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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시내의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바로 본 활화산 사쿠리지마. 가고시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쿠라지마의 정상부는 주로 분연에 휩싸여있다.
 가고시마 시내의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바로 본 활화산 사쿠리지마. 가고시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쿠라지마의 정상부는 주로 분연에 휩싸여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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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이따금씩 실제로 운행하는 노면전차를 볼 수 있다. 가고시마에도 노면전차가 도심을 지나가는데 현지인들에게는 유용한 교통수단이자 여행객에게는 흥미를 불어넣어주는 이색 볼거리이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이따금씩 실제로 운행하는 노면전차를 볼 수 있다. 가고시마에도 노면전차가 도심을 지나가는데 현지인들에게는 유용한 교통수단이자 여행객에게는 흥미를 불어넣어주는 이색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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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그렇듯 도시에도 맛이 있다면 가고시마는 뜨거운 맛이다. 한국에서 챙겨온 얇은 외투마저 짐으로 느껴진 건 가고시마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일본열도의 남부에 해당하는 규슈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가고시마에서는 좀처럼 추위를 탈 일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화산섬인 사쿠라지마는 이 도시를 한층 뜨겁게 달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분연(噴燃)을 하늘로 쏘아대는 거대한 화산섬을 도시는 마주 보고 자리 잡았다. 때문에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따금 화산재는 도시로 밀려들고, 그럼 도시는 잿빛이 된다.

날리는 화산재 탓에 마음 편히 세차는커녕 빨래도 못하지만 가고시마 사람들에게 사쿠라지마는 자부심이다. 파월장병들이 귀국길에 부산항의 오륙도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처럼, 멀리 떠났던 가고시마 사람들은 사쿠라지마를 보고서야 귀향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렇게 가고시마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60만 명이다.

가고시마 도심에서 사쿠라지마까지는 배를 타고 15분이면 닿을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화산재를 쏟아내는 산을 이웃한 채 주민 4500명이 섬에 살고 있다. 학교도 초·중등학교가 6곳이나 있다. 학생들은 헬멧을 쓰고 등하교를 하고 곳곳에 대피소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의 어느 곳에서나 고개를 들면 거대한 화산 봉우리가 시선을 압도한다.

기타다케, 나카다케, 미나미다케로 불리는 3개의 화산 봉우리 중 가장 심보가 고약한 쪽은 미나미다케이다. 1년에 1000회 이상 분화를 한다고 하니 하루 3~4번은 화산재를 기침마냥 콜록거린다는 이야기다. 이 화산을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아리무라 전망대에서는 용암이 흘러내려가며 만들어낸 기묘한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뜨거운 모래 위에서 몸을 데우고 노닥노닥 바닷길 산책

규슈의 최남단 마을인 나가사키바나의 올레길을 걸으면 가고시마의 후지산으로도 불리는 가이몬다케도 볼 수 있다.
 규슈의 최남단 마을인 나가사키바나의 올레길을 걸으면 가고시마의 후지산으로도 불리는 가이몬다케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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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건국설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리시마 신궁에서는 저마다의 소원을 비는 일본인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의 건국설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리시마 신궁에서는 저마다의 소원을 비는 일본인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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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활동이 왕성한 곳답게 온천 역시 일품이다. 그중에서도 모래찜질은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빼놓지 않는 체험거리이다. 가고시마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브스키시는 모래찜질로 유명하다. 지면 아래로 뜨거운 해수가 흐르는 이브스키의 모래는 언제나 후끈후끈한 열기를 뿜어낸다.

찜질을 위한 전용옷으로 갈아입고 해변에 누워있으면 직원들이 열심히 삽으로 모래를 덮어준다. 이내 온몸에서 땀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데 기자는 15분을 넘기지 못했다. 모래를 씻어내기 위해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바닷바람에 실려 모래도 피로도 함께 날아가는 느낌이다. 여기에 이른 아침 온천욕장에서 맞이하는 일출까지 더한다면 몸 안의 배터리가 완충되는 기분이다.

