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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이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했다. 성적우수장학금과 국가장학금을 통해 어렵게 2학기 등록을 마쳤다. 2학기부터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게 됐다며 용돈은 걱정 말라고 했다. 주당 10시간씩 일하고 월 4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 돈이면 차비와 밥값, 휴대폰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차비와 밥값까지 해결이 된다니 안심했다.

몇 주간 일을 한 아들아이가 "근로장학금은 학기가 끝난 후에 한꺼번에 지급한다더라"며 낙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장인 내가 실직 상태라 다음 달 차비와 밥값 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근로장학금은 노동의 대가로 받는 정당한 돈이다. 그런데 노동의 대가를 학기가 끝난 후 방학 중에 일괄 지급한다고 한다. 시스템이 그렇단다.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목돈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할 것이다. 매달 일한 급여가 나와야만 그 돈으로 차비와 식비, 책값이나 휴대폰 요금을 해결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학기가 끝난 후에 근로의 대가를 지급하면 어쩌라는 말인가.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고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는 것은 학교나 행정 편이만 생각한 것이다. 국립대의 두 배에 달하는 학비는 학기마다 선납으로 받고 있지 않은가. 학기 중에 학생들에게 일을 시키고 정당하게 주는 노동의 대가가 학기별 후불제라니 근로장학생 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사회 어느 곳에도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한 대가를 6개월 후불제로 지불하는 곳은 없다.

학교는 사회보다 더 법과 정의, 평등이 살아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단지 학교와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임금 지불 수칙을 정한 것은 바른 방법이 아니다. 근로장학생을 하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으로 매달 근로의 대가를 지급해야 마땅할 것이다.


태그:#근로장학 학기 후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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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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