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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20여 년간 도지사 관사로 사용되다 일반에 공개된 '경남도민 의집'을 매각할 계획을 세우자,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용 시민이 적다고 민간에 팔 게 아니라 역사가 있는 만큼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창원시 의창구 외동반림로에 있는 경남도민의 집은 경남도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거의 창원 한복판이다. 9884㎡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829㎡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도민의 집은 1984년 완공되어 김혁규 전 지사 때인 2003년 11월까지 관사로 사용되어 왔다. 김태호 전 지사(현 국회의원)는 관사를 없애고 개인 아파트에 살았고, 김두관 전 지사에 이어 홍준표 현 지사는 창원대 쪽 옛 부지사 관사를 개조해 쓰고 있다.

옛 경남지사 관사였던 경남도민의집.
 옛 경남지사 관사였던 경남도민의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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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동안 방치돼 있다가 2007년 1월 도민의 집으로 바뀌었고, 2009년 1월부터 일반에 개방되었다. 이곳에는 관찰사를 비롯해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방문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민의 집 주변은 도로 가로수로 메타쉐콰이아가 심어져 있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경남도 "3층 이상 건축 가능하도록 용도변경해 매각"

경남도는 도민의 집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4일 "도민의 집을 공개했지만, 하루에 그것도 주말에 50∼60명밖에 오지 않는다"며 "사정이 이런 데도 연간 관리비는 3억 원이나 들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이곳을 용도변경해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도민의 집은 단독주택 2층으로 건축이 제한되어 있는 '1종전용 주거단지'로 지정돼 있다.

경남도는 이를 3층 이상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할 방침이다. 도민의 집을 용도변경을 할 경우 매매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용도변경은 창원시가 협조를 해야 가능하다. 경남도는 지난 12일 창원시에 이를 도시재정비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창원시는 도민의 집 용도변경에 부정적이다. 도민의 집만 용도변경을 하면 주변 주택과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민의 집을 용도변경해 건물 층수를 높일 경우 주변 건물도 함께 같은 요구를 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전체 도심 경관에 좋지 않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도민의 집 매각 반대 목소리도

도민의 집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정도 창원대 겸임교수(건축학)는 "경남도 소유 부동산이 많은데, 그 중에는 팔아도 되는 게 있고 재정이 어려워도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있다"며 "같은 부동산이라도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면 함부로 팔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민의 집은 이전에 독재정권 시기에 과한 규모로 크게 지었다는 측면이 있지만, 그 시절 도지사의 주거 모습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역사적 공간"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팔겠다고 나오는 것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사기업"이라 주장했다. 그는 "도민의 집을 매각할 경우 당장 건설업체가 사서 고급주택을 지으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현재 도민의 집이 일반인들한테 크게 사용되지 않는 게 매각의 원인이라면, 지금처럼 별로 관심 없는 형태로 둘 게 아니라, 문화 마인드를 통해 건물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가령 경남건축사회가 '경남건축대학'을 운영하는데 이곳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창원대가 열고 있는 '경남학 강좌'를 이곳을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차윤재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는 "관사였다가 용도변경해서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지 얼마 안됐다"며 "오히려 시민들이 더 활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허성무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은 "도민의 집은 역사적 공간으로, 도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하고, 도지사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며 "예산 문제라면 현재 지사 관사를 매각하고, 김태호 전 지사가 그랬던 것처럼 현 지사는 개인 아파트를 마련해 사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도민의 집은 경남의 역사박물관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메타쉐콰이아 거리와 연계해 창원의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관사, #경남도민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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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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