유출 사고에 대해 1인당 손해배상금 1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카드 3사도 소송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2012년 KT 개인정보 유출 사고 피해자 870만 명 가운데 100명이 정신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아무개씨 등이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KT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KT의 과실을 인정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법원은 같은 사건의 피해자 2만8000여명이 낸 소송에서도 KT가 원고 한 사람당 10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데 이어 두 번째 유출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태그:#KB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 #카드사 정보유출, #공동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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