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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회식으로 폭탄주 마신 것 외에는 식단표를 나름 잘 지켰다. 병원 문을 열고 약간의 죄의식을 가진 채 체지방 측정기에 올랐다. 디지털 화면에 숫자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64.5kg!'

아싸~ 난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도 500g이 줄었다. 3주 만에 정확하게 2kg이 줄었다. 그리고 측정 센서를 잡았다. 일단 화면에 '비만'이라는 글자는 여전했다. 출력된 종이를 들고 가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이번엔 어떻게 나왔죠?"
"음…….  체지방이 약간 늘었네요. 근육량은 줄었고요."

"체지방이 늘었다고요?"
"예, 하지만 몸무게는 500g이 감량되었네요. 괜찮아요. 몸무게가 줄어들면서 체지방과 근육량은 서로 퍼센트를 주고받으며 내려가게 되어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국 체중조절이란 음식물의 입출력 문제

기구에 올라 start 를 누르면 초록색 길다란 판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인다. 배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티지만 충격은 굉장하다. 5분동안 기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마치 1킬로미터는 뛰어다닌 것처럼 몸의 근육이 요동을 친다.
▲ 병원에 있는 운동기구 기구에 올라 start 를 누르면 초록색 길다란 판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인다. 배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티지만 충격은 굉장하다. 5분동안 기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마치 1킬로미터는 뛰어다닌 것처럼 몸의 근육이 요동을 친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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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말에 조금 위안은 되었지만 씁쓸한 맘은 어쩔 수 없다. 일 년 전부터 술을 거의 입에 안 대 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할 즈음이 바로 연말이었다. 상황을 보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땐 한 달에 한 번 정도 술자리를 할까 말까였는데 오히려 다이어트를 시작하자마자 술자리가 더 자주 있는 셈이다. 시기를 잘못 잡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잘해 보자고 다시 손끝에 힘을 모았다.

체중조절은 간단히 생각해 보면, 결국 입력과 출력의 부조화에서 오는 것 아닌가? 내 몸이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나오는 열량을 얼마만큼 소비하며 남은 열량이 체내에서 어떻게 저장되는지에 따라 몸무게라든지 체지방과 근육량이 결정되는 것이다. 참 간단하다. 먹은 만큼 내 몸이 소비하면 된다.

과거 식민 수탈과 전쟁으로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때에는 비만이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농수산물 및 육류와 인스턴트 식품의 공급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음식물은 고영양, 고칼로리 식품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국민들의 생활패턴도 변화했다.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던 노동형태가 첨단 기술에 의지한 3차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육체적 강도는 낮아지는 대신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직종으로 변했다. 학생들 또한 도심 위주의 생활구조와 학업성적을 중시하는 교육제도로 육체적 운동과는 멀어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는 우리 몸의 입출력 형태에 심각한 부조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현대사에서 전쟁 직후 영양부족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불과 50여 년 만에 이제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 년에 수조 원을 쏟아붓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 변해도 많이 변했다.

인스턴트 음식은 이제 그만!

난 원래 식사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아침은 반드시 먹고 점심 식사는 밥 반 공기 정도에 반찬을 이것저것 골고루 먹는 편이고 저녁식사도 점심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런 나를 보며 주위 사람들은 식사량이 많지 않은데 왜 그리 복부비만이 심한지 이해가 안 간다며 혀를 찬다.

생각해 보면, 울산으로 발령 받아 내려와 주말부부를 할 때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평일에 근무가 끝나면 서울에서 파견 내려온 직원들과 일 주일에 서너 번은 술자리를 했다. 저녁에 집에 갈 일도 없고 여관에서 자야 하니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마시는 술이 2차를 불렀고 맥주와 양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난 식사량이 적기 때문에 안주를 거의 못 먹고 술로 배를 채울 때가 많았다. 근 2년간의 밤낮 구분 없는 술자리가 원인이 되었다고 자책해 본다.

하지만 가족이 모두 울산으로 이사를 한 후엔 술과 거리가 멀어졌다. 아무래도 가족이 있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될 뿐더러 함께 울산으로 파견 내려왔던 직원들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 자연스레 술자리도 멀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직원들 모두 퇴근하고 나면 나 혼자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식사를 간단히 때운다는 것이 사무실 옆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라면, 빵, 햄버거 등으로 채운 것이다. 모두 인스턴트 음식이고 고칼로리에 탄수화물 수치가 굉장히 높은 것들이다. 평소 운동이나 간단한 스트레칭 없이 뻐근한 내 몸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식습관을 이렇게 해왔으니 내 배와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의사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인스턴트 음식 섭취가 내 몸에 가져온 악영향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술자리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갖가지 인공조미료와 기름기 가득한 인스턴트 식품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던 것이다.

일단 병원에 오면 난 몸무게와 체지방 지수를 측정한 후 담당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일 주일 동안 식단표는 어떻게 되었는지, 운동은 어떤 식으로 얼마나 했는지, 잠은 잘 자며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은 어떤지 말이다. 체계적인 식단표만 잘 지키면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대신에 취침시간은 되도록 밤 11시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히는 스킨십을 많이 하라고 한다. 육체적인 에너지 소모에도 도움이 되지만 아이들과 나의 정신적 교감에 의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다이어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일시적으로 몸무게가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좋은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활력과 긴장을 주며 생체리듬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감당하지 못할 정신적 스트레스는 폭식이나 거식증을 불러올 수 있고 알코올이나 사행성 게임 등에 의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육체적 건강을 소유한 사람이라도 스트레스는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외적 충격이다.

아이들과의 스킨십,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아들! 아빠랑 놀자" 하면 핸드폰에 빠져 쳐다보지도 않던 아들들이 며칠전 부터는 나랑 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나의 바닥난 체력은 아이들을 피해 도망다니기 시작한다. 그럼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진다.
▲ 플라스틱 판에 물감을 묻히는 아이들 "아들! 아빠랑 놀자" 하면 핸드폰에 빠져 쳐다보지도 않던 아들들이 며칠전 부터는 나랑 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나의 바닥난 체력은 아이들을 피해 도망다니기 시작한다. 그럼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진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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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상담 시간에서 의사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스킨십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만큼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참 맞는 말이다. 퇴근하고 아빠가 아이들하고 레슬링이며 씨름이며 이름 모를 격투기도 하고, 아빠 몸을 놀이터 삼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한 운동이 된다.

여섯,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들의 운동량은 레슬링 선수들의 하루 운동량을 초과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않은가? 아이들과의 진한 스킨십은 정서적 교감과 심적 안정 그리고 부족한 운동량도 보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도 난 약 40여 분간 아이들과 놀다가 도저히 기력이 안 돼 도망 다녔다.

"아빠, 빨리 들어와요. 이것 좀 해봐요."
"아빠, 목 좀 내려 봐요, 올라타게. 아니요, 다리를 그렇게 하면 안 되고요."

아이들의 체력은 어디까지일까? 나도 어릴 땐 저랬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행복하다. 남자아이 두 녀석들과 씨름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사이 아내는 드라마도 좀 볼 수 있고 친정에 전화 걸어 수다도 떨 수 있으니 말이다.


태그:#비만 ,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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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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