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인천시 남동구청이 내년부터 구내식당 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남동구청은 추진 이유로 공공부문의 민간사업 영역을 개방해 예산을 절감하고 운영의 효율화 모색을 꼽았다. 동시에 사회적 기업이 수탁운영하게 함으로써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추진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남동구지부는 예전에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다가 가격은 높고 질은 떨어져 직영으로 전환했는데 똑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존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면서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직영 구내식당, 민간업체 위탁으로 전환... 공무원노조 반발

인천시 산하 자치구 8개 중 구내식당이 없는 중구를 제외하고 직영하고 있는 곳은 남동구가 유일하다. 2006년 1월부터 직원복지회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전에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했다.

이 구내식당은 한 끼에 4100원을 설정해 운영된다. 식권 한 장에 3000원인데, 여기에 1100원을 구 예산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 '1100원'을 지원하지 않겠는다는 것이 구의 결정이다. 구는 '월 정액급식비 지급에 별도로 1100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중복지급이라 불가능하다'는 안전행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의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 지원 중단에 따른 세부 추진계획으로 구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구내식당 운영자 변경이다. 직원복지회에 맡겨 운영하던 것을 민간업체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직원 후생복지공간을 확대한 후생복지존(zone) 운영으로 중식 메뉴를 다양화해 직원들의 선택의 폭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방기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남동구지부장은 "직원복지회에서 운영하는 것을 위탁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민간위탁인데 어떻게 예산을 지원할 수 있나"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안전행정부 지침은 권고 사항이라 필수적으로 지켜야하는 사항도 아닌데, 이를 민간위탁의 명분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지원비 삭감이 필요하다면 직원들이 감당하면 된다"고 맞섰다. 그는 "직원복지회에서 직영하는 것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예전에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다가 가격은 높고 질은 떨어져 2006년에 직영으로 전환했는데, 똑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한 뒤 "구는 사회적기업에 위탁 운영하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지만, 사회적기업이 운영 요건을 맞추려면 종사자들의 임금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직원복지회에서 직영해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상태이다. 기존 직원 5명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방 지부장은 또, "지금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450여명이다"라며 "식단의 질이 떨어졌을 때 공무원들은 밖에서 먹기도 하지만, 공익이나 일용직 노동자 등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은 외식비 부담이 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직원 후생복지존을 만들어 우동·떡볶이·어묵·샌드위치·와플 등, 메뉴를 다양화하겠다고 하는데, 저소득층은 간단하고 저렴한 것을 선택할 경향이 커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며 "식당을 이용하는 수가 줄면 식당 운영이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절차상 문제 지적... 명문만들기 사전작업 의혹도 제기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는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했다. 직원복지회 정관에는 복지회의 사업으로 '자동판매기·매점·구내식당 운영사업'이 명기돼있다.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회를 열어야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 구청장의 지시로 일방적으로 구내식당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동구 구민협력팀장은 "직원복지회에서 하던 사업이 위·수탁 종료로 사업자체가 없어지면 일거리가 없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관 변경을 위해 총회를 개최할 필요는 없다"며 "식당 직원 5명의 고용승계를 위해서나 음식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내식당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점심시간은 출근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보장된 휴게시간이다. 지금 구청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로 근무하기 싫다는 직원이 늘고 있는데, 식당까지 이런 문제가 생겨 낙이 없다. 경제적 논리로 직원들의 행복권을 빼앗으면 안 된다."

남동구 소속의 한 20년차 공무원이 <시사인천>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이다.

구는 구내식당 운영을 사회적기업에 맡겨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구내식당 운영방식 변경이 결재될 무렵인 11월 둘째 주에 남동구청 후문에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한국외식업중앙회 명의로 '대기업 공공기관 구내식당 폐지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은 구가 민간위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여론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남동지부 관계자는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전화로는 말할 수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한편, 동구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해온 구내식당을 오는 12월 31일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구청 주변 식당을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이지만, 공무원노조 동구지부의 설문조사 결과, 직원 335명 중 317명(94.6%)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동구청, #구내식당, #민간위탁, #장석현, #공무원노조 남동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