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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 2층 한국서예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만난 어르신 한 분이 서예작품 앞에 서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렸을 때 서당을 다녀 한자 꽤나 공부를 했는데 이 글씨를 읽기가 어려워요. 이 글씨체가 초서체라는 것은 알겠는데 초서를 읽을 수 없으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네요. 나같은 사람이나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작품 설명문에 초서나 행서, 전서를 해서체로 바꾸고 한자에 독음을 달고 해석을 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것 같은데..."

박물관의 유물은 현재의 우리와 호흡할 수 있어야 유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중요한 석기를 하나 전시해 놓고도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그 돌은 그냥 돌일 뿐이다. 석기가 냇가에 있는 수많은 돌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것은 그 돌이 석기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서예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예 전문 박물관이다. 석문, 법서, 조선의 명필 글씨, 편지글, 근대 명인작품, 사군자, 문방사우, 사랑방 등의 주제로 구성되어있으며, 우리나라 서예사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성격과 시기에 따라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각 주제별 코너마다 설명 패널을 배치하여 전시 구성품에 대한 이해가 쉽도록 하였으며 서예의 감상과 이해를 돕고자 전시실 입구에 영상매체와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교육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되어있는 서예작품은 모두 한문이며, 그것도 갑골문, 금문, 전서체, 예서체, 해서체, 행서체, 초서체 등이 망라되어있다. 이런 작품은 전문 서예인도 읽기 힘들 정도로 어려우며, 일반인이 읽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일반 관람객과 어린 관람객이 읽지 못하고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미술품 보듯이 서예작품을 본다면, 이런 유물은 유물로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박제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전시되어있는 서예작품 아래에는 작은 설명 패널이 붙어 있는데, 누구의 작품인지, 누구의 시를 쓴것이며, 제목이 뭔지 정도만 설명이 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작품의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직접 읽고 해석이 가능하거나, 인터넷에서 해석을 찾아보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나마 이것도 해서체일 경우만 가능한데, 대부분의 작품은 행서체, 초서체, 예서체, 전서체 등으로 써있으니 읽지도 못하고 찾아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작품 설명을 알기 쉽고 자세하게

서예작품의 내용을 해설할 때는 작품에 있는 서체를 해서체로 바꾸고, 그 옆에 한글 독음을 달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의 해석을 곁들이면 누가 읽어도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박물관 측에서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가운데 두점이 스승과 제자의 작품이다.
▲ 수원박물관 서예작품 가운데 두점이 스승과 제자의 작품이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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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되어 있는 서예작품 중에 석재 서병오와 죽농 서동균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다. 스승과 제자 관계이며, 이문열의 소설인 '금시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금시조'는 TV문학관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들의 작품을 해설할 때 이런 내용도 곁들인다면 관람객 입장에서도 흥미롭지 않겠는가.

박물관의 유물은 관람객과 호흡할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전시되어있는 서예작품은 전문 서예인을 위한 게 아니다. 일반인, 어린 학생들도 읽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수원은 인문학 도시답게 도서관도 많고 박물관도 많다. 전시물이 넘쳐나는 것도 좋지만, 전시물 하나하나가 가치있고 시민과 공감해야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 되며 박물관이 살아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박물관, #한국서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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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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