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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이륙 직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서 시민들이 대한항공 로고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이륙 직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서 시민들이 대한항공 로고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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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땅콩 회항'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회사쪽의 뒤늦은 사과문을 두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또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조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의 조사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에서도 '대표적인 재벌가의 갑질 해악사건'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관련 기사: "조현아 부사장, 원래 횡포로 유명" 밤 늦은 사과문, 오히려 '후폭풍' 됐다).

지난 8일 오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 '열린 마당'에 '조현아 전무(부사장-기자주)건 대한항공 사과문 반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웃기지 마라'는 아이디를 쓴 한 조합원은 "어처구니 없다"면서 "대한항공 사과문 내용을 보니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을 어기고 경영자라는 이유로 해당 사무장을 부당하게 내리게 한 월권행위에 대한 반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회사쪽에서 공개한 사과문 전체 문장을 놓고, 각각 문장마다 반박의 글을 달아놓았다. 회사쪽에서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대한항공 임원들이 기내 서비스 아이템 및 비상장구 위치 및 절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땅콩 문제가 250명의 시간을 점유할 만큼 민감한 문제였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현재는 접속이 불가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현재는 접속이 불가하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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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회사쪽에서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본인이 담당한 비행기에 탑승한 담당 부사장에게 서비스 아이템에는 없지만 기내 탑재된 마카다미아를 제공한 것이 최고의 서비스와 안전을 위배한 것인가"라며 "사과 사는 고객에게 귤 하나 드셔 보시라고 하는 과일 가게 점원은 그 가게의 안전과 서비스를 추구하지 않은 것인가. 어디서 개x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회사가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마카다미아 서비스 할 때 규정대로 했을 뿐이고 다만 그 근거를 대라기에 테블릿 피씨에 있는 매뉴얼을 여는 과정에서 비번(비밀번호)이 생각이 안 나서 잠시 지체한 것을 가지고 변명과 거짓이라니"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리고 기장이 하기 조치? 웃기고 있네. 게이트 들어와서 해당 사무장이 임원 지시에 따라 하기해야 한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었을 뿐인데? 기장이 승무원을 지휘 감독하지만 객실 승무원을 전체적으로 통솔하는 사무장을 하기 조치한 사례는 대한항공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쪽에서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마카데미아 땅콩 문제가 고성과 고함으로 다른 승객들에게 불쾌감과 위협감을 주고 250명의 승객의 시간을 점유할 만큼 민감한 문제였나? 말이라고 내뱉고 배설하면 그만이 아니다. 일을 덮을려면 좀 더 논리적으로 정황에 맞게 변명해라."

마지막으로 회사쪽에서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철저한 교육은 이 일을 일으킨 본인만 각성하면 된다. 승무원 교육은 필요없다. 해당 임원의 인격 수양 및 윤리의식만 고치면 된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종사 노조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조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조 부사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사측은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회사는 사과문에서 조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부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객실사무장이 기장에게 '게이트로 리턴해야 한다'고 보고하도록 지시한 조 부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장이 '객실에 문제가 있어 게이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리턴한 것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노조는 "회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장과 객실승무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직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경영진의 과실부터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박글과 노조 성명은 해당 노조 홈페이지에서 제대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9일 오후 3시 현재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접속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외부에서 홈페이지 접속을 일부러 차단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참여연대, 조 부사장 항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예정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측)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측)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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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참여연대가 조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참여연대는 조 부사장의 행동이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위반과 업무방해죄,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은 기장이 한다고 항공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조 부사장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조 부사장이 소리를 지르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전 과정도 항공보안법 위반 소지가 크다. 부사장이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것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강요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기의 안전과 중요 서비스와 직결된 사항마저도 가볍게 좌지우지해버릴 수 있는 것은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일원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어제 대한항공이 내놓은 사과문은 사건의 당사자인 조 부사장은 뒤로 빠지고 총수일가의 잘못을 회사가 사과했다"며 "그 내용도 진정한 사과를 느낄 수 없고 책임을 피해자 직원에게 전가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오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서부지검에 조 부사장을 고발할 방침이다.


태그:#조현아 부사장, #대한항공, #땅콩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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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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