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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덕인고가 지난 9월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교사 김혜심씨를 해고한 가운데, 김씨와 동료교사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시험기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줄곧 덕인고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목포 덕인고가 지난 9월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교사 김혜심씨를 해고한 가운데, 김씨와 동료교사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시험기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줄곧 덕인고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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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7시 30분 전남 목포 덕인고등학교 앞.

찬바람이 부는 등굣길에 "부당 징계 철회하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교사 여럿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 9월 말,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해고된 덕인고 교사 김혜심씨의 동료 교사들이다. 김씨와 동료 교사들은 시험기간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해고 이후부터 줄곧 손팻말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9월 김씨를 해임한 덕인고 측은 "학생들의 진술로 시험문제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김씨는 "전교조 결성 당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등 그 동안 재단(덕인학원)에 밉보인 게 이번 해임의 이유"라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현재 김씨는 교육부에 해임 처분 취소를 내용으로 하는 소청심사청구서를 제출해 놓고, 17일 마지막 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김씨의 소청심사청구서와 덕인학원(덕인고 소유 재단) 측의 답변서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다.

[쟁점①] 시험문제 유출인가, 일상적인 요약·안내인가

목포 덕인고가 지난 9월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교사 김혜심씨를 해고한 가운데, 김씨와 동료교사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시험기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줄곧 덕인고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덕인고로 진입하는 도로에 걸린 플래카드.
 목포 덕인고가 지난 9월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교사 김혜심씨를 해고한 가운데, 김씨와 동료교사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시험기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줄곧 덕인고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덕인고로 진입하는 도로에 걸린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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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인학원 측이 김씨를 해고한 이유로 밝힌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덕인고 3학년 기말고사 기간 중에 발생했다.

7월 4일 3교시 3학년 이과 '적분과 통계' 시험이 끝난 직후, 덕인고 측은 목포교육지원청으로부터 "특정 반에 적분과 통계 시험문제를 미리 가르쳐줬다"는 내용의 학부모 민원을 접수했다. 덕인고 측은 즉각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7월 7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고, 이후 덕인학원은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거쳐 김씨의 해임을 결정했다. 사립학교법 상 교원 징계위원회 위원은 학교법인 또는 경영자가 임명한다.

이번 해임을 둘러싸고 김씨와 덕인학원 측이 벌이고 있는 주된 쟁점은 '시험문제 유출의 진상'이다. 덕인고는 현재 수학 과목을 5개 반(솔로몬반, A반, B반, C1·C2반)으로 나눠 수준별로 가르치고 있다. 이 중 B반의 수업을 맡았던 김씨는 시험을 앞두고 "B반 학생들은 솔로몬반과 A반 학생과 달리 수학 교과에 흥미와 자신을 갖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교재 중 일부 쪽수를 집중해 공부하라고 일러줬다.

표면적으로 김씨가 가르쳐 준 쪽수에서 그대로 출제된 문제는 6문제(총 24문제)다. 이외에 비슷하다고 의심되는 문제는 8문제인데, 이 중 3문제는 선택지를 바꾼 것이고, 5문제는 문제 내용을 변형한 것이다. 덕인학원은 이를 토대로 "총 14문제가 유출됐다"고 주장하지만 시험범위와 문제 유형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이번 시험의 시험범위는 두 개 교재로, <EBS 수능특강-적분과 통계>(아래 <적분과 통계>) 중 64~148쪽, <EBS 수능특강-기하와 벡터>(아래 <기하와 벡터>) 중 4~96쪽이다. 이 중 김씨는 <기하와 벡터>에서 개념 정리 부분 24쪽, 문제 출제 부분 30쪽, 총 54쪽을 시험 전에 알려줬다.

종합하면 <적분과 통계> 부분은 전혀 쪽수를 알려주지 않았고,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호소한" <기하와 벡터>의 시험범위 93쪽 중 54쪽(개념 정리 부분 24쪽, 문제 출제 부분 30쪽)을 시험 전에 공부하라고 미리 일러준 것이다. 한편 두 교재의 시험문제 비중은 약 45:55로 비슷했다.

김씨는 "B반 학생들에게 수학 교과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며 "수업시간에 시험범위에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한 번 핵심 요약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학교과협의회에서 결정한 대로 문제는 EBS 교재를 중심으로 시험문제가 출제되고, 수능에서 출제 비중이 높은 문제와 주요 핵심 개념을 간추려주는 활동을 전개한 것"이라며 "이러한 반복·복습 활동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수업활동이라면 과연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에게 "문제 변형 출제, 답만 외우면 큰 코 다쳐" 공지

목포 덕인고가 지난 9월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교사 김혜심씨를 해고한 가운데, 김씨와 동료교사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시험기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줄곧 덕인고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목포 덕인고가 지난 9월 "시험문제 유출"을 이유로 교사 김혜심씨를 해고한 가운데, 김씨와 동료교사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시험기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줄곧 덕인고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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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인학원 측은 "김씨가 본인이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만 점수를 높이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는 "쪽수를 일러주면서 '해당 부분의 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풀 줄 알아야 시험에서도 이를 응용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신신당부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해당 시험을 치른 덕인고 3학년 학생의 '사실확인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아래는 '덕인학원 측'이 교육부에 제출한 한 학생의 사실확인서 중 일부다.

"한 학생이 '알려주신 곳에서 문제가 똑같이 출제되는지, 답만 외워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김혜심) 선생님께서 '그 문제들을 변형해서 출제하니까 답만 외우면 큰 코 다친다. 문제들의 개념을 이해하라'고 하셨습니다."

반면 덕인학원 측은 "시험 직전에 출제 교사가 객관식 시험문제가 있는 쪽수를 가르쳐준 것은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도 정답만 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이어 "시험범위 약 100쪽 중 구체적으로 쪽수를 알려준 게 30쪽 정도인 상황에서 14문제를 이 가운데 출제했다면 2쪽 당 1문제를 출제한 꼴"이라며 "특정 학생들에게 엄청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김씨는 "가르쳐 준 54쪽 중 개념 정리 부분이 24쪽이고 문제 부분이 30쪽인데 문제 부분 30쪽에는 약 100개의 문제가 실려 있다"며 "정답만 외운다고 시험 문제를 맞힐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고 반론했다.

또 "<기하와 벡터> 부분의 '도형' 문제는 변형이 어려운데다가, 동일하게 출제한 문제는 6문제가 전부"라며 "도형 특성상 문제와 해설 부분에서 문항을 잘못 바꾸면 오류가 생기기도 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수학과에서는 문제를 출제할 때 기술적으로 어떤 문제는 숫자가 같고 어떤 문제는 다르게 출제해 어떤 문제가 변형됐는지 혼란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즉 "6문제를 그대로 냈더라도 선택지를 바꾼 3문제, 문제 내용을 변형한 5문제 때문에 시험범위 문제를 그대로 외운 학생들이 시험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쟁점 2·3·4, 다음 기사에 이어집니다.


태그:#덕인고, #교사,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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