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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근 한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정몽준 의원을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권 도전의사를 밝힌 홍지사의 입장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감사 없이 예산 없다"는 짤막한 한 마디로 경남교육청의 항의를 일축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에 대해 통쾌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경상남도와 경남교육청간에 벌어진 급식예산 논쟁에서 경남도가 우위를 점하지 않았나 싶다. '감사'는 단지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위한 핑계였을 뿐 논쟁의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사 없이 예산 없다"는 표어는 일견 그럴듯하여 일반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이슈메이커로서 홍지사의 탁월한 정치 감각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행보가 장기적으로 그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번 결정한 것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홍지사의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지 모르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로 인하여 광범위하게 민심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것도 없이 이번 무상급식 사태만 봐도 그렇다. 법적 권한 여부를 떠나 도지사가 교육감 소속기관을 감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폐가 있다. 다 같이 도민의 선택을 받은 동등한 도 단위 집행기관이다. 없는 권한을 행사하겠다며 예산을 무기로 겁박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법적 근거가 명확한 국회 국정조사 출석 요구도 거부한 홍지사가 과연 감사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홍지사의 독선적 태도로 인하여 그의 결정에 대해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는 풍문까지 들린다. 도민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도의원들도 집권당 대표출신인 홍지사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권력은 겸손해야 한다. 겸손하지 못한 권력은 합법을 가장한 폭력이다. 겸손하지 못한 권력의 말로가 비참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진정한 지도자가 되려면 소시민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말단 직원들의 의견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홍준표 지사가 행여 대권의 꿈을 이루려는 생각이 있다면 권력을 휘두르기에 앞서 먼저 겸손을 배우라. "감사 없이는 예산 없다"가 아니다.

"겸손 없이는 대권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독자투고란에도 기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준표, #도지사, #대권, #무상급식 감사,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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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을 위해 애쓰는 경남교육청 소속 공무원이었으며, 지금은 경남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댄스스포츠를 국민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무도예술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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