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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의 해는 꽃피는 봄에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뒤 쏜살같이 빠르게 겨울까지 내달렸다. 그 겨울의 한가운데서 양의 해가 찾아왔다. 평창 대관령 하늘목장의 양들이 서로 몸을 맞닿은 채 평온한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도 서로 의지하며 몸과 마음에 온기를 지키고 평탄한 한해를 보내기를 기원하는 듯하다.
 2015년의 양의 해다. 양은 사람과 닮은 점이 많은 동물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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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가 좋아서 순한 양이 되었지. 풀밭 같은 너의 가슴에~♬."  

중년층 이상이라면 한 번쯤 이런 노랫말로 시작되는 유행가를 들어봤을 것이다. 가사는 대다수 대중가요처럼 사랑이 주제인데, 가만히 읊조리노라면 '양'이라는 동물로 사랑하는 마음을 풀어간 게 꽤 인상적이다.

무리짓기 좋아하는 양... 왜 그럴까

2015년은 양의 해다. 한국인들에게 양은 제법 친숙하지만, 생활 반경에 가까운 동물은 아니다. 초등학생만 돼도 양이 대략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존재인지를 안다. 하지만 소나 돼지처럼 우리나라 시골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 못해 식육으로 빈번하게 접하는 것도 아니다.

양이라면 사람들에게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서너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듯 하다. 유행가 가사처럼 '온순'도 그 중 하나일 터이고, '초원의 양떼'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목자'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희생양'도 그 중 하나겠고.

실제 양은 어떤 동물일까. 양은 가축 가운데 '무리 짓기'를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동물행동학 관점에서 무리 짓기를 빼고는 양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 또한 무리짓기와 모두 다 연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 짓기는 보통 온순한 혹은 양육강식에서 약자인 동물들이 진화과정에서 생존 수단으로 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는 영양이나 얼룩말, 누 등이 한 예다. 사람 또한 무리 짓기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인간 역시 동물로서는 '온순한' 속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무리를 지으면, 포식자들에 대한 감시의 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포식자에게 잡아 먹힌다 해도 무리 중의 극히 일부만 희생되는 방식으로 전체의 안위를 꾀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오히려 사람보다 양들에게 더 잘 들어 맞는다.

'희생양'이란 표현의 기원 또한 무리 짓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예로 고대 유대인들은 많은 사람의 죄를 대신 씌워 양 한 마리를 황야로 내쫓았는데 이를 희생양이라 불렀다. 양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있으면 생존 확률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당하는 양 입장에서는 가혹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양의 무리 짓기는 동물 행동생태학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보통 4마리 이상일 때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 가운데는 예외 없이 리더가 있으며, 다른 양들은 리더 양의 움직임을 거의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로 따른다. 사람의 경우 '셋이 길이 가면 그 가운데 스승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양은 사람보다는 좀 숫자가 많아야 위계질서나 체계가 생기는 점이 흥미롭다.

양의 무리 짓기와 리더 따르기는 인간들이 방목을 사육 방식으로 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양은 하루 종일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풀을 찾아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밀식 사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방목에 비해 경제성을 갖추기 어려운 탓에 양은 방목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축이다.

양처럼 온순? 사실과는 좀 달라

양은 무리 짓기 외에도 동성애가 흔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사람과 닮았다. 양의 동성애는 암컷 양보다는 수컷 양에서 뚜렷하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수컷 양 중 8%가 동성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동성애 비율은 흔히 10%로 추정된다.

양을 연상하면 목자를 떠올리는 것 또한 목자 한 사람의 리드로 수많은 양떼들을 어렵지 않게 통제할 수 있는 특성과 관련이 있다. 종교 상징적 관점에서는 양들을 이끄는 건 목자인데, 생태학적 시각에서는 초원이라는 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실제로 한국에서 양들이 많이 사육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초원이 덜 발달돼 있기 때문이기도하다.  또 우리의 목동 문화가 양을 많이 키우는 중동이나 유럽, 몽골 등과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희생양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지구상 최초의 체세포 복제 대상이 된 것도 양이다. 1996년 태어나 '돌리'(Dolly)라 이름 붙여진 양으로, 내년이면 '돌리 탄생 20주년'이 된다. 돌리를 탄생케 한 체세포 복제 기술은 1995년에 확립됐다. 때문에 올해는 양을 이용한 체세포 복제 기술이 확립된 20주년이기도 하다.



한편 무리 짓는 것 하나만으로 가축으로 사육되기 이전의 야생 양들은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었다. 양들도 나름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위의 유튜브 동영상 등에서도 양들의 이런 행동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양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소와 비슷하며 훈육도 가능하고 사람과 동료 양들의 얼굴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두뇌를 갖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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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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