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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도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공장 밖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바라는 종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마힌드라는 최근 푸조에 이어 사브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그런 만큼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고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승리하고 내려가겠다"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공장 밖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바라는 종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마힌드라는 최근 푸조에 이어 사브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그런 만큼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고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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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도 평택시 칠곡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주말 사이 내린 눈이 녹기도 전에 또다시 눈발이 흩날렸다. 평년 기온을 회복해 포근할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오전 11시부터  칼바람이 다시 매서워졌다. 70m 굴뚝 위에는 고드름이 열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간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안 70m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실장이 1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매서운 추위에 고드름이 열렸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안 70m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실장이 1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매서운 추위에 고드름이 열렸다.
ⓒ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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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 이날은 굴뚝 위에 있는 두 노동자에게 두렵고 설레는 날이었다. 이 정책기획실장은 옛 동료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굴뚝 위를 산만하게 오갔다. 오전 8시 30분에 작업을 시작하는 공장 안 동료들은 보통 7시 40분께부터 회사로 발걸음 한다. 두 노동자는 2009년 정리해고 이후 공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동료들이 어떤 눈으로 굴뚝 위를 바라볼지 궁금했다.

이 굴뚝은 지난 2009년 쌍용차 옥쇄 파업 당시 노동자 3명이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인 곳이다. 이후 한상균 전 지부장 등 해고 노동자 3명이 지난 2012년 11월부터 171일간 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지만, 공장 안으로 진입한 건 5년 만이다.

이 정책실장은 이런 마음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그는 월요일 오전 1시경부터 9시까지 총 5개의 글을 올렸다. 김 사무국장도 비슷한 마음으로 글 하나를 남겼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안 70m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실장이 15일 오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 2009년 옥쇄 파업 이후 5년 만에 공장 안에 들어가 이들은 옛 동료들의 출근을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안 70m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실장이 15일 오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 2009년 옥쇄 파업 이후 5년 만에 공장 안에 들어가 이들은 옛 동료들의 출근을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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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아침입니다. 떨리고 긴장되는 굴뚝 3일째 아침입니다. 공장 안 동료를 만나는 아침, 고드름 녹여 연지 닦고 눈 모아 곤지 씻었습니다. 어떻게 봐주실까, 어떤 눈으로 보실까, 동료들 마음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 오전 7시 50분 경 이창근 정책실장

"새벽에 바람소리에 아침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제 천막에서 주무신 수경형 전화에 일어날 마음이 생깁니다. 오늘은 공장을 출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만나는 날. 긴장도 되지만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 같은 시간, 김정욱 사무국장

두 노동자는 지난달 13일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는 무효라는 원심을 뒤집은 지 꼬박 한 달되는 날, 이 굴뚝에 올랐다. 이 판결에 벼랑 끝에 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가 187명의 복직을 위한 교섭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그들은 쌍용차가 3년 동안의 개발 끝에 다음 달 출시하는 신차 '티볼리'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길 원한다.

"해고자 문제 해결은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자, 동료들이 이들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공장 밖에서 자리를 지키며 함께 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자, 동료들이 이들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공장 밖에서 자리를 지키며 함께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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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쌍용차지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머지 해고자들이 굴뚝과 가장 가까운 남문 근처에 모였다. 이들은 굴뚝을 향해 부지런히 손을 흔들었다. 굴뚝 위의 김 사무국장은 알아들을 수 없는 아우성으로 화답했다.

해고노동자들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회원 등 30여 명은 "해고자 문제 해결은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해고자들이) 장롱 안에 넣어둔 작업복을 꺼내 입고 동료들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신차 티볼리를 만들면 쌍용호도 힘차게 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에게는 "최근 푸조에 이어 사브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쌍용차를 국민의 기업으로 되돌리기 위해 사측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달라"고 호소하며, "공장 안 동료들과 더욱 자주 만나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 중간에는 굴뚝 위에 있는 김 사무국장의 목소리를 전화로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첫마디는 "엄청 춥습니다"였다. 이어 "차를 만들고 싶고, 공장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며 "추위가 매서워 견디기 힘들지만 공장 밖에서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하며 견디겠다"고 밝혔다.

"점심시간, 동료들이 굴뚝 밑에서 손 흔들어줘"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공장 밖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자, 동료들이 이들을 격려하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김정욱, 이창근 동지 힘내세요"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공장 밖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자, 동료들이 이들을 격려하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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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자, 한 동료가 공장 굴뚝의 연기를 쳐다보며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 "쌍용차 굴뚝 농성장 연기, 수증기 아니라 걱정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자, 한 동료가 공장 굴뚝의 연기를 쳐다보며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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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마음도 좋지 않은 날이었다. 지난 2009년에 정리해고 됐다가 지난해 3월에 복직한 김이영(가명·44)씨는 복잡한 마음으로 굴뚝을 바라보며 출근했다. 그는 "모든 동료들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이 실마리가 되어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이 힘을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3월 복직한 전경호(45)씨는 "금요일 야간작업을 끝내고 퇴근길에 소식을 들었고, 방금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굴뚝에 다녀왔다"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내려오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70m위 굴뚝에 있는 이 정책기획실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원래 출근 시간에는 굴뚝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많은 동료들이 찾아와서 인사를 나누었다"며 "5년 만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장 안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뜸들인 그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곁을 내어줄 수 없는지 묻고 싶고, 회사가 갈라놓은 경계를 함께 허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안 70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실장의 부인 이자영씨가 트위터에 남긴 글. 그의 남편이 굴뚝에 오른 지난 13일에 쓴 글이다. 이씨에 따르면 고공농성장에 방문한 이 정책실장의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슬퍼하다, "남의 아들이 올라가 있었다면 속상했겠지만, 내 아들이 가 있어 다행이다, 끝까지 하고 와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 이창근 정책실장의 부인 이자영씨의 트윗글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안 70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실장의 부인 이자영씨가 트위터에 남긴 글. 그의 남편이 굴뚝에 오른 지난 13일에 쓴 글이다. 이씨에 따르면 고공농성장에 방문한 이 정책실장의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슬퍼하다, "남의 아들이 올라가 있었다면 속상했겠지만, 내 아들이 가 있어 다행이다, 끝까지 하고 와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 이자영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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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비상식적 불법행위... 모든 법적 조치 취할 것"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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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쌍용차는 완강했다. 회사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소속 해고 노동자들이 생명을 담보로 극단적인 불법행위에 벌이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쌍용자동차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에 대해 "회사가 해고자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에 노조가 절박함 느끼고 고공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회사의 원칙적 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전향된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만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쌍용차 , #굴뚝 , #이창근,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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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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