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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국기헌 기자) 고용노동부가 23일 노사정위원회에 보고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형태별 맞춤형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임금, 근로시간, 근로계약 제도개선을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 근로자 10명 중 3명이 비정규직 = 최근 국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중은 감소 추세이나 높은 임시직 비중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차별, 그리고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 등과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비정규직은 607만7천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2.4%를 차지한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중소기업, 여성,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데 있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비정규직의 88.2%가 100인 이하 기업에 집중돼 있다. 성별로는 여성 비정규직 비중이 53.5%로 남성을 웃돌며 60세 이상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68.7%에 달한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자리 부족(43.1%)과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41.6%)를 꼽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근로조건 격차를 줄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인적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의미다. 고용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부제를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이라고 명명한 것에는 이런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진…차별·남용 방지 =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고용형태별로 근로조건 개선에 주안점을 뒀다. 우선 35세 이상 기간제·파견 근로자가 원하면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2년까지만 일할 수 있다. 대상을 35세 이상으로 한 것은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을 우선 임시로 채용하는 관행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고용부는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최근 이뤄진 실태조사를 근거로 든다. 

고용부가 올해 상반기 시행한 사업체 기간제 근로자 현황조사 결과, 기간제 근로자의 80% 이상이 당사자 합의 시 기간연장 및 이직수당 지급방안에 찬성했다. 고용부가 학계 전문가에게 의뢰해 기간제 재직자와 기간제 경험 구직자 등 11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기간제한으로 인해 계속 근로가 어려웠거나 향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답변이 65.4%였다.

한 사업장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묻자 53%가 '기간제한을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하되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 종료 시 금전보상을 하는 방안에 대한 찬성비율은 82.3%에 달했다.

현재 1년 이상 일해야만 기간제·파견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3개월 이상만 일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고용부는 1년이 못돼 계약이 해지된 근로자 195만 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용기간이 연장된 뒤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면 퇴직금 외에 연장 기간에 받은 임금의 10%에 달하는 이직수당도 받게 된다. 기업이 값싼 계약직 근로자 채용을 남발하는 것을 막고 이직하는 계약직 근로자의 구직활동을 돕게 하자는 취지다.

기간제·파견 근로자에 대한 계약 갱신 횟수도 2년에 세 차례로 제한된다. 기업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초단기 계약을 남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다만 일용계약이 흔한 건설일용직 등 단기계약이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했다.

편의점 판매 종사원, 주유원 등 단순노무 종사자에 대해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현재는 사업주가 수습 기간에 3개월간 최저임금의 10%를 덜 줘도 된다.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 대리권이 허용된다. 지금은 개인이 노동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여객선 선장, 기관장, 철도 기관사, 관제사, 항공기 조종사, 관제사 등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된 업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및 보건 관리자는 정규직만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계속 근무한 65세 이상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 현재는 용역업체가 변경되면 65세 이후에 새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 외주 노동시장 합리화 유도…파견업종 확대 =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시적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에 비해 경직된 파견 대상과 업종 제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현재 32개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에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이 추가된다. 고소득 전문직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파견이 계속 금지된다. 고용부는 인력난이 심한 업종을 대상으로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파견규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산업안전·복지·훈련 제공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파견·도급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내하청업체의 위험작업에 대한 원청의 공동안전보건조치 의무대상을 현행 20개에서 더 늘린다.

6개 특수형태업무 종사자가 산재보험 외에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6개 직종은 레미콘자차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등이다. 

현재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6개 직종 외에 신용카드·대출 모집인, 전속대리 운전기사 등 전속성이 강한 3개 직종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업무 대가를 받지 못해 생계가 곤란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계비를 1천만 원까지 2.5%로 융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노동시장 활력 제고…정규직 채용 여력 확대 = 휴일근로를 포함해 현재 68시간까지 허용되는 근로시간은 6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단축된다. 추가연장 근로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시 노사부담 완화를 위해 주당 8시간까지 인정하되, 월·년 단위로 총량을 규제한다. 1개월 총량은 24시간, 1년은 208시간이다.  연장근로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은 현재의 26개업종(328만명)에서 10개업종(147만명)으로 줄어든다. 

기업의 인력운용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기획업무 담당자 중 고소득 근로자에겐 시간이 아닌 업무 단위로 근로 총량을 측정하는 재량근로가 적용된다. 계절과 생산수요 변동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도 최장 1년까지 늘어난다.

야근 등 더 일한 시간을 모아 휴가를 갈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도 도입된다.  기업이 불가피하게 경영상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경영이 정상화되면 동일 직종에 재고용토록 하는 등 절차적 요건을 강화한다.

강화될 절차적 요건은 해고회피 노력의 구체화, 근로자대표 합의사항 확대 및 서면 통보 의무화, 해고신고 의무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 등이다. 객관·합리적 기준에 의한 평가를 거쳐 저성과자에 대한 직무·배치전환 등과 같은 해고회피 노력을 규정한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된다.

취업규칙 변경기준도 판례상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요건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명확화된다. 현재 취업규칙 변경 때 일관된 규정이 없어 노사분쟁이 빈발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계약 기간이 남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되면 남은 계약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현재 계약기간을 남기고 해고된 기간제 노동자가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내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남은 계약기간이 지나면 해고의 불법성을 다투는 게 의미가 없다며 위원회 등이 신청을 각하해 임금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비정규직, #장그래,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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