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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 내놓은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예산 관련 발표문은 다음처럼 요약할 수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하되,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것처럼 하자."

"누리 예산 지원하지 않는 것처럼 누리 예산 지원"

이날 오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여야 지도부는 국회에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한 '3+3' 회의를 갖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의 예산을 늘려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직접 지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우회해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국고 '우회지원' 액수 또한 2000∼5233억 원을 오가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1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은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얻어 쓰도록 했다. 이자는 정부가 대신 내주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명분과 실리를 얻은 '극적인 타협'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꼼수를 부린 미봉책"이란 악평을 내놓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등 50여 개 단체가 모인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교육재정확대를위한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여야의 누리과정 예산 우회 지원합의는 근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당장의 갈등을 눈가림하려는 미봉책이며 교활한 술책"이라고 혹평했다. "새누리당은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교육청의 다른 사업을 국비로 지원하는 꼼수를 부렸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국민운동본부는 성명에서 "누리과정 예산 중에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지방채 포함)에서 지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면서 그 근거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교육행정기관에 대해서만 재원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영유아보육법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무상보육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국회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내년에도 이 같은 누리과정 예산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구희연 친환경학교급식을위한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여야의 '우회 지원'에 실소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꼼수로 편성하지 말고 공약대로 국가 책임으로 당당히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전국 220여 개 시군구에서 동시에 1인 시위를 벌였다.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2조1500억 원을 상징하는 215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다. 어린이집 보육료 정부예산으로 지원하라."

여야 합의 소식에 시도교육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25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완전한 타결도 아닐뿐더러 합의 내용 또한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교육시민단체 "꼼수 부린 미봉책"... 교육청들 "법 고쳐라"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전북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이번 여야 합의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확인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은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누리과정 예산의 내용에 대해 국회가 구체적인 방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두 교육청은 모두 "지난 11월 20일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로 '누리과정 시행과 관련된 시행령의 법률위반 해소 등 법률 개정 방안을 시급히 확정하여 밝혀주기 바란다'고 결의한 바 있다"면서 "이러한 시도교육감 공동의 요청이 이번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함께 해소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와 같은 전제조건이 완성되면 시도교육감 모두가 내년치 어린이집 예산 12개월분 전액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누리과정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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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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