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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rh!"


지난 1일, 운동장(안성시 야구장)에서 들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병렬 감독이다. 평소 아이들을 대할 땐 자상하지만, 훈련할 때, 특히 안전문제와 직결된 단원(초등학생들)들의 행동엔 엄격하다.

훈련 도중 아이들과 엄병렬 감독이 폼을 잡았다. 훈련하는 선수이기에 앞서 초등학생이라는 게 포즈에서 나온다.
▲ 안성시리틀야구단 훈련 도중 아이들과 엄병렬 감독이 폼을 잡았다. 훈련하는 선수이기에 앞서 초등학생이라는 게 포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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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이 이들을 더 강하게 했다.

올해로 5년 된 안성시 리틀야구단. 해가지고 어둑어둑한데도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운동장에 불이 들어오면 아이들의 열정에도 불이 들어온다. 더 연습하지 못해 아쉬운 아이들이다.

그래도 이러한 환경은 그나마 양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운동장과 공터 등을 전전하며 훈련을 했다. "아이들이 마치 떠돌이처럼 떠돌아다니며 흙 구장에서 훈련해왔다"는 회장 장덕호씨(리틀야구단 학부모회)는 "지금은 다행히도 안성시에게 이 구장을 빌려 잔디구장에서 훈련하니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양진초, 공도초, 만정초, 비룡초, 내혜홀초 등 안성의 초등학교 학생들 15명으로 이루어진 이 야구단은 소위 '클럽 야구단'이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닌 순전히 학부모회의 지원으로 이루지고 있다.

"이런 구장도 우리 아이들에겐 고맙지만, 전용 구장을 꿈꾼다"는 장덕호씨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이용하는 구장은 성인용 야구장이다보니 베이스간 거리, 마운드와 홈베이스의 거리, 운동장의 넓이 등이 아이들에겐 모두 크기만 하다. 다른 시의 아이들은 전용구장에서 훈련하니 운동장에 대한 감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전에서 안성아이들이 아무래도 핸디캡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안성시 리틀야구단 소속 포수 신동형군은 경기도 리틀야구단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날 다음날인 10월 2일에 합류해서 10월 3일부터 10월 5일까지 대만, 일본, 국내 팀들과 경기를 치룬다. 안성시 리틀야구단의 자랑이다.
▲ 신동형군 안성시 리틀야구단 소속 포수 신동형군은 경기도 리틀야구단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날 다음날인 10월 2일에 합류해서 10월 3일부터 10월 5일까지 대만, 일본, 국내 팀들과 경기를 치룬다. 안성시 리틀야구단의 자랑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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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럼에도 이 야구단의 행보는 탄탄했다. 그동안 이 야구단을 거친 학생둘이 서울, 용인, 온양, 성남 등 야구중학교에 진학했다. 올해도 타 도시 야구중학교로 가는 졸업예정인 6학년이 4명이다. 안성에 야구중학교가 없어서 아이들은 야구의 꿈을 접거나, 꿈을 펼치려면 어린 나이에 다른 도시로 유학을 가야함에도 아이들은 잘해왔다.

경기도 대표로 선발 된 신동형 선수

환경이 열악하면 사람이 강인해진다 했던가. 올해 쾌거를 이룬 학생이 있다. 경기도에서 선발한 리틀야구단 대표로 신동형(6학년)군이 선발 되었다. 이날 운동장에서 만난 동형군은 대표팀에 합류하는 하루 전날이라 다소 상기되어 있다. 만날 안성친구들과 훈련하고 경기하다가 생전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친구들과 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동형군의 포지션은 포수. 10월 3일은 대만, 4일은 일본, 5일은 국내 팀 등과 시합이 있다. 4학년 때 방과 후 학교 야구반에서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꿈이 야구선수가 되어버린 아이. "중학교 가서 이를 악물고 버텨내 끝끝내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말겠다"는 당찬 아이다.

어떻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이런 당찬 아이들이 있을까. 그 비결? 알고 보니 엄병렬 감독(안성시 리틀야구단)의 열정이 숨어 있었다.

밤이 되어도 아이들은 훈련에 집중 한다. 이 구장은 안성시에서 운영하는 성인용 야구장이어서 아이들에겐 모든 게 다 크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이 구장보다 더 큰듯 싶다.
▲ 훈련 중 밤이 되어도 아이들은 훈련에 집중 한다. 이 구장은 안성시에서 운영하는 성인용 야구장이어서 아이들에겐 모든 게 다 크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이 구장보다 더 큰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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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단의 열정의 출처, 알고 보니 엄병렬 감독

8년 전 안성으로 이사와 5년 전에 안성아이들에게 야구 꿈을 심어주고자 시작한 야구단. 처음엔 그가 발로 뛰면서 야구단원도 모집하고, 사람도 만나고, 훈련도 시켰다. 모든 게 낮선 그가 이런 일을 해내기엔 벅찬 현실조차도 그가 가진 '후진 양성'의 꿈을 막진 못했다.

명문 야구고교 신일고를 졸업하고 중앙대를 거쳐 해태(기아)의 프로야구 선수 시절을 거친 엄병렬 감독. 그도 또한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시작했다. 그가 지금의 아이들에게 지도할 때,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그는 일러주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야구를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즐기는 사람이 오래간다는 걸 그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보았다. 그래서 "우리 감독님은 경기 결과를 두고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는다"고 학부모들이 입을 모은다. 엄감독은 경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단순히 야구만을 배우지 않고, 야구를 통해  사회와 인생을 배우는 탄탄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야구단을 그만 두고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여기서 배운 기본기로 사회를 잘 사는 사람이 되도록 지도한다"는 엄감독의 소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를 통해 야구단의 감독을 넘어서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야구단을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이 지금도 훈련구장에 찾아와 "감독님, 감독님"하면서 같이 야구를 하는 건 아이들이 엄감독의 진심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아하! 이래서 아이들이 훌륭하게 커가는 구나 싶다.

5년 전부터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야구단원을 모집하고, 사람을 만나고, 훈련을 시켜 오늘의 안성시리틀야구단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이 길을 가겠다는 그는 해태(기아) 프로선수 출신이다.
▲ 엄병렬감독 5년 전부터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야구단원을 모집하고, 사람을 만나고, 훈련을 시켜 오늘의 안성시리틀야구단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이 길을 가겠다는 그는 해태(기아) 프로선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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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감독은 "앞으로도 안성에서 변함없이 이 길을 가겠다"고 했고, 장덕호회장 외 학부모들은 이날 운동장에 와서 음료수를 대고 응원을 했고, 경기도 대표 리틀야구단 선수로 나가는 동형군 외 아이들은 일취월장 실력과 훈련태도가 나아지고 있다. 이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재밌는 꿈을 함께 꾸고 있다. 어둑어둑 해지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기합소리가 요란하다.


태그:#리틀야구단, #야구단, #엄병렬 감독, #안성시리틀야구단,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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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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