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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상북도 칠곡군 석적읍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 '낙동강지구 전투 전승행사'가 열렸다. 특공여단 및 미군장병 등 660여 명이 참여해 처절했던 당시의 전투 상황을 재현한 백병전을 펼쳤다.

낙동강 지구는 왜관, 영천, 포항, 마산 일대를 포함한 6·25 사변 당시 최대 격전지였다. 지난 1950년 8월부터 9월 하순에 걸쳐 국군과 학도병, 유엔군 등 북한군 14개 사단의 총공세에 맞서 싸웠다. 이 승리를 통해 전쟁의 승운을 결정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곳은 6.25 전쟁 당시 실제 전투 현장이었다.
▲ 행사 현장을 뒷정리 하는 군인들 이곳은 6.25 전쟁 당시 실제 전투 현장이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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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장을 방불케하는 현장이다.
▲ 전승행사에 투입된 야포을 비롯한 각종 군대차량들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하는 현장이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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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 같았던 현장, 멋있지만 왠지 모를 안타까움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마치 전쟁영화 촬영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컸다.

행사가 끝난 뒤, 군인들은 해가 저물어 가는 낙동강을 뒤로 한 채 분주히 행사장 뒷정리에 나섰다. 옆으로는 행사에 투입된 탱크가 아스팔트 위를 지나갔다. 일사분란하게 수습되는 정경이었다.

군인들에게 백병전을 시연하기 위해 파놓은 참호, 포대에 흙을 담아 쌓아 놓은 방호진지 등은 다시 원상복구 시켜놓아야 할 또 하나의 일거리다.

낙동강을 건너기 위한 도하훈련에 탱크가 투입되었다.
▲ 제2회 낙동강지구전투 전승행사에서 만난 탱크 낙동강을 건너기 위한 도하훈련에 탱크가 투입되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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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민족이 두가지의 옷색깔로 나뉘어 처참하게 서로를 해쳤던 당시의 상황을 재현했다.
▲ 인민군 복장을 한 국군들 같은 민족이 두가지의 옷색깔로 나뉘어 처참하게 서로를 해쳤던 당시의 상황을 재현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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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죽고 죽이는 잔혹한 백병전을 시연한 젊은 군인들을 보며 64년 전 똑같은 장소인 이곳에서 실제로 더욱 처참했던 살육전이 벌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아비규환이었을 당시의 상황이 몸서리 나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똑같은 피를 나눈 민족이,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했던 어린 학생들과 젊은 군인들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서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며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여야만 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깝다. 저주받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었다.

내가 만약 6·25 당시에 태어나 이 곳 전쟁터에 투입되었더라면 어떤 상황에 처했을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만 할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나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당시 낙동강을 경계로 해서 낙동강 너머의 마을들은 북한군이 점령했던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징집되어 북한군의 편에서 싸워야 했던 일화들도 떠올랐다. 전투현장에서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친구나 혹은 가족이었을 사람과 적으로 마주하게 되어 오로지 살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했을 비극적인 상황이 숱하게 많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낙동강 지구 전투 전승행사는 인간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악마성과 잔혹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백발의 참전용사들이 전승 행사를 보며 떠올리고 느꼈을 회환들이 궁금해졌다. 떠올리기 싫은 처참했던 과거를 되새기며 '호국애족'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이곳에 64년 전에 세계사에 유래도 없는 융단폭격이 가해졌다.
▲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무렵의 낙동강 전경 아름다운 이곳에 64년 전에 세계사에 유래도 없는 융단폭격이 가해졌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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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 현장 재현이 아니라, 미담 발굴을 통해 기억할 수 없을까

6·25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단지 눈 앞에 펼쳐진 살육의 현장만이 6·25의 모든 것을 말한다는 식의 생각은 잘못된 일이 아닐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 마냥 동네북이 됐다. 낙동강지구 전투가 남긴 상흔은 우리나라의 치욕적인 현실을 상기시킨다.

이곳은 B-29 폭격기 98대가 융단폭격을 퍼부었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전쟁사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다.

전승행사의 의미가 마치 축제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만 하지 않을까. 당시에 낙동강 전투에서 산화한 이름 모를 북한군과 국군 또한 같은 우리 민족이며 안타까운 우리네 젊은이들이었다.
▲ 전승행사를 기념하는 풍선 전승행사의 의미가 마치 축제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만 하지 않을까. 당시에 낙동강 전투에서 산화한 이름 모를 북한군과 국군 또한 같은 우리 민족이며 안타까운 우리네 젊은이들이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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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강대국 정치 전략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재고로 남은 무기들을 일순간에 소모시켜 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빌미로 하여 강대국들의 자연스러운 간섭도 정당화됐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그늘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못하다. 또 다시 강대국 군산복합체의 알력에 의해 신형전투기를 대량으로 계약하지 않았는가.     

전쟁을 겪지 못했던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세대들은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서 절실히 느낄 수 없다. 6·25 행사를 통해 위기의식을 고조하고, 교묘히 외국으로부터 최첨단 무기를 들여오는 것을 합리화한다. 이런 결정들이 배후세력들의 농간에 놀아난 것이 아니기를, 우리민족이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6·25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민족 최고의 교훈이다. 나는 살육의 현장을 재현하는 것으로 점철된 잔혹한 전승행사가 불편하다. 차라리 처참했던 전쟁터에서 피어난 국군과 북한군간의 아름다운 인간적 일화들을 발굴해,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며 호국을 떠올릴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것이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2회 낙동강지구전투 전승행사, #칠곡군 석적면 낙동강변,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강의, #낙동강전투 백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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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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