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월호 사고'라는 이 엄중한 사건의 주위에 서성거리며 지낸 시간이 6개월이 넘었다. 그 동안 유가족들은 실망과 분노에 지칠대로 지쳤으며, 국론은 분열되어 이제까지 한 일이라고는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 하나를 탄생시킨 것 밖에는 없다.

11일 세월호 선장이 36년 형을 선고받고 나머지 선원들도 응분의 형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부조리를 밝히는 일은 이제부터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픽션이었으면, 꿈이었으면 하는 사고였다. 아직도 사고의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거대한 여객선의 선체가 기울다가 우리들의 눈앞에서 침몰했다. 그 배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귀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더욱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꽃다운 고등학생들이 차디찬 물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난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고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엄연한 사실을 호도하기에 바빴다. 살아남은 자들이나 돌아간 자들 모두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항해를 떠난 사람들이었다. 돌아간 자들은 그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가족 친지들과 인연을 버리고 떠나갔다. 살아남은 자들이라고 할지라도 꿈과 희망 위에 무수한 상채기를 남긴 채 평생을 악몽 속에서 삶을 끌고 가야할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했던 팽목항엔 정적만

전국에서 밀려든 봉사자들과 지원팀들이 하나의 촌락을 형성했던 팽목항에는 이제 정적이 깃들어있다. 슬픔과 탄식과 분노로 상징되던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던 남은 유족들도 곧 짐을 꾸려 전남대 자연학습관으로 갈 것이다. 진도에 머물렀던 자원봉사팀들도 서서히 생업으로 복귀했다. 진도의 일상은 외형적으로 평온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진도 사람들은, 그들이 품고 있는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일년, 혹은 십년이 지난 후에도 이곳을 찾는 유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다.

최근 자주 전화통화를 하던 수색팀 류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류 팀장은 100여m를 잠수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베테랑 잠수부다. 그가 상륙을 했다. 이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 10월 말이면 철수할 거라는 소식이 있었으나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수색을 했지만 이젠 수색이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철수했다고 한다.

독한 산소를 많이 마셔 팀원들의 생명이 걱정된다고 자주 말하던 팀장이다. 해군과 지금은 해체되어버린 해경과의 갈등이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모순을 담담히 말하던 그이다. 이제 그들마저 떠나버리면, 수심 100여m 아래에서 삭아가는 세월호만 병풍도 해역을 지킬 것이다.

정말 실종자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것인가? 인양도 난망하다고 한다. 빠르게 인양하기 위해서는 선체를 절단해야 하는데 유족들이 반대하고 있고, 선채를 그대로 인양하면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1000억 원 이상 들 수도 있다는데, 선체가 약해져서 찢길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 모두 대답을 줄 수가 없다. 물어도 대답을 줄 수 없는 것이 단절이다. 우리는 모두 단절의 시대를 건너고 있다.

진도군민들이 마련하는 세월호 1주기 추모 문화제

이제 우리 진도 사람들이 유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진도 특유의 활기도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전후 진도문화예술제가 열렸다. 9개의 중요무형문화재가 동원되고 대한민국청소년 국악제, 남도민요전국경창대회, 전국고수대회, 전국강강술래대회, 아리랑대회 등이 닷새 동안 축제 무대를 달구었으나 예년처럼 열기가 피어오르지 못했다.

가수 김장훈씨가 진도의 농수산물을 홍보하기 위해서 이틀 동안 '장터음악회'를 열어 군민들을 위로했으나 아직도 외지 사람들은 진도를 꺼리는 모양이다. 군민들의 축제로 끝나고 만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는다. 맑은 자연과 깨끗한 바다가 우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유족들이나 국민들을 위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진도예술인총연합회, 진도군, 진도군민, 주요무형문화재연합회 등이 힘을 모아 오는 2015년 4월 16일에서 18일까지 3일간 추모문화제를 개최하려고 한다. 이것은 국가의 뜻도 아니고 유족들의 뜻도 아니다. 그 어여쁜 영혼들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진도의 민속 문화를 총 동원하여 우리 진도식으로 영혼을 씻겨줄 것이다. 더불어 강강술래 가락과 살풀이춤, 추모음악회 등도 3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팽목항과 진도읍, 진도대교에서 열리는 행사에 모든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주제는 물론 '삶과 죽음'이다. 이 일은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정성을 십분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도 있다.

지금쯤 맹골수로의 물살은 거칠 것이다. 오죽하면 그 바다를 거치리 바다라고 할까. 그 거칠고 차갑고 센물살의 바다 밑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오열하는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왜 이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이라도 알고 싶은 유족들의 마음도 헤아려본다. 우리들은 편안하게 살고 싶다. 모두가 함께 편안한 세상을 누리는 그날이 오기는 할 것인가?


태그:#세월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