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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백신접종을 다 했다는데도 구제역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이유가 다 있었다."

충남 예산군이 20마리 미만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 소규모 영세농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제역 백신접종시술 지원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백신접종시술을 대행하는 수의사가 소에게 백신접종을 시술한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시술비를 가로채는 조작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은 이 수의사가 시술비를 청구하기 위해 제출한 백신접종내역서의 진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양성판정을 받은 천안시 수신면의 한 양돈농가를 시작으로 충남에서도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서 허술한 행정과 수의사의 부정으로 인해 예산지역의 구제역 방역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군에 따르면 지역의 수의사를 통해 소규모 영세농가에서 사육하는 소에게 구제역 백신접종을 시술하는 사업을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다. 7명의 수의사가 대상농가를 찾아 백신접종을 시술한 뒤 가축주의 서명을 받은 백신접종내역서를 군에 제출하면 1마리당 3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수의사 ㅅ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 11월 봉산면 신아무개씨 농가의 소 16마리에 백신접종을 시술했다며 가축주의 서명을 위조해 시술비를 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ㅅ씨가 군에 제출한 다른 백신접종내역서에서도 신아무개씨 농가의 사례와 비슷한 유형의 의심스런 서명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ㅅ씨가 올해 고덕면과 봉산면에 있는 축산농가의 소 1552마리에 백신접종을 시술했다고 받아간 시술비 465만6000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ㅅ씨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ㅅ씨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잘못한 일이다. (부당하게 수령한) 군비(시술비)는 물어내겠다"고 시인한 뒤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읍면사무소를 통해 축산농가와 전화 한통화만 했더라도 백신접종내역서의 진위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을 해야 할 군은 수의사가 제출한 백신접종내역서만 보고 시술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ㅅ씨의 부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군 산림축산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일일이 축산농가에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백신접종내역서에 적힌 가축주의 서명과 수의사만 믿고 시술비를 지급했다"며 "앞으로 가축주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ㅅ씨에 대한 조사를 벌여 문제가 있는 시술비를 회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의 구제역 백신접종정보를 등록하는 쇠고기이력제 전산망도 엉터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이 수의사가 제출한 백신접종내역서를 해당 읍면으로 보내면 각 읍면 담당자들이 이를 보고 쇠고기이력제 전산망에 백신접종정보를 등록하기 때문이다.

ㅅ씨와 같이 백신접종내역서를 허위로 작성했을 경우 쇠고기이력제 전산망에 등록한 백신접종정보도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한 축산농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구제역 백신접종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0마리 미만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 예산지역의 구제역 백신접종시술 지원사업 대상농가는 모두 866농가로, 사육두수는 6608마리에 이른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구제역, #백신, #수의사, #축산농가,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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