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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가 서아프리카에서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덮쳤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해 9천여 명이 감염되고 4천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는 세계 최고의 의료 인프라를 가진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한 병원에서 감염자가 발생하고, 초기 증상을 단순 감기로 오진하며 의료 체계에 허점을 드러낸 미국은 공포를 뜻하는 피어(fear)와 에볼라를 더한 '피어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엄청난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CNN,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17일(한국시각)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인근의 솔론 중학교와 파크사이드 초등학교는 잠정 휴교를 결정했다. 솔론 중학교의 한 직원이 미국의 두 번째 에볼라 감염자인 간호사 앰버 조이 빈슨이 탔던 여객기를 이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두 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지냈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있는 텍사스주의 일부 학교들도 학생 2명이 빈슨과 같은 항공편으로 여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유로 휴교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틀째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에볼라 대책 수립을 지휘하고 있으며, 이날 예비군을 현역으로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에볼라 사태를 다룰 총괄 책임자 '에볼라 차르'를 서둘러 임명하라는 의회의 요구에 따라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론 클레인을 에볼라 차르로 임명했다.

또한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의 3개국에서 오는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입국 검역을 뉴욕 JFK 공항에 이어 이날부터 워싱턴 DC, 애틀랜타, 시카고 등 주요 대도시 공항으로 확대했다.

오바마-공화당, 에볼라 발병국 입국 금지로 '신경전'

미국 정부는 텍사스건장장로병원에서 미국의 첫 에볼라 사망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다가 감염된 간호사 니나 팸을 메릴랜드주의 국립보건원(NIH)으로 이송했고, 역시 던컨을 돌보다가 감염된 빈슨은 에볼라 생존자인 켄트 브랜틀리 박사가 치료를 받았던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 에볼라 사태가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중간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공화당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텍사스건장장로병원을 의회로 불러내 강하게 추궁했다.

토머스 프리든 미국 CDC 소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감염자 빈슨의 여객기 탑승에 대해 "당시 체온이 정상보다 약간 높았고 아무런 (에볼라) 증상도 없었다"고 해명하며 "더 위험한 사태가 오기 전에 에볼라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첫 에볼라 사망자인 던컨을 초기 진료 시 단순 감기로 오진해 돌려보냈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의 의료부문 대표 대니얼 바르가 박사도 하원 청문회 화상 통화에서 "던컨의 증상을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 것을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에볼라가 창궐한 국가에서 오는 여객기의 입국 금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공화당을 이끄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항공 검역의 우려가 커진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입국 금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입국 금지를 하면 오히려 여행객들이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숨기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감염 경로 추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서아프리카 5개국, 미국, 스페인 등 전 세계에서 확인된 에볼라 감염자가 9216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4555명이라는 공식 집계를 발표했다.

또한 에볼라 감염자 1명이 확인됐던 세네갈은 그 이후 에볼라 잠복 기간인 21일의 두 배인 42일 동안 더 이상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 에볼라 종료를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태그:#에볼라 바이러스, #버락 오바마, #세계보건기구, #서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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