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 남구에 건립된 일제강제동원역사기념관.
 부산 남구에 건립된 일제강제동원역사기념관.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기념관의 상층부에 구멍이 생기며 지반이 내려앉은 모습.
 기념관의 상층부에 구멍이 생기며 지반이 내려앉은 모습.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부산 남구에 일제강제동원 역사기념관을 짓겠다며 축포를 쏘아 올렸을 때가 2011년 8월이었다. 일제 당시 이루어진 강제동원의 실상을 알려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목표에서 였다. 계획대로라면 2012년 말 역사기념관은 개관했어야 했다. 하지만 연거푸 미뤄지더니 2년이 흐르도록 역사기념관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5일 오전 찾은 역사기념관은 생각보다 웅장했다. 전체 면적만 1만2000㎡. 지하에 4개 층이 있고, 지상으로는 3개 층이 있다. 층간이 높아 실제는 그 이상으로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 개관해도 될 만큼 멀쩡해보이는 건물의 속내는 그렇지 못했다. 미뤄지던 건물 공사가 끝난 건 지난 5월이지만 역사관에는 계속해서 문제가 일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배수와 누수였다. 새어나온 빗물 때문에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은 군데군데 얼룩이 번져있었다. 산을 깎아 만들어 비탈과 맞닿은 건물 옥상 부분은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땅바닥의 보도블럭이 틀어져 있었고 흡사 싱크홀을 보는 것 같은 구멍도 생겨있었다.

원활한 배수가 이루어지지 못한 탓인지 건물 틈에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건물 내부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모래자루와 벽돌로 임시 물가림막을 만들어 놓은 곳도 보였다. 이날도 현장에는 보강 공사를 하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했다.

보수 공사를 맡은 업체 관계자는 "9월에 보수 공사가 끝났어야 했는데 아직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며 별스런 문제가 아니라고 대꾸했다.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건물 시공업체인 ㄴ건설은 완공 전인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운영주체도 아직 미정... 각계 비판 일지만 느긋한 대일항쟁지원위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역사기념관의 외벽에 누수로 인한 얼룩이 번져있다.
 역사기념관의 외벽에 누수로 인한 얼룩이 번져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역사기념관 개관 지연의 문제점은 비단 건물의 하자에만 있지 않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아래 대일항쟁지원위) 등 정부부처가 건설에 나선 역사기념관은 그동안 번번이 제대로 된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다.

정부는 2012년까지 건물을 짓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예산 배정에 소극적이었고, 해마다 찔끔찔끔 지원하는 예산에 공사는 멈춰서기 일쑤였다. 거기에 역사기념관을 운영할 관리·운영주체는 아직도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만들어 운영을 맡기겠다는 기본 계획만 서있지 확정된 것은 없다.

또 역사기념관은 완공됐다지만 정작 진입로는 보상작업이 지연되면서 11월 중순께를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가 겹치며 차일피일 매번 개관 일시를 미루던 역사기념관은 결국 올해마저 넘기게 될 운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의 이사진이 건물의 부실 건축 여부부터 따져보겠다고 나섰다. 지원재단의 이사이기도 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역사기념관이 부실공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오는 24일 이사진이 현장을 방문해 상태를 직접 점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관심을 받고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역사기념관의 상태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 놓은 상태이다. 정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오는 27일 열리는 종합 국정감사에서 묻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년 넘게 개관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담당부처인 대일항쟁지원위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대일항쟁지원위 기획총괄과 담당자는 "다른 역사관의 건립 사례를 보아도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빨리 (개관)하는 것 보다 지연되더라도 내실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일제강제동원역사기념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