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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단을 깔고 그위에 올려놓은 메주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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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메주네, 엄마가 메주도 만들었어요? 진짜 어떻게?"

믿기지 않는지 아들이 꼬치꼬치 묻는다. 지난주 쑨 메주가 거실에 놓여 있자 아들 아이가 한 말이다.

"어떻게 하긴... 콩을 삶고 빻아서 네모로 만들어 말려서 된장, 간장을 만들면 되지."

아주 잘 하는 것처럼 허세를 좀 떨었다. 어찌 보면 아들이 그렇게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메주를 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니깐. 며칠 된 메주가 점차 말라가면서 조금씩 갈라지니 실감 나기도 했다.

난생처음 메주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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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 빻은 콩을 넣고 만드는 메주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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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다. 메주는 김장하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기에 냉장고에 있던 하얀 콩과 검정콩을 무작정 물에 담갔다. 5~6시간 담갔다가 푹 삶았다. 잘해야 3~4덩어리 나오겠지 했었다. 하지만 다 삶아진 콩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고 말았다. 콩이 물에 불어나는 것을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삶아진 콩을 곱게 빻아야 하는데 엄두가 안났다. 한동안 고민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남편이 일찍 들어와 도움을 청했다. 남편은 "힘든데 메주까지 담가, 그냥 사 먹지"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사 먹으면 나도 편하고 좋지. 그런데 된장을 담가 먹어보니 사 먹는 거하고는 다르더라고. 우진이, 우협이도 잘 먹잖아. 그리고 재작년인가 담근 된장이 다 먹어가거든"하고 설득했다. 남편의 도움으로 첫번째로 삶은 콩은 그럭저럭 잘 빻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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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삶은 콩을 빻는 중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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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가 지나 두 번째 콩이 다 삶아졌다. 남편의 도움을 또 받으려니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내가 혼자 끙끙거리며 빻았다. 있는 힘을 다해 빻고 있었으나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슬며시 후회가 밀려왔다.

'괜스레 잘난 척 했나? 그렇다고 지금 와서 던져 놓을 수도 없고.'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빻기 시작했다. 남편이 보다 못해 조금 도와주겠다고 한다. 남편도 "이거 보기보다 힘드네"한다. 얼추 마무리 되자 난 "이제 그만 빻아도 되겠어"하고 멈췄다. 하지만 곱게 빻아지지 않은 콩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겠다는 생각에 네모 모양으로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들려니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플라스틱 그릇이 생각났다. 그곳에 담아 네모난 덩어리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완성해놓으니 고생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뒤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물었다.

언니는 "한 달 정도 말린 후 라면 박스에 메주 한 줄, 짚푸라기 한 줄 그렇게 해서 또 한 달 정도 놔두었다가 장을 담그면 돼"하고 답해줬다. 내가 "그럼 전기장판에 안 싸두어도 되나?" 물으니 "그렇게 안 해도 돼. 집안에서 조금 따뜻한 곳에 놔두고 이불 덮어 놓으면 잘 뜰 거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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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면서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메주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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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아파트에 산다는 핑계로 된장, 조선간장을 사 먹기 일쑤였다. 앞으로는 힘들더라도 조금씩 내 손으로 담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집에 있던 짚단을 깔고, 그 위에 메주를 올려놓으니 꽤 그럴싸했다. 콩 덩어리가 덜 빠진 것이 조금 아쉽지만 몇 달 후면 맛있는 된장과 간장으로 우리 식탁에 올라갈 것이 기대돼 혼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태그:#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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