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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와 티브로드, 씨엔엠, 연세의료원, 보건 노조 동지들이 함께 했다.
▲ 노동자가 하나되어 만든 하모니 쌍용차 해고자와 티브로드, 씨엔엠, 연세의료원, 보건 노조 동지들이 함께 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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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명의 단원이 '전태일 추모가'와 이소선 어머니 기림 노래인 '손 내밀어'를 합창했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강당에 울려 퍼지자 숨죽이며 경청하던 이들이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쳐냈다. 세 번째 순서로 특별 출연한 쌍용차 해고자와 티브로드, 씨엔엠, 연세의료원, 보건 노조 동지들이 '해방을 향한 진군'을 부를 때 관객들은 조그맣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두 번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시작되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팔뚝질을 하며 힘차게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강당 전체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가슴으로 합창으로 무대와 객석이 하모니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9월 27일 세브란스 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이소선 합창단'  창단  공연 <손 내밀어> 공연이 열렸다. 지휘자의 손놀림에 따라 ▲사람답게, ▲손 내밀어 ▲우리 하나 되어 ▲뜨겁게 솟구친다 ▲우리 꿈 피어나 등 14곡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강당에 가득 울려 퍼졌다.

객석에서는 연신 눈물을 훔치고, 가만히 숨을 내쉬기도 하고,  때론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고 필을 힘차게 흔들며 합창을 하기도 했다. 감동의 도가니 속에 준비된 14곡이 모두  끝났지만 관객을 일어설 줄을 몰랐다. 거듭되는 앵콜 요청에 세 곡을 더 들려주었다. 세 번의 앵콜에도 아쉬움이 남은듯 관객들은 마침내 기립 박수로 감동을 전했다.

'이소선 합창단'은 2011년 말에 '단결하라'는 이소선 어머님의 뜻을 받들어 양대 노총 소속 노동자들과, 비조직 노동자와 시민 50여 명이 영결식에서 한 공연을 계기로 결성됐다. 하지만 악보를 볼 줄 모르는 대원이 태반인데다, 3조 5교대라 말할 정도로 시간을 내기 힘들어 연습은 쉽지 않았다.

그들을 묶은 힘은 '단결하라. 하나가 되라'는 이소선 어머니의 마지막 뜻이었다. '노동자 문화와 연대도 아름답고 품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지휘자 임정현씨의 의지는 강렬했다. 사람들이 모이자 조금씩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게 됐다. 차츰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하모니를 이루며 한 곡 한 곡 곡을 다듬어 갈 수 있었다.

노동자의 노동이 자본가의 이윤의 도구가 아니 듯, '합창이 전문적으로 노래를 공부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줬다. 또, 노동자 합창이 투쟁의 수단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영혼 깊은 곳에 꿈틀거리는 아름다움에의 열망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동자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지휘자 임정현씨의 바람이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된 셈이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까지 조바심으로 손끝이 떨렸을 지휘자의 염려는 이번 공연으로 말끔하게 해소됐을 것이다.

지휘자 임정현씨와 ㅆ아차 김정우 전 지부장이 하나 된 모습
▲ 지후자 테너 임정현씨와 김정우 쌍용차 전 지부장 지휘자 임정현씨와 ㅆ아차 김정우 전 지부장이 하나 된 모습
ⓒ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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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밀어/이건범 작시. 이병관 작곡

떠나는가 내밀던 손  끝인 줄 몰라 잡지 못했네
그대에게 내미는 손 사랑인줄 몰라 주춤거렸네.
손 내밀어 잡아줘 하나 되어줘 우린 아픈 남이었잖아
손 내밀어 안아줘 사랑 되어줘 우린 슬픈 따로였잖아.
지금 그대가 건네는 손 잡아보니 이젠 알겠네
믿음으로 내미는 작은 손 마주 잡고 하나되었네.

"분신 전 날, 전태일 열사는 어머님께 회사로 와 달라고 거듭 부탁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지 못했습니다.. 영문도 모르겠고, 사는 게 바쁜 탓에.. 주춤거렸습니다. 그것이 끝인 줄 몰랐습니다."

이건범씨가 작사한 이소선 어머니 기림곡 '손 내밀어'의 가사처럼 이제 모두 내민 손을 마주잡고 하나가 될 때이다.

"하나가 되세요. 하나가 되세요. 하나가 되어 싸우세요! 그래야 이깁니다!"

이소선 어머니의 간절한 외침은 '이소선 합창단'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그 씨앗을 싹틔웠다 고 믿어도 좋지 않을까.


태그:#이소선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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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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