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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갓 수습 딱지를 땐 민주언론시민연합 새내기 활동가이다. 나는 이번에 창립 민언련이 준비한 '언론문제 UCC 공모전'을 홍보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들이 '언론문제 UCC 공모전'에 참여하게 알리는 것이다. 여기저기 공모 사이트에 들어가서 홍보문구를 뿌리고 SNS 홍보도 했다. 하지만 아직 마감이 멀어서인지 나의 홍보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하면 홍보가 될까 '방법'만 찾다가 문득 이렇게 일방적으로 홍보 문구와 웹자보를 퍼 나르는 나 자신은 정작 언론 문제에 대해 어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별로 없다. 생각해보니 '언론 문제 UCC'라는 것이 참 어렵고 부담스러운 주제이다. 내가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무조건 홍보만 한다고 해서 과연 시민들이 '언론문제 UCC'를 만들어 보내주실까? 불쑥 소심한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한 '언론문제 UCC'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언론 문제'라고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서당개 3년'은 아니라도 '민언련 활동가 3달'을 지내보니 나도 이제 '조중동'의 편파성, '종편'의 선정성,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 특히 MBC의 심각한 편파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표적‧편파심의, 표현의 자유, YTN과 MBC의 해직 언론인, 사이버 검열 등 눈에 보이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이 거창한 주제가 자신의 삶과 연관이 있다고 느끼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부터도 그랬다. 2012년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170여일의 MBC 파업이 진행되어도 그저 무한도전 오래 못 보는 것과 몇 명의 아나운서를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된 것 이외에 나의 삶과 그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실감하지 않았다.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민언련에 들어온 뒤, 방송 모니터를 맡아서 매일 7개 뉴스를 비교해서 보게 되면서 MBC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 지금 MBC는 정말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한 사안은 누락시키고, 나쁜 보도들만 보여주고, 언론이란 것이 세상의 소금의 기능을 해주려면 정부와 기업 등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잘 감시하는 기능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은 거의 없어졌다. 반대로 국민을 우민화시키려는지 먹거리, 날씨, 스포츠, 동물 이야기 등만 뉴스에서 넘쳐난다. 2012년 파업 당시 MBC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파업이 임금이나 처우개선에 대한 이유가 아니라 '공정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고, 이것은 방송국 노동자에게 가장 절실한 노동조건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나는 언론사 취업을 고민하고 있으면서도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얼마나 주요한 문제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MB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MBC가 공영방송이 아닌 대통령만을 위한 방송으로 전락하면서 우리가 내가 잃은 사회적 손해들은 얼마나 큰 걸까. 만약 MBC가 과거 자랑스러운 '마봉춘' 시절처럼 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서민들의 삶을 위한 뉴스를 제대로 다뤄줬다면, 우리 삶이 조금 덜 나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지방에 사는 취업준비생이었기에 서울에 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과는 또 다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뉴스에서는 이런 취준생의 고충과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간혹 대기업 채용이 줄었다는 내용이나 청년실업이나 인턴제도에 대한 수치 정도만 나온다.

나의 삶과 직결되어있는 내용들이 나와야 할 뉴스가,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서 국민의 권리와 인권은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MBC 파업은 단순히 MBC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언론에서는 제대로 그 문제를 짚어주지 않았다. 

자 이제 다시 '언론 문제 UCC'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언론 문제'는 참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삶의 문제이다. 다른 사람들도 사실은 모두 언론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매일 신문과 방송, 인터넷 포털 등에 실리는 수많은 뉴스는 나와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우리네 삶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들이다. 서민 증세 이야기, 집값과 전세 이야기, 노동 문제, 환경 문제, 교육 문제 등 뭐 하나 개인의 삶과 떨어뜨릴 수 없는 그야말로 '민생' 현안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내용도 유가족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안전한 세상을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법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아들은 가진 엄마에게는 군 인권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노동자에게는 노동현실과 비정규직 문제, 기업인권의 문제 등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교육문제와 학교폭력 등이 중요하다. 장애, 성적소수자, 노인, 아동, 청소년,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존재하는데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중요하다. 이처럼 모든 중요한 문제가 언론에서 그 중요한 가치만큼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 삶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민언련과 오마이뉴스가 공동주최했던 '시민 UCC' 수상작품을 보니 당시에는 종편 출범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것 같다. 이미 조중동의 악영향에 지칠 만큼 지쳤던 국민들이 '조중동 방송'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사안이었던 것 같다. 당시 수상한 UCC들은 조중동의 현재를 비판했고, 미래를 걱정했다.

당시 2등상을 받은 <지 멋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조선방송 위험해요>는 지금의 종편뉴스를 예언했다고 할 만큼 너무 닮아있었다. UCC 속 '방가방가 조선방송'은 외국 대자본의 편을 드는 보도를 한다. 그 결과 우리 정부는 손해를 보게 되지만, '조선방송'과 외국 대기업은 축배를 든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일삼으며 여론을 만들어가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졌다. 나쁜 짓을 하는 '방가'를 처벌하지 못하는 정부를 풍자하는 모습은 각종 종편 보도에 대해  '문제없음'의 결정을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떠올리게 했다.

2014 언론문제 UCC 공모전

나는 이번 '언론문제 UCC공모전'에 언론에 대한 거대담론이 아닌 시민들의 솔직하고 소박한 언론에 대한 불만이 담긴 동영상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언론 문제여도 좋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여도 좋다. 성적소수자, 학생, 군 등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좋다. 우리 동네 환경 이야기여도 좋다. 언론이 본인에게는 중요한 문제를 묵살하거나, 편파적으로 보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바로 '언론 문제'인 것이다. UCC 공모전에 많은 시민들이 언론에 대해 평소 느꼈던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공감하여 언론이 제자리로 갈 수 있는 도화선이 됐으면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UCC 공모전
 민주언론시민연합 UCC 공모전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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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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