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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가 상존하는 서해5도, 안보평화에너지 섬으로

서해5도는 한반도 화약고인 NLL(=북방한계선)이 위치해 있어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접경지역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격화되면서 서해5도는 남북 간 긴장과 한중 간 영해갈등이 공존하고 있다.

서해5도 어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남북 대치로 인한 생존위협,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어장파괴와 어업소득 감소만이 아니다. 서해5도의 경우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같은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었으며,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평도만 하더라도 약 2000여명(군부대 제외)에 달하는 주민들이 디젤발전기 하나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이 발전기 하나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사용하는 셈인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연평도 최율 전 어민회장은 "피폭당시 전기가 네 시간 가량 중단됐다. 연평도에는 지하수밖에 없는데 포격으로 불이 났고, 30여 채 가옥이 불탔다. 산불이 민가를 덮치려 하는데 펌프 가동이 안 되니 소방차가 있어도 물이 없으니 무용지물이었다. 사람만 끌어내고 구경만 해야 했다. 그나마 바람이 안분 게 하늘의 도움이라면 도움이었다. 포격 다음날 인천에서 소방차 18대가 들어와서야 불을 진화했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또 "산림의 1/3이 불타고, 30여 채가 전소되는 데도 물 한바가지 퍼나를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게다가 전기가 나가니까 통신시설도 같이 나갔다. 휴대폰도 충전이 안 되니 무용지물이다. 발전소마저 피폭 됐으면 블랙아웃 사태가 며칠이 갔을지 모른다. 발전소와 유류저장소가 피폭당하면 끝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천시와 옹진군,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국회의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해5도어민회는 연평도 포격사건 4주기를 맞아, 지난 20일 오전 인천종합문화예술에서 '전력이 평화다'를 주제로 에너지 자립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허선규 해양위원장은 "남북 간 NLL논란이 있지만, 서해5도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토다. 그러나 서해5도는 전쟁위협에 따른 생존 위협, 불법조업에 따른 생계 위협, 외부고립과 에너지난에 따른 생활의 위협이 상존하는 지역"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허선규 위원장은 "서해5도 각 가정은 섬마다 있는 디젤발전기로 전기를 공급받는다. 난방은 기름보일러고 부엌은 LPG가스를 사용한다. 유사시 폭격을 맞으면 정전사태와 더불어 수산물창고에 보관 된 수산물은 썩기 마련이고, 상수도 모터펌프와 하수처리장이 마비된다. 그리고 집집마다 있는 석유 드럼통과 가스통은 그대로 폭탄이 된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또 "긴급 상황 발생 시 주민들이 대피하는 주민대피소에는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곳인데, 현 상태로는 보장하기 어렵다. 게다가 서해5도 내 군부대에 우리 아이들이 군생활을 하고 있다. 이 들에게도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 이제 서해5도를 '안보평화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와 옹진군,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국회의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해5도어민회는 연평도 포격사건 4주기를 맞아, 지난 20일 오전 인천종합문화예술에서 ‘전력이 평화다’를 주제로 에너지 자립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 연평도 포격 4주기 인천시와 옹진군,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국회의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해5도어민회는 연평도 포격사건 4주기를 맞아, 지난 20일 오전 인천종합문화예술에서 ‘전력이 평화다’를 주제로 에너지 자립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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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성공, 서해5도 적용 가능

