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니,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 시험을 위해,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몇 시간이나 공부했을까요?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평균적인 삶을 놓고 생각해 보죠.

우선,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하여 영어듣기를 시작하죠. 9교시 보충수업이 끝나면 오후 6시 30분이니, 학교에서 10시간 정도 공부하는 셈이죠. 그러고 나서 저녁 먹고 7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야간자율학습을 하지요. 그러고 귀가하여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마무리 학습을 한 뒤 잠들지요.

수험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공휴일에는 10시간씩 쉬지 않고 공부한다 치면, 2014년 3월부터 10월까지, 학교수업을 빼놓고도 총 1620시간 정도의 자기 학습을 한 셈이 되네요. 2014년은 3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 일요일 포함해서 공휴일이 79일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고3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인 이 1620시간을 다 쏟아 부어도 3월부터 10월까지, 1년도 채 못 되는 시간으로는 수능연계교재를 풀어내기란 어림도 없어요.

참, 수능연계교재가 뭐냐고요? 2011년도부터 EBS교재의 내용 중 70%가 실제 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고 있어요. 수능에 반영되는 내용이 포함된 EBS교재가 따로 정해져 있는데, 이를 '수능연계교재'라 해요. 그런데 EBS교재가 하도 많다 보니 학교수업을 다 하면서는 이 연계교재를 다 풀기조차 힘들대요.

EBS 수능연계교재 공부에 걸리는 시간, 계산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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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 인터뷰 젊을수록 EBS수능연계교재에 문제가 있다고들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수능 잘 보기 위해서 열심히 할 겁니다.” 하며 허허 웃는 분도 만났지요.
ⓒ 방현유	관련사진보기

고3들에게 EBS연계교재는 '경전'이에요. EBS교재에서 수능 10문제 중 7문제가 나온다니, 그렇게 취급할 수밖에요. 그래서 학생들은 먼저 EBS교재의 문제를 꼼꼼히 풀어 보고(예습), EBS 인터넷 강좌를 듣고 모르는 것을 보완하고(본 수업), 다시 한 번 전체를 훑어보며 완전 학습을 하도록 애를 쓰죠(복습). 그런데 그 시간이 만만치 않아요. 한번 계산해 볼까요?

EBS교재의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렇게 계산했어요. 실제 수능에서 국어는 80분 동안 45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문제당 106초, 수학은 100분 동안 30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문제당 200초, 영어는 70분에 45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문제당 93초, 탐구는 60분에 40문제를 풀어야 하므로 문제당 90초로 계산했어요.

본 수업이라 할 만한 EBS 인터넷 강좌는 방영 시간을 전부 합산했고, 복습은 학생들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EBS 인터넷 강좌 시간과 동일하게 계산했지요.

우선 인문계 학생들은 보통 국어 B형, 수학 A형, 영어, 사회탐구를 선택하는데, 이 영역을 모두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어요. 사회탐구는 총 10과목이지만, 그 중 2과목만을 선택하므로, '법과 정치', '생활과 윤리'를 표본으로 계산해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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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비에스 인문계 공부시간 EBS 교재로 인문계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이 1년에 1592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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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수능연계교재 대한민국의 모든 고3들이 무조건 사야 하는 EBS수능연계교재가 자연계열 23권(148,600원), 인문계열 19권(131,600원)이에요. 두 팔로 들기에도 벅차요.
ⓒ 강봉명	관련사진보기

자연계 학생들은 보통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과학탐구를 선택하는데, 이들 영역을 모두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볼까요. 과학탐구는 총 8과목이지만, 그 중 2과목만을 선택하므로, '생명과학1', '지구과학1'을 표본으로 계산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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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비에스 자연계 공부시간 EBS 교재로 자연계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이 1년에 무려 1070시간이 넘네요.
ⓒ 방현유	관련사진보기

합산하여 보니 인문계 학생들이 수능연계교재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총 1592시간 36분이고, 자연계 학생들은 총 2070시간 48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네요.

정규수업을 마치고서 날마다 새벽 1시 30분까지 공부하고, 공휴일이면 하루 10시간을 줄기차게 공부해도 1620시간 정도의 자기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3학년들에게, 2000시간 안팎을 공부해야 '수능에서 '겨우' 70% 맞을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공부해도 30%는 다른 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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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이 입을 열다 하루동일 EBS교재를 손에 달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고3은 말한다. “EBS교재를 절반 이하로 확 줄여야 해요,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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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교재의 수능연계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2011년부터예요. 그 전까지는 30~40%에 지나지 않던 것이 2011년부터 '7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었거든요. 사교육이 부담되는 소외계층에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사교육을 줄여나간다는 취지는 참 좋았어요.

하지만 EBS교재의 수능연계로 인해 사교육이 얼마나 줄었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체감이 되지 않아요. 여전히 학원은 성업 중이거든요. 더욱이 몇 년이 지나면서 이제 EBS교재의 수능연계는 수험생에게 커다란 짐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능 수험생인 고등학교 3학년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지요.

- 안녕하세요. 저번에 부탁드린 인터뷰하러 왔어요!
"안 되는데…. 나 머리도 지금 엉망이고…."

- 아니에요. 예뻐요(웃음). 그럼 시작할게요. 수능 볼 때까지 EBS 문제집을 몇 권이나 사서 풀어야 하죠?
"매달 시리즈로 특강, N제, 완성 파이널 해서 과목별로 막 나오니까, 세어보지 않아서, 그냥 셀 수 없이 많은 문제집이 나와요(웃음)."

-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 많은 문제집을 수능 볼 때까지 다 풀 수는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미리 미리 풀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제때 제때 풀었다고 하더라도 워낙 양이 많다 보니까 아마 다 못 풀었을 것 같아요."

- 현재 수능이 EBS에서 70% 연계된다는 말은, 나머지 30%는 EBS교재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얘긴데, 그 부분은 어떻게 준비하세요?
"EBS교재만 풀기에도 시간이 이렇게 빡빡한데, 다른 건 할 여유가 없어요. 지금 너무 힘들어요. 무엇엔가 짓눌리는 느낌이에요."

-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3학년 내내 EBS 문제집들만 계속 풀어야 하는 것,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들 그렇게 하라니까 하긴 하는데,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고3들에게 1년 내내 EBS교재를 풀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EBS교재로 수능 연계하는 것, 하지 말자는 건 아니에요. 하더라도, 고3들이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교재 수를 줄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확 줄여야 해요, 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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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여수 고3으로 살아갈 대한민국의 학생들 가만히 있다가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EBS 교재만으로 죽자 살자 공부하게 될 것 같아요, 아, 정말 싫어요.
ⓒ 방현유	관련사진보기

(기사 작성 : 동아리 <사랑해여수> 5기 방현유, 문소연, 김민정, 김윤영, 박해지, 정시은, 강봉명, 강수현, 하재영, 박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