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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수법이 잔혹했던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의 여성 공범자들에 징역형이 구형됐다. 31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에서 열린 3명의 여성 피고인들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7~5년을 구형했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판사 차영민·조형우·황여진)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아무개(15), 허아무개(15), 정아무개(15) 양을 상대로 피고인 심문을 벌이고 공판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0일 새벽 대구에서 김해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 피해자(15)에 대한 살인 혐의를 받아왔다. 여성 피고인들은 남성 이아무개(25), 다른 이아무개(24), 허아무개(24)씨와 다른 양아무개(15) 양과 함께 피해자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대 남성 3명과 다른 양양은 대전에서 4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현재 대전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남성 3명과 피해자를 포함한 가출 10대 여성 5명은 지난해부터 부산과 울산, 대구로 이동하면서 조건 만남을 해왔다. 피해자는 술과 폭행 등에 시달리다 대구에서 사망했고,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경남 창녕의 과수원에 암매장했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vs. "살인에 고의성 없었다"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에 대한 여성 피고인들의 결심공판이 31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은 여성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했다.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에 대한 여성 피고인들의 결심공판이 31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은 여성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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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에서 공판검사는 "피고인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위를 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볼 수 있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밥도 먹지 못하고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거나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들이 거의 심하게 폭행가혹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같이 때리기도 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살인 혐의가 있다"며 "또 여성 피고인들은 성매매 알선에 관여하고 휴대전화 문자 내용이나 도망 가려한 사실을 남성들에게 알려주기도 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판검사는 "남자들이 엄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나, 피고인(여성)들이 죄가 없다거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모두 장기 7년에서 단기 5년을 선고해 줄 것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 안한진 변호사는 "여성 피고인들이 남자들과 달리 사망의 결과를 인식하고 폭행했는지는 의문이고, 최소한 살인에 있어 고의성은 없다"며 "공소사실에도 나와 있듯이 남성들이 여성들한테 공범이 돼야 한다고 해서 같이 때렸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피고인들이 남성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고, 남성들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겠다고 하는 등 협박을 가했는데, 남성들보다 10살이나 어린 14살, 15살 여중생들이 그런 상황에서 남성들의 협박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남성들이 가출한 여중생을 잡아와서 조건 만남을 시킬 때, 처음에는 잘해주지만 나중에는 공범이 돼야 한다며 도망 가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심지어 의자와 선풍기로 맞는 상황에서 남성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죄의 최종 책임자는 우리 사회이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경찰을 찾아갔지만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지금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이 이런 범행을 만들었다, 피고인들한테 선처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피고인들 "죄송하다, 미안하다, 후회스럽다"

양아무개양은 종이에 글을 써와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죄송하다, 너무 미안하다, 후회스럽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며 "피해자의 아버님한테 죄송하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항상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라고 용서를 구했다.

허아무개양은 "잘못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정아무개양은 "죄송하다, 잘못했다"고 짧게 말했다. 여성 피고인들이 최후진술 하는 동안 내내 눈물을 보였고, 법정에 나온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을 비롯한 방청객들도 눈물을 훔쳤다.

선고는 오는 11월 11일 오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태그:#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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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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