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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열린 창조경제 사례 발표 행사에 참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에게 얼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 정규택 파이브지티 대표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열린 창조경제 사례 발표 행사에 참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에게 얼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 정규택 파이브지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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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에서 1분이라도 발표하면 (사람들이) 잘 알 것 같다."

한 중소기업 창업가의 바람 때문일까.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창조경제 전초기지인 드림엔터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떴다. 지금까지 성공한 창조경제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에 '조연'을 자처한 것이다.

장관에 취임한 지는 고작 두 달밖에 안됐지만 지난해 6월 창조경제 실현 계획을 발표한 지도 1년여가 넘은 미래부로선 뭔가 본보기가 필요했다. 삼성과 함께 만든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거점을 대기업에 분배한 것도 그만큼 성과가 급하다는 방증이다.

전화번호 알려주면 끝?... 창조경제타운 멘토링 평가 엇갈려

이날 행사에서는 창조경제타운이나 정부 출연연구소의 도움으로 창업에 성공한 사례들이 주로 소개됐다. 이 가운데 얼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한 정규택 파이브지티 대표와 이어폰 스피커에 마이크를 내장해 '귀로 대화하는 이어톡'을 만든 신두식 해보라 대표는 현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창조경제타운 멘토링 시스템을 활용한 사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신두식 대표는 "멘토링을 여러군데서 받았지만 중견기업 수준에 맞는 경우가 많아 추상적이었는데 창조경제타운 멘토는 스타트업(창업기업)에 관심이 많아 피부에 와닿았다"면서 "멘토링 전후 국내 시장과 라이선싱 사업 중심에서 글로벌 진출과 자체브랜드로 사업 방향을 바꿔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규택 대표는 "창조경제타운 사이트가 잘 돼 있고 자금 유치와 마케팅 등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많아 메일을 남기면 1주일 이내에 답이 돌아왔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디 가서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라 정부기관 전화번호만 알려줘 찾아가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고 그나마 6개월이 지나면 멘토링을 받을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3대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가 '창조경제'라고 국민들이 생각하는데, 새 제품을 개발하면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니 공영방송에 1분이라도 창조경제타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발표하면 (사람들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최양희 장관은 이날 "창조경제는 단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며 국민이 창조경제를 내 일처럼 여기는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오늘 같이 창조경제 사례와 성공 스토리를 적극 발굴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매출 없다고 자금 지원 안해줘"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열린 창조경제 사례 발표 행사에서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열린 창조경제 사례 발표 행사에서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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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소에서 '스핀오프(분사)'에 성공한 사례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3월 창업한 지 6개월만에 150억 원 투자를 유치한 무선랜 칩셋 개발 업체인 뉴라텍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 28명이 한꺼번에 나와 창업한 사례다. 보통 연구원 한두 명이 나와 창업하는 기존 스핀오프와는 스케일부터 달랐다.

이희수 뉴라텍 연구소장은 "정부 과제를 중심으로 무선랜 칩 기술을 상용화했는데 세계 톱 수준에 근접했다고 판단해 창업했다"면서 "10여 년간 호흡을 맞춘 기존 연구팀 조직을 살려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팀 단위 창업을 했는데, 단기간에 고급 인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투자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대형 스마트 윈도우'를 개발한 큐시스는 소규모 스핀오프 사례다. 홍진후 큐시스 대표는 2000년 조선대 교수로 있을 당시 출연연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로 스핀오프했지만 기술 역량 부족과 높은 가격 때문에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다 최근 생산기술연구원의 기술 이전과 정부 자금 지원으로 뒤늦게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ETRI 연구원과 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낸 최양희 장관은 "ETRI에서 분사한 회사의 경우 고도의 수학기술과 통계기술, 컴퓨터 기술을 결합한 제품으로 꾸준하고 중장기적 투자의 대표적 사례"라면서 "여기 나온 건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더 많고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숫자를 묻는 질문엔 "논문이든 특허든 매출이든 개수를 세고 그런 데 연연하는 건 후진적 타입"이라면서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성과 나오고 동기 부여되고 정열을 불태운다면 몇 개가 아니라 열 배 백 배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얼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만든 정규택 대표는 "제품을 양산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나 벤처캐피탈에서 자금 지원이 안 돼 집을 팔아 자재를 사야 했다"면서 "창조경제에서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데 아무도 안 본 제품을 판매하는 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다행히 SK텔레콤 도움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 대표도 결국 매출과 숫자에 연연하는 '후진적 정부'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태그:#최양희, #미래부,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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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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