에너지는 물, 식량과 함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 때 블랙아웃 사태는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그렇다고 인천에서 서해 5도까지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작은 섬에서 원자력이나 유연탄 발전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재 서해5도는 디젤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 때 한국전력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해5도 디젤발전기의 발전량은 약 8만MWh이고 이중 약 7만 700Mh를 판매하고 있다. 1KWh당 평균 판매원가는 약 578원데, 한전은 이를 126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난해 결손액은 328억원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보를 통한 에너지자립 섬, 즉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대안으로 부각했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주도 가파도와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실증을 마친 상태로, 한전은 울릉도에 태양열과 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저장배터리(=ES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 문승일 교수는 "제주도와 전남에서 이미 실증 검토를 마쳤다. 가파도의 경우 디젤발전기는 지금 쉬고 있다. 풍력과 태양열을 이용해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하고 있다. 국내 기술이 발달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사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승일 교수는 "가사도는 풍력발전기 네기를 가동 중이다. 가파도와 가사도에 적용한 기술력이면 서해5도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에서 다 지원하라고 하면 어렵다며, 울릉도 사례처럼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 사업은 비지니스 모델 발굴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전이 500원들여 만들어서 100원에 팔면 400원 손해인데, 민간업체가 전기를 만들 테니 400원에 사달라고 정부를 설득하면 된다. 이미 태양광발전은 디젤발전보다 더 단가가 떨어졌고, 향후 더 떨어진다. 사업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울릉도 모델은 SPC설립 모델이다. 한전과 민간이 SPC에 30%와 70%를 투자해, 단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울릉도에 공급해 디젤발전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 SPC가 생산한 전기를 정부에서 지난시기 지원하던 금액만큼 사주는 것으로, 비용편익분석 결과는 0.99로 나왔다.

한국전력 원영진 기획기술처장은 "마이크로그리드는 디젤발전을 대체하고 있다. 주된 에너지원은 풍력과 태양광인데, 가사도 모델(=풍력)이 서해에 적합할 것으로 본다. 또 신재생 전기를 이용해 빗물을 받아가지고 소수력발전도 가능하고, 담수화 설비까지 가능해 식수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접경지역, 경제성보다 안보평화에 우선해야

정부는 2030년 까지 국내에 스마트 그리드화를 전면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서지역과 산간 지역은 물론 공장과 대형 건물 등도 대상에 포함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창환 사무관은 "국내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현재 국내 63개 도서는 한전에서, 23개도서는 지자체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이중 23개 도서를 민간시장에 개방해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현재 한전이 울릉도에서 추진 중인 방안을 말하는 것으로, 향후 타 도서지역에는 정부 지원보다 민간시장에서 비지니스 모델 발굴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민간업체가 수익구조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한전과 지자체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대상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는 도서지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한 상태다.

다만, 김 사무관은 "금년 말 내년 초에 추가 (마이크로그리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인데, 당초 계획에는 서해5도 등 접경지역 도서는 제외 됐었다. 인천에서는 아시안게임 지원 말고는 정부를 찾아와 설득한 적이 없다. 인천시와 정부부처의 협력을 통해 안이 창출 되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이 사업에 뛰어들 기업과 지자체 의지가 필요하다. 울릉도의 경우 경상북도 도지사가 발 벗고 나섰다."고 했으며, 토론회를 방청한 한화그룹 신재생에너지 담당자는 "아직 확정 된 바는 없지만, 에너지원부터 저장장치까지 내부 검토 중이다. 서해5도에서 기회가 주어지면, 이를 발판삼아 해외로 한화모델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이끌어낼 방안으로 한전 원영진 처장은 "서해5도의 경우 접경지역이다. 서해5도에 비지니스모델을 적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보문제다. 군부대 작전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천경실련 허선규 위원장은 "대한민국 섬이라고 다 같은 섬이 아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지만, 서해5도는 중국 땅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늘 전쟁위협을 안고 살아간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해5도지원특별법이 만들어 졌고, 1조원 지원한다더니 용두사미다. 서해5도를 안보평화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민가투자의지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투자를 결합한 방식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해 신재생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공급하고, 남은 전력을 이에스에스(ESS, 저장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도서지역이나 산간오지 같은 곳에 소규모 독립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정부는 2011년 제주도 가파도에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했다. 디젤발전에 의존했던 가파도의 전기는 이제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기가 남으면 배터리에 저장해서 사용한다.

이 기술은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더욱 발전적으로 승화 됐고, 최근에는 울릉도에 접목 될 예정이다. 이 마이크크로그리드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 사업'이 국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해5도, #연평도 포격, #마이크로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안보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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