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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날 신사를 찾아 물로 손을 씻고 본전에서 복을 빕니다.
 새해 첫날 신사를 찾아 물로 손을 씻고 본전에서 복을 빕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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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시가현 고가시 모리시리 마을에 있는 야가와 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첫날 신사나 절을 방문하여 복을 비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것을 하츠모데(初詣)라고 합니다. 두 곳 이상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큰 도시에 있는 유명한 신사는 정월 첫날부터 사흘 동안 몇 십만 명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절이나 신사를 찾는 사람들이 복을 빌면서 본전 복전함에 넣는 돈을 세는데 일주일이 걸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절이나 신사는 사흘간 들어온 돈으로 일 년을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골 작은 마을에 있는 야가와 신사에는 그다지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신사를 찾아오는 발걸음이 오후까지 이어졌습니다. 신사에 오는 사람들은 먼저 세심정에서 물로 손을 씻고 입을 행구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사 본전 앞에 와서 복전함에 돈을 던져 넣고, 방울을 흔들고 박수를 두 번 치고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복을 빕니다.

신사의 신이 방문객의 기원을 들어주는지 여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불안정하고, 앞날을 알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이 가지는 소박한 맘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본전에서 기원을 마친 방문객은 신사 직원이 파는 장식품을 삽니다.

  본전에서 복을 빌고 화살 꾸미개를 사고 있는 사람들과 점괘를 확인하고 종이를 지정된 곳에 묶어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본전에서 복을 빌고 화살 꾸미개를 사고 있는 사람들과 점괘를 확인하고 종이를 지정된 곳에 묶어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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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파는 장식품은 신사에 따라서 부적이나 꾸미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정월에 파는 장식품은 화살 꾸미개입니다. 화살은 과녁을 맞히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자신의 소망도 화살이 과녁에 맞는 것처럼 적중하기를 소망하는 주술 표현입니다. 사람들은 화살 장식을 사서 집안에 걸어 놓습니다.

사람들은 꾸미개를 산 다음 한 해의 운세를 점치는 곳에서 점괘를 뽑습니다. 자신의 띠에 해당하는 점괘를 찾아서 뽑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합니다. 대부분 긍정적이고 좋은 표현으로 가득합니다. 아마도 운세 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주는 신사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점괘를 확인하고 그 종이를 벽에 묶어놓습니다. 

  야가와 신사 입구에 있는 돌다리와 누문입니다. 누문은 1472년 처음 지어졌고 1592년 새로 지은 것입니다.
 야가와 신사 입구에 있는 돌다리와 누문입니다. 누문은 1472년 처음 지어졌고 1592년 새로 지은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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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신사 본전에서 복을 기원하고, 꾸미개를 사고, 점괘를 뽑아본 다음 집으로 돌아갑니다. 비록 간단한 일이지만 마을 사람들이나 부근 마을에서 가족 단위로 차를 타고 와서 복을 빕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일 년에 한 번은 신사를 찾습니다.

야가와 신사는 시가현 고가시에서 오래된 신사로 유명합니다. 특히 띠로 지붕을 이은 신사 입구 누문은 보기 드문 명소이기도 합니다. 처음 1472년 신사 주변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를 기념하여 이층으로 누문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 뒤 1592년 바람으로 지붕이 나라가서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정월 첫날 오후 3시 무렵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고 눈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야가와 신사 입구에 있는 편백나무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월 첫날 오후 3시 무렵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고 눈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야가와 신사 입구에 있는 편백나무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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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가와 신사 가는 법> JR오사카나 교토 역에서 비와코선 전차로 구사츠(草津)역까지 간 다음 구사츠 선으로 갈아타고 고난(甲南)역에서 내려 걸어갑니다. 오사카역에서 90 킬로미터 쯤 떨어져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새해맞이, #야가와 신사, #하츠모데(初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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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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