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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봤을 겁니다. 무심히 봤을 수도 있고, 참 묘하게 생겼다는 생각 정도는 하면서 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본 게 아니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그동안에는 그 구멍들을 보지를 못했나 모르겠습니다. 마애불에만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게 아니고, 동구 밖 성황당에만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는 우리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가 배어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동안 무심히 봐왔던 그 구멍 하나하나마다 누군가가 낙숫물 같은 정성 뚝뚝 흘리면서 올렸을 기도가 들어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혈(性穴 바위구멍)이라고 불리며 하 세월 동안 뭇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흔적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지금껏 모르고 봐왔던 그 구멍들은 그냥 바위에 난 흔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구멍에 누군가의 기도와 염원이 담겨 있고, 또 다른 구멍 하나마다 이런 의미와 저런 주술이 태고의 전설처럼 주저리주저리 담겨 있음을 알고 나니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지는 구멍들입니다.

뚜벅뚜벅 두 발로 찾아 온 바위구멍 이야기

<바위구멍여행> (글 사진 이창남 / 펴낸곳 도서출판 월간토마토 / 2014년 10월 24일 / 값 1만 원)
 <바위구멍여행> (글 사진 이창남 / 펴낸곳 도서출판 월간토마토 / 2014년 10월 24일 / 값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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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구멍여행>(글·사진 이창남, 펴낸곳 도서출판 월간토마토)은 (사)대전문화유산울림바위구멍연구모임에서 활동 중인 저자가 대전 주변에 널려있는 바위구멍들을 두발로 찾아가 마음으로 담아온 세 가지 의미를 소개합니다.  

저자가 찾아온 첫 번째 의미는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종족번식이고, 두 번째 의미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선망을 나타내기 위한 표식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세 번째 의미는 인간 본연의 예술성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바위에 새겨진 구멍 어느 것도 그냥 허투루인 건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게 됩니다. 저자가 산 넘고 물 건너며 찾아 온 바위구멍에는 애달픈 전설도 들어 있고 애틋한 설화가 담겨 있습니다. 가려 있어 보이지 않는 바위를 찾아가는 저자의 발길이야말로 가슴 앞에 모아 빌고 빌어 올리던 두 손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어느 바위에 새겨진 구멍들은 은하수처럼 총총하고, 어느 바위에 새겨 있는 구멍들은 숨바꼭질을 하는 술래처럼 아스라이 가려 있습니다. 도토리를 줍듯 전설을 듣고, 낙엽을 모으듯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아내니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 사진 한 장에 저자의 땀이 배어 있고, 한 꼭지 글에 글쓴이의 발품이 스며 있다는 것을 알지만 힘들고 어렵게 비밀처럼 찾아 전설처럼 풀어낸 이야기들이기에 읽는 마음에조차 가벼운 구멍 하나가 생길듯합니다.

이 책을 통해, 오늘도 무심히 바라봤을 수도 있는 그 바위구멍이 어쩌면 낙숫물 같은 정성으로 만들어진 흔적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바위구멍에 깃든 사연들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오매불망하는 어떤 삶을 성취할 수 있는 비결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바위구멍여행> (글 사진 이창남 / 펴낸곳 도서출판 월간토마토 / 2014년 10월 24일 / 값 1만 원)



태그:#바위구멍여행, #이창남, #도서출판 월간토마토, #계족산, #성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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