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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의 '국회 상임위 회의 시민방청단'이 11월 10일부터 11월 28일까지 3주 간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을 시도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방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직접 체험해 보았습니다. 그 내용을 싣습니다. 이번 글은 시민방청단 주선하 참가자가 작성했습니다. - 기자의 말

11월 12일과 13일,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방청했다. 사실 그동안 나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실제로 닫혀 있는지, 열려 있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국회가 잔디마당을 조금 개방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오히려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청을 통해 국회를 개방한다는 것이란 단순히 문을 개방하고, 잔디밭을 개방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보다 국회가 스스로 특권의식을 버리고 국민과 더 가까이 마주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국회 회의를 방청하면서 느낀 것들을 이야기 해 볼까 한다.

국회 방청을 앞두고 조마조마했던 순간들

국회에서 나는 여러가지 감정을 겪었다. 조마조마함과 안도감 그리고 우쭐함과 초라함 사이를 오갔는데 이러한 감정은 국회 정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입구에 서 있던 경찰들은 나에게 "무슨 용건으로 국회에 왔냐?"고 물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회의 방청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들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나를 들여보냈고, 그 후로도 국회를 방문할 때마다 몇 차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정확히 확인할 목적이 아니라면 왜 번번이 방문 용건을 묻는 것인지 그 의도가 궁금했고, 마음이 불편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국회의사당 본청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계속되었다. 먼저 멀쩡한 정문을 놔두고 왜 뒷문으로 돌아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민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은 앞문으로 들어가는데, 왜 일반 시민들은 건물을 빙 돌아 뒷문으로 들어가는 걸까. 마치 국회가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국회의사당 뒷편 면회실에서 신원확인까지 마치고 나서야 나는 국회 본청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전날 내 신상을 모두 국회에 밝히고 방청을 허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회의장에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싶어 회의장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가슴을 졸였다.

내가 회의실에 들어가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 사람 저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곳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신원을 증명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마치 신원 불명 같은. 심지어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국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시민들을 위해 일할텐데, 나는 국회 어디에서도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특별하다' 느낄 때는...

그런데 국회 본청에서 나는 또 다른 감정에 맞닥뜨렸다. 바로 우월감. 국회 본청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잠시 동안이나마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이런 우월감, 특권의식 같은 감정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을, 혹은 너무나 익숙해 이를 당연하게 여길 것만 같은 국회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시민에게 열려있어야 할 국회가 이러한 특권 의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시민과의 소통을 뒷전으로 제쳐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국회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의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는 순간은, 그들이 시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시민들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받을 때가 아닐까.

지금의 국회는 시민과 단절된 채로 시민을 대변하고 시민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방청을 하며 이 상황이 한편의 블랙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국회에 들어가 자신이 관심 있는 법안의 논 의과정을 지켜보고, 정치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 의원들에게 자극을 주는 그런 긍정적인 기능을 국회가 가로막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일반인에게 방청을 허용하는 게 피곤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만일 그가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자신들의 단단한 지지층으로 만드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나는 소위원회 회의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편견을 깬 여당 의원의 열정적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국회는 일상적으로 시민과 마주해야 한다. 계속 더 마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회를 개방하고, 자신들이 도대체 누굴 위해 일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초겨울의 날씨, 구름 하나 없는 높디 높은 청명한 하늘 아래, 하늘 높은지 모르고 국회의사당의 둥근 지붕만 우뚝 서있다. 방청을 끝내고 나오는 내 마음 속에서는 적어도 그랬다.

덧붙이는 글 |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을 위한 시민 행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민정치포럼이 함께 결성한 그룹입니다. 국회 공간 및 회의 개방․국민 청원권 보장․의원윤리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태그:#시민방청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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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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