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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밀양 송전탑 아래 모인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외쳤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오는 28~29일 사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주민들이 송전선로 아래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6일 오전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 과수원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천막농성장 바로 옆에는 '115번 송전철탑'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오랫동안 농성했던 곳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과수원 주인이 경운기로 농사일을 하며 송전탑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과수원 주인이 경운기로 농사일을 하며 송전탑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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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농성에는 경북 청도 삼평리 '송전탑 반대' 주민과 '신경기변전소·송전탑 반대 광주·여주시민연대' 소속 주민들도 함께 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농성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이곳 농성장은 우리의 역사다, 흉측한 송전탑이 세워졌고, 이제 철제펜스를 설치하고 있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상은 필요없고 송전탑 백지화를 주장해 왔다, 우리는 우리만을 위해 싸운 게 아니고 후손을 위한 싸움이다, 밀양의 69개 철탑을 뽑아낼 때까지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밭마을 김길곤(83)씨는 "나이가 많아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할 이야기는 많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왜 고생을 하는지 한전과 경찰은 알아야 한다"며 "우리가 언젠 돈 달라고 했느냐, 그냥 이대로 사는 게 행복이다"고 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날 '한전의 일방적인 마무리 선언, 시험 송전을 중단하고 주민들의 한숨과 고통의 신음을 들으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00m가 넘는 송전탑이라는 괴물의 몸에 진짜 초고압전기가 흐르게 된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 끝이란 말인가, 어떻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밑에 사람이 살고 있고, 주민들이 평생 일구어 온 논과 밭이 있고, 주민들에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무엇이 끝났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밀양의 69개 철탑 뽑아낼 때까지 싸울 것"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주민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주민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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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한전은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파행과 폭력에 대해 단 한마디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한전의 폭력적인 공사 진행으로 두 분의 어르신이 목숨을 버렸고, 10년간의 공사 강행으로 정다웠던 마을공동체는 갈가리 찢어졌고, 일부 주민에게 금전매수를 시도하기도 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부당한 공사'를 반대한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살가웠던 이웃과 고향이 아니라 도합 2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벌금과 사법처리,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면의 고통, 육신의 상처뿐"이라며 "그러나 한전은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한전은 쥐꼬리만한 공사위로금으로 주민들을 압박하여 마을공동체를 분열의 늪에 빠뜨렸다, 생존권 자체가 박탈되는 엄청난 재산 건강상의 피해에 비하자면 턱도 없는 개별보상금과 극소수 주민들만 쥐꼬리만한 혜택을 보는 '송주법' 보상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할 뿐, 주민들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직 '공사 완료'만을 떠들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이제 밀양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115번 송전탑 선하지에 다시 섰다"며 "밀양 4개면 반대 주민 260세대는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송전 불가'를 천명하며,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은 이날 '한전의 공개 사과'와 함께 "한전은 송전 이후 발생할 주민과 재산의 건강상 피해에 대한 객관적 실사 구기를 설치하고 피해가 검증될 시 주민이주를 포함한 주민피해보전을 약속할 것", "고리지역 노후원전 폐쇄, 전력수급계획변경 등 여건 변화에 따라 송전선로의 필요성이 사라진다면 송전탑 철거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한전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총 161기의 철탑을 세웠고, 밀양 5개면 구간에만 69기의 철탑을 세웠다.

한전은 송전탑 인근 주민에 대해 보상했지만 밀양 위양, 평밭, 고정, 여수, 도곡, 모정, 고란, 동화전, 용회마을 등 주민 260여 세대는 이를 거부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주민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주민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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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아래에서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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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앞에서 "송전 저지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8~29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 시험송전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6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370번지에 있는 '115번 철탑' 앞에서 "송전 저지 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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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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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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