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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윤회씨와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권력암투를 벌였던 정황들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3일 박지만 회장이 지난 5월 자신과 관련된 인사들의 비위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들이 다량으로 유출됐다며 이를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제보했다고 보도했다.

박 회장에게 불리한 청와대 문건 유출이 '정윤회 감찰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던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윤회 보고서에도 '내부문건 유출 조치 없어'... '정윤회파'의 승리?

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 사진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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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경정은 지난 1월 조응천 비서관의 지시로 '靑(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정윤회 감찰보고서')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즉 정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알려진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청와대 내부 상황 등을 점검한 뒤 자기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정윤회 감찰보고서는 홍경식 민정수석을 거쳐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도 보고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윤회 감찰보고서와) 유사한 문건을 바탕으로 김기춘 실장에게 구두로 보고됐다"라며 "시중에 떠도는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11월 28일).

그런데 정윤회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은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물러나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으로 발령났다. 박 경정은 "문고리 권력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라고 주장했다(지난 3월). 스스로 '박 대통령을 위한 청와대 워치도그(watchdog, 감시자)'를 자임했던 조응천 비서관도 지난 4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비서관의 후임으로는 판사출신인 권오창 김앤장 변호사가 발탁됐다.      

이렇게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감찰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조 비서관과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직후에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박지만 회장이 지난 5월 중순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을 입수한 뒤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이를 제보한 것이다. A4 용지 100여 쪽 분량인 이 문건들에는 박 회장 주변인의 비위 의혹들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주변인이 대통령 친인척 행세를 할 수 있으니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3일자 <세계일보>에 따르면, 당시 박 회장은 청와대에 "박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받아 국가정보원 인력이 들어가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며 청와대 보안점검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른 보안점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기춘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누군가 무고하고 있으니 음해세력을 색출하라"라며 박 회장이 받은 문건들의 유출 경위만 조사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의 결과로 보인다. 특히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보고서에도, 대량의 청와대 내부문건들이 외부에 유출됐다는 박 회장의 제보에도 청와대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정윤회파의 승리'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이 싸움을 벌였음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의 조직을 만든 정윤회씨가 조직이 없는 박 회장을 이길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태그:#정윤회, #박지만, #세계일보, #박근혜,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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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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