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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을 잇는다? 부산과 경남 거제를 이은 거가대교처럼 다리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아니다. <섬과 섬을 잇다>는 섬처럼 고립되어 외로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섬과섬을잇다>
 <섬과섬을잇다>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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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본 적 없는 엄청난 일이 자기 문제로 닥쳤을 때, 고개 숙일 수 없었던 사람들. 세월호 사고를 비극으로 이끈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거부했던 사람들이다.

쌍용자동차부터 재능교육, 콜트콜텍, 현대차, 코오롱 사태 등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등의 공권력 억압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모난 돌 정 맞는다"는 말을 반복하며 나서기를 거부하고 체념하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은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따끔한 목소리를 전한다. 읽는 동안 가슴이 주사를 맞을 때처럼 따끔했다. 읽기가 참 불편한 책이었다.

나를 반성하게 한 이 책

"우리가 돈을 달라고 하나, 쌀을 달라나, 밥을 달라나, 우리 재미있게 오순도순 엎드려 사는데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 이대로만."

밀양 송전탑 이야기 속의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나는 공간 효율과 건강을 위해 생활인들을 이리저리로 옮기게 했다. 결혼해 지금 사는 집까지 5번 정도 이사를 하면서 이사 과정과 낯선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생활인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밀양 송전탑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거리 농성 2267일째이던 2014년 3월 5일 <한겨레21> 20002호 기념 특집 인터뷰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싸우는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에 "기본을 지킨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인터넷 아이디도 '답게 살자'예요"라고 답했다는 재능 교육 노동자. 기본을 지킨다는 이유로 저렇게 오랫동안 거리에서 농성을 해야 하다니.

나는 아마 지쳐서라도 포기했을 것이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목숨을 걸어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 절망하는 일이 없는 나라, 죽음으로 노동 운동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는 데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다. 포기를 모르는 바보였다.

꿈을 굶기지 않고 사는 법, '연대'

올해 마흔넷인 나는 생각 해왔다. 내가 사장이라면 당연히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고. 과연 그럴까. 해고를 단순히 경쟁에서 도태된 개인 능력의 문제로 보고, 해고 노동자의 외침에도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이제 이들의 "'비'자 하나 더 붙었을 뿐인데 왜 이토록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나는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서 저녁 7시 무렵 집에 돌아오는 반복된 노동 속에서 깊고 아픈 고민을 묻었다. 나는 피곤하다. 힘들다. 그러면서도 내 아이를 위해 과외를 시키고 학습지를 풀게 한다.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은 정리해고 당할 걱정 없고 노동자라고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사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코오롱에서 정리해고 당해도 열심히 복직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책 속의 일배씨도 아이 세대를 위해 고민하고 행동했다. 그러나 고민과 행동은 나와 달랐다. 그는 "정리해고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그의 자식과 또래 아이들이 전부 비정규직이 되거나 정리해고의 아픔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을 알기에 복직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땅에 사는 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든든한 연대감을 나누고 싶다."

저자가 책에서 밝힌 바람이다. 그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마음에도 빈틈을 만들 생각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나 먹지 않으면 일할 수 없다. 우리의 바람을, 꿈을 굶기지 말자.

덧붙이는 글 | 해찬솔일기 http://blog.daum.net/haechansol71



섬과 섬을 잇다 -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 이야기

하종강 외 지음, 한겨레출판(2014)


태그:#섬과 섬을 잇다, #제주 강정마을, #연대감, #비정규직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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