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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세상에서 고등학교를 갓 벗어난 20대의 프로야구선수들의 삶을 보면 응원을 하면서도 애처롭기도 하다. 그런데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들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거나 대학에 입학한 후, 졸업까지의 여정을 가고 있는 우리들과 너무나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야구와 인생의 20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야구는 참으로 인생과 닮은 부분이 많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우리 세상 사람들 중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이룬다. 9회말 2아웃임에도 불구하고 역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게 야구와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이런 묘미에서 출발했다. 내가 이겼다는 잔뜩 부푼 흥분감과 이제 끝났다는 절망감을, 우리의 20대에 비교하며 흥분감을 침착함으로 절망감을 희망으로 바꾸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연고지역 출신 1차 지명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난 8월 25일, 700여명의 선수 중 단 80여명만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는 '2015 2차 신인지명회의'가 서울의 르네상스호텔에서 진행됐다. 고교와 대학의 야구 선수들은 주말리그 왕중왕전과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등 야구선수권대회를 통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르네상스호텔에는 자신의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팀을 높은 자리에 앉힌 선수, 팀의 주축이 아닌 선수, 자신과 스카우트가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선수 등 평온과 긴장감에 둘러싸인 700여명의 선수들이 앉아있었다. 스카우터들이 호명할 때마다 당연히 축하를 받으며 프로 구단이 건네준 유니폼을 입는 선수가 있었고 그 반대로 씁쓸하게 집에 돌아가는 선수가 있었다. 희비가 갈리는 장면이었다.

프로 구단에 지명되어 소위 말해 대기업의 계열사 직원이 되었다고 해도 야구 인생이 꽃피는 것은 아니다. 그 년도에 우수한 성적을 거둬 프로에 입단했지만, 이미 팀에는 전국에서 모인 '야구 좀 잘했다'는 야구수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평생을 야구를 하며 경쟁을 이겨내, 당당하게 프로구단의 문턱을 밟았으나 다시 또 '경쟁'을 해야만 한다. 신인 선수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점이 나보다 우수한 선수들이 훨씬 많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20대도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중·고등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제 책임감을 지니고 자신과 가족,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만 한다. 하지만 자신감보다 혈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전 세계적인 금융·경제 불안으로 인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취업이 어렵게 됐다. 매년 이력서를 100여장을 넘게 제출해보지만 돌아오는 소식만 없을 뿐이다. 어떻게든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20대의 현실과 내일은 냉혹하다. 주변의 경쟁사들이 이미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는 거 같아 불안감은 커져간다. 하지만 절망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

장종훈, 서건창, 김현수. 세 명의 야구선수 공통점은 신고 선수(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를 소액의 계약금으로 영입한 선수)다. 세 명의 선수는 팀의 후보엔트리에 들어가기도 힘든 신분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공했다.

20대의 내일에는 이처럼 낙담이 아닌 희망이 있어야 한다. 나는 왜 '운'이 없는 걸까 생각하지 말고 '공'이 부족하거나 생각을 하여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었으면 한다.

야구는 인생과 흡사한 면이 참으로 많다. 예측을 불허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어떤 일에 일희일비해봐야 결국은 별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고 자만하는 순간 또 새로운 일이 발생해 가슴을 치게도 한다. 또한 절대 미리 알 수 없는, 인연과 인연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겪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이었던 고양 원더스의 슬로건처럼 "열정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김영서 = dudtj1787@naver.com)

덧붙이는 글 | 프로야구, 시사와 정치, 아마야구 소식, 그리고 세상의 모든 소식을 독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지식의 폭을 넓히고 싶은 김영서 학생입니다. '김영서의 야구이야기'로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으며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dudtj1787'입니다.



태그:#김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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