화산과 모래찜질을 제외하더라도 가고시마 여행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한국과 관련이 깊다. '심수관도요'에서는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 끌려간 도공 심당길의 후손들이 지금도 도자기를 빚고 있다. 도요 유리 너머로 한덩어리의 흙이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한국식 정자와 돌하르방, 태극기가 일본 속의 한국같다.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기리시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라쿠니다케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악'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해발 1700m를 자랑하는 이 산을 한자로 읽어 내려가면 한국악(韓国岳)이 되기 때문이다. 이름을 놓고는 한국이 보일 정도로 산이 높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든가, 고대 역사서에서 기원한다는 등 다양한 설이있다.

이밖에도 거대한 괴물 뱀장어가 산다는 전설이 붙은 일본의 네스호 '이케다호'와 제주의 올레길이 일본에 건너가 만들어진 규슈 올레길도 가고시마에서 체험할 수 있다. 올레길 중에서도 나가사키바나 올레길은 한국의 땅끝 마을에 해당하는 규슈 최남단의 해안길을 따라 걸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기리시마 신궁 역시 일본의 건국신화와 관련된 곳이라 현지인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곳이다.

가고시마는 어떻게 가고 뭘 먹지?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추오역까지는 신칸센을 이용했다. 시속 260km로 달리는 신칸센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농촌과 풍경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추오역까지는 신칸센을 이용했다. 시속 260km로 달리는 신칸센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농촌과 풍경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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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의 야타이(포장마차)에서 즐기는 저녁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가고시마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고구마소주를 잔술로도 마실 수 있고 안주도 낱개로 시킬 수 있어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가고시마의 야타이(포장마차)에서 즐기는 저녁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가고시마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고구마소주를 잔술로도 마실 수 있고 안주도 낱개로 시킬 수 있어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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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는 고구마가 일본에 가장 먼저 전해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가고시마는 일본 내에서 고구마 재배로 유명하다. 이곳 사람들은 고구마로 만들어진 여러 음식을 만들어먹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고구마(사츠마) 소주이다. 일본의 다른 지방은 주로 청주를 즐겨 마시지만 가고시마 사람들은 고구마 소주를 찾는다.

화산재로 검은 흙이 많은 가고시마에서는 음식도 검은색과 관련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흑식초이다. 수많은 흑식초 양조장들이 가고시마에 흩어져있다. 쌀과 누룩, 지하수를 항아리에 넣고 숙성시켜 만드는데 일본에서 처음으로 흑식초를 만들기 시작한 사카모토 양조장에만 그 항아리 수가 5만 2000개에 달한다. 원액은 익숙하지 않은 맛이지만 다양한 첨가물을 넣은 제품도 있어 기호에 따라 구입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곳곳에 볼거리와 즐길거리, 맛볼거리가 가득한 가고시마를 한국에서 가는 방법은 배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기자의 경우 부산항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배편을 이용했다. 배에서 1박을 해야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편의점과 목욕탕, 오락실까지 갖춰져 있어 지루하지만은 않다. 여기에 선상에서 바라보는 부산항대교의 야경은 덤이다.

후쿠오카에서 내려서 가고시마까지의 여정은 일본의 고속철인 신칸센을 이용했다. 시속 260km로 내달리는 신칸센에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철도망을 갖췄다는 일본의 철도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자리마다 넓은 테이블이 있고, 콘센트가 있는데다 좌석 사이의 간격도 넓어서 KTX보다 안락한 느낌을 준다. 비용이 비싼 게 흠인데 외국인은 자유이용권에 해당하는 JR패스를 끊을 수 있어 주머니 사정에 도움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취재는 일본관광청·일본정부관광국(JNTO)의 협조를 얻어 진행했다. 가고시마에 대한 자세한 여행정보는 일본관광청 공식사이트인 J-ROUTE 홈페이지(www.jroute.or.kr)나 페이스북(www.facebook.com/joinjroute)을 통해 얻을 수 있다.(여행상품 문의:스토리투어 02-598-2952)



태그:#가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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