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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등산객을 인터뷰하는 KBS대구방송의 안춘추 촬영감독
 금오산 등산객을 인터뷰하는 KBS대구방송의 안춘추 촬영감독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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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11시 금오산(경북 구미) 케이블카 매표소 앞. KBS 카메라를 든 채 이리저리 움직이며 금오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인터뷰하는 젊은 촬영맨이 포착됐다. 촬영맨은 다름 아닌  KBS 대구방송의 <행복발견 오늘>의 안춘추 촬영감독이자 VJ이다. 그가 등산객들을 인터뷰하는 이유는 <행복발견 오늘>에 담을 자료화면을 만들기 위함이다.

금오산 인근에 살며 자주 금오산을 올라 자칭 '금오산 전문가'가 된 난 금오산 초행길인 안춘추 감독의 길안내를 위해 동행하게 됐다.

금오산 케이블카 안에서 인터뷰 장면
 금오산 케이블카 안에서 인터뷰 장면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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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의 정취와 산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금오산의 명소를 촬영할 임무가 있는 안춘추 감독은 정작 산 타는 것을 싫어 한다고 했다.

"산타는 것은 체질상 좋아하지는 않지만 촬영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갑니다."

쾌활하게 얘기하는 안 감독은 패기있어 보였다.

대혜폭포를 찾은 회사원들과 유쾌한 인터뷰 장면
 대혜폭포를 찾은 회사원들과 유쾌한 인터뷰 장면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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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풍이 멋진 산이 많지만 이날 금오산을 촬영하게 된 이유는 61년 만에 개방된 금오산 정상이 한 몫 했다.

어쨌든 성안마을을 거쳐 정상을 가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산을 타야 했다. 금오산은 가파르고 험한 돌산이라 그냥 오르기에도 쉽지 않다. 때문에 촬영해가며 산을 올라야 하는 안 감독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등산객의 모습을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며 쉴틈없이 움직이는 안 감독의 모습은 프로답게 당차 보였다.

마침 금오산의 할딱고개에서 만난 아주머니 등산객 일행들에게 넉살 좋은 안 감독이 다가가 인터뷰하게 됐다. 우리가 성안마을을 거쳐 정상을 간다고 하니 이 분들도 관심을 보여 새로운 길동무가 탄생하게 됐다.

성안마을을 찾은 등산객과의 인터뷰
 성안마을을 찾은 등산객과의 인터뷰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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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마을에 도착해 안 감독이 주문한 대로 함께 길동무가 된 등산객 아주머니들께 내가 마치 자연해설사가 된 것처럼 성안마을의 유래와 성안습지에 대해 설명을 해드렸다.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주시하는지라 나는 초긴장 상태로 굳은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성안마을은 해발 800m의 성안습지가 있는 곳으로 1970년대까지 사람이 살았다.

그리고 함께 올라온 등산객 아주머니들이 점심을 나눠줘 즐겁게 먹은 뒤 안 감독과 현월봉 정상으로 먼저 올랐다.

성안마을에서 등산객들과 점심식사
 성안마을에서 등산객들과 점심식사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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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금오산을 오르느라 지칠대로 지쳤을 안 감독은 생각보다 산을 잘 올랐고 정상에 무사히 도착했다. 현월봉 정상에 안전 표지판 작업을 촬영하기로 미리 약속해 놓아 시청 관계자와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 감독은 시청 관계자에게 61년 만에 개방된 금오산 정상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며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하지만, 다들 카메라 앞에 서길 부끄러워해 또다시 내가 카메라 앞에서 현월봉 정상에 얽힌 얘기를 해야만 했다. 나 또한 카메라 앞에서는 어색한지라 굳은 표정으로 뻣뻣하게 얘기했다.

"1953년 6.25 참변......, 아니, ......, 6.25......, 6.25 사변 뒤 미군통신기지 설치 후 61년만에 개방된 곳으로서, 8년 전 남유진 구미시장이 미군과 협상하여 일부 반환을 승인받게 되었습니다."

맞는 말을 해놓고도 왠지 뜨끔했다.

61년 만에 반환된 금오산 정상을 찾은 등산객과 인터뷰 장면
 61년 만에 반환된 금오산 정상을 찾은 등산객과 인터뷰 장면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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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감독은 금오산 초입, 대혜폭포, 할딱고개, 성안마을, 현월봉을 비롯해 기암절벽에 만들어진 약사암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며 많은 등산객들과 인터뷰했다. 이날 부지런히 촬영한 분량이 2시간을 넘었다고 했다.

혹시나 안 감독이 약사암에 대해 물어볼 경우를 대비해, 지난 번에 취재한 약사암 관련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찾으려 했으나, 웬걸! 폰이 먹통이 되버려 내용이 뜨질 않았다. 성안마을과 현월봉에서의 미진함을 만회하려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약사암에서 마애석불을 지나 오형돌탑을 가기에는 시간상 무리일 것 같았다. 아깝지만 촬영은 더 이상 무리다 싶어 포기하고 산을 내려갔다. 정상에서 내려가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4시 무렵이었다. 이 시간에도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러나 등산객이 아니라 뭔가 큰 짐을 에워싸고 힘겹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들이 메고 온 것은 통신시설 장비였다. 아침 7시부터 100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올라왔단다. 안 감독은 "아버지 아버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하며 나이 들어 보이는 인부들에게 다가가 내막을 물어보며 촬영했다. 안 감독은 나이든 인부들이 힘겹게 장비를 들고 올라온 것이 마음 쓰이고 안타까웠는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산을 내려왔다.

아침 7시부터 무거운 짐을 메고 올라온 사람들
 아침 7시부터 무거운 짐을 메고 올라온 사람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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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며 이날 촬영한 것을 어떤 식으로 방송할 것인지 궁금해 안 감독에게 물어보았다. 프로그램은 '공간 다큐' 형식이며 금오산이라는 한 무대를 설정해 놓고 다양한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펼쳐 놓는 형식이라고 한다.

안 감독이 산을 별로 타본 적이 없다고 해 이날 촬영이 다소 무리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 감독은 프로다운 열정으로 금오산의 험한 코스를 종회무진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도 다큐방송 촬영의 묘미를 알 수 있었다.

이날 촬영한 내용은 10월 30일 목요일 오후 5시 40분에 방송된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복 발견 오늘 다큐 프로그램, #안춘추 미디어예담 감독,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강의, #금오산 정상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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